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말 코로나19 백신이 1∼2개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영국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세계 최초로 정식 승인하고 다음주부터 접종을 시작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백신이 국내에 유통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영국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세계 최초로 정식 승인하고 다음주부터 접종을 시작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백신이 국내에 유통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95%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 제약사의 백신중 효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백신 한 회분 가격이 19.5달러, 한화로 약 2만1000원으로 아스트라제네카(3~5달러)에 비해 훨씬 비싸다. 특히 화이자 백신은 한 사람당 2회분을 접종해야 하는 만큼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게다가 화이자의 백신은 이미 주요 선진국들이 이미 입도선매한 상태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은 화이자가 내년까지 공급할 수 있다고 밝힌 13억5000만 회분 중 약 90% 정도를 선구매했다. 선진국들 외 말레이시아도 최근 화이자와 백신 1280만 회분의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는 현재 5곳 정도와 물량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CMO)을 맡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공급이 유력한 상황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우리나라에서 상당량을 생산하고 있어 유리한 조건에서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며 “오는 12월 초 코로나19 백신의 종류와 확보 물량에 대해 발표하겠다”라고 말했다. 

◇ 화이자·모더나는 mRNA, 아스트라제네카는 바이러스 벡터 기반 아데노바이러스 백신

백신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홍역이나 볼거리, 풍진을 예방하는 MMR 백신이나 결핵을 예방하는 BCG 백신은 생백신(Live vaccine)이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바이러스나 세균의 독성을 약화해 주입하는 백신이다. 면역력은 강하지만 균주가 살아있기 때문에 원래의 병원성을 회복할 수 있어 노약자 등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들에게 발병할 우려가 있다.

균주를 화학물질 등으로 처리해 독성을 죽이고 면역력만 남긴 사백신도 있다. 사백신은 불활성백신(Inactivated vaccine)으로도 불리는데, 생백신보다 안전성은 높지만, 면역 지속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추가 접종이 필요하기도 하다. 인플루엔자, A형 간염바이러스 등의 백신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유전 물질을 이용한 백신도 있다. 인공적으로 합성한 DNA나 RNA 또는 단백질 등을 주입하는 유전공학 백신(Genetic engineering vaccine)이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백신이 여기에 속한다. mRNA라는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가공해 몸 안에 주입하면 항체가 생성되는 방식으로

mRNA 백신이란 사람 몸에 주입된 mRNA가 체내에서 항원 즉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고, 그 특정 단백질에 대하여 인체의 면역계가 항체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생백신이나 사백신 등 기존 백신처럼 바이러스 자체를 직접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없다. 또 항원 단백질을 쉽게 형성하도록 mRNA를 다양하게 변형 시켜 제조할 수 있다. 또한 기존 백신보다 신속하면서도 저렴한 수준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도 이에 속한다. 벡터는 DNA의 운반체로 벡터에 침팬지에게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한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를 삽입해 인체에 투여하면, 삽입된 유전자가 세포 속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성하고 면역체계가 이를 인식해 항체를 만드는 방식이다.

◇ 백신 효능, 유통 등 문제점 남아 있어

화이자 등의 mRNA 백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먼저 백신으로 면역을 형성했다 해도 이 효능이 과연 얼마나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3상 시험에서 90%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 해도, 항체 유지 기간이 너무 짧으면 백신 효능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도 마찬가지다. 면역체계가 아데노바이러스도 외부물질로 인식해 백신 운반체인 아데노바이러스가 운반 중이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전달하기도 전에 면역체계로부터 공격받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론상으로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 2~3회 접종까지는 효과가 있다지만, 백신 접종 이후 항체 생성능력이 떨어지거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3회 이상 추가 접종을 해야 할 경우에는 백신의 효능이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상대적으로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약자 등에 대해서도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일부에서라도 심각한 부작용은 일으키지 않는지 등도 검증해봐야 할 사항이다. 

게다가 화이자는 초저온인 영하 70도에 보관해야 할뿐더러 모더나의 백신도 영하 20도,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2~8도의 냉장 보관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 9월 국내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보관할 수 있는 독감 백신의 상온 노출 문제로 물의를 빚었던 적이 있다. 위 문제점들을 고려하고서라도 백신이 유통된다고 해도, 초저온 유통이나 보관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점이 남아있다.

◇ 국내 임상은 아직 초기단계

한편, 국내에서는 제넥신이 DNA 백신 후보물질 ‘GX-19’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으로 이달이나 내년 1월 논문을 통해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3일 합성항원 백신 후보물질 ‘NBP2001’에 대한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고 임상에 돌입했다. 진원생명과학은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며, 이달 식약처에 임상 1상 승인을 신청했다.

이외에도 임상시험을 추진하거나 진행 중인 국내 제약사는 셀리드, 아이진 등이 있다. 올해 연말까지 4개 이상의 제약사가 추가로 백신 개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DNA 백신은 인체에 항원 단백질을 만들 능력을 갖춘 DNA를 주입하는 방식의 백신이며, 합성항원백신은 제약사가 코로나19와 유사한 단백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이를 인체에 투여해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방식의 백신이다.

현재 전임상 단계인 아이진이 개발하는 백신은 mRNA백신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개발 속도를 보인 화이자, 모더나의 백신과 같은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아이진은 내년 상반기 중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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