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크린랲, 영실업 등 쿠팡에 납품 거부
유통업계 ”판매량 대비 수익 구조에 불만 느낄 기업 많아“
쿠팡 “소비자 위한 최저가 요청, 정상적 경제활동일 뿐”

비대면 소비 증가로 쿠팡이 온라인 유통시장의 강자로 자리를 굳혀가는 가운데 일부 기업이 쿠팡과 빚고 있는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쿠팡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비대면 소비 증가로 쿠팡이 온라인 유통시장의 강자로 자리를 굳혀가는 가운데 일부 기업이 쿠팡과 빚고 있는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쿠팡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비대면 소비 증가로 쿠팡이 온라인 유통시장의 강자로 자리를 굳혀가는 가운데 일부 기업이 쿠팡과 빚고 있는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쿠팡이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납품업체로부터 직매입한 물건을 로켓배송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 또 하나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판매 수수료를 받는 오픈마켓 방식이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로켓배송은 직매입 상품에만 해당한다.

쿠팡은 그 동안 최저가 상품과 로켓배송이라는 고객 서비스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왔다. 일부 제조업체는 바로 이 과정에서 쿠팡이 대규모 유통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제품에 대한 과도한 가격 인하와 불공정 거래를 요구해 왔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LG생활건강이 지난해 6월 쿠팡을 정면에서 저격하고 나섰다.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상품 반품 금지,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등 ‘대규모유통업법’과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하고 거래를 종결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으로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와 관련한 공정위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LG생활건강은 공정위 제소 이후 쿠팡에 제품을 납품하지 않고 있다. 현재 쿠팡 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LG생활건강 제품은 오픈마켓 셀러가 판매하는 제품으로 로켓배송이 적용되지 않는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난해 공정위에 쿠팡을 제소하면서 생활용품과 자회사 음료제품 등 전 제품을 뺐다. 오픈마켓에서 개별사업자가 판매하는 제품이 있긴 하지만 직매입이 아니기 때문에 본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주방생활용품 기업 크린랲도 지난해 7월 쿠팡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크린랩 측은 “쿠팡이 대리점이 아닌 본사와의 직거래를 요구하면서 이를 거부하면 크린랲 취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왔다”며 부당 거래를 강제했음을 주장했다. 공정위는 관련 내용에 대해 지난 4월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리며 쿠팡의 손을 들어줬다. 크린랲은 이후 쿠팡과의 거래를 끊고 다른 온라인 유통채널과의 거래를 확대하고 자사몰을 여는 방향으로 판매 방향을 전환했다. 

이밖에 또봇, 콩순이 등을 만드는 완구 콘텐츠 기업 영실업도 납품 가격 갈등 이후 쿠팡과 거래를 끊었다. 영실업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쿠팡에서 활발한 판매를 진행했지만 납품 가격에서 마찰을 빚은 이후 쿠팡을 떠나 대형마트와 완구도소매점에서만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마진 등에 대한 협상 문제로 일부 상품을 직거래 품목에서 뺀 업체도 있다. 농심은 백산수를 직거래 품목에서 뺐다. 다만 협력업체를 통해서 납품이 이뤄지고 있어 대상 품목을 완전히 없앤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른 통로를 통해 자사 제품이 납품돼 소비자에게 배송되고 있기 때문이다. 

◇ 소비자 “로켓배송 여부 구매 결정에 영향 미쳐”

제조업체와의 마찰에 대해 쿠팡 측은 고객에게 최저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진행되는 협상 과정일 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최저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중간 유통업자 없이 공급업체와 직거래를 선호하고 있으며 대량 주문으로 낮은 단가를 요청한다”면서 “이와 함께 실시간으로 국내 주요 쇼핑몰의 가격을 비교해 가격을 최저가에 맞춰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쿠팡의 사명은 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이야기할 때까지 고객이 원하는 모든 상품을 갖추고 이를 가장 싼 가격에 편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쿠팡이 고객을 위해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는 협상은 잘잘못을 가릴 일이 아닌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다”라고 부언했다. 

이와 관련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저가 판매로 소비자 만족을 끌어내겠다는 쿠팡의 말은 얼핏 들으면 좋은 것 같지만 제조업체에는 국내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이 부리는 횡포로 느껴질 수 있다”고 짚으면서 “말은 하지 않아도 판매량 대비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에 불만을 느끼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아니더라도 네이버 쇼핑, SSG닷컴 등 다른 온라인 유통 채널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서도 충분히 매출을 일으킬 수 있기에 쿠팡과 등을 돌린다고 해서 긍정적인 대안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쿠팡과 제조업체간 갈등으로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쿠팡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일단 싼 가격, 빠른 배송 시스템을 쿠팡의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쿠팡의 강점인 ‘로켓배송’이 제품 구매에 크든 작든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오래 전부터 쿠팡을 이용해 왔다는 직장인 이 모(33)씨는 “쿠팡을 자주 이용하고 있는데 같은 품목이면 로켓배송이 되는 제품을, 로켓배송이 되는 제품 중에서도 더 저렴하거나 상품평이 많은 제품을 구매한다. 원하는 물건이 로켓배송이 되지 않으면 왜 안 되나 궁금하고 아쉽긴 했다”면서 쿠팡과 제조업체간 직매입으로 로켓배송이 이뤄지는 상품을 주로 구매하고 있음을 전했다. 

쿠팡을 통해 생필품 구매를 자주 한다는 주부 한 모(34)씨는 로켓배송보다 무료배송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씨는 “쿠팡에서 생수를 자주 배달하는데 최근에는 백산수를 주문하고 있다. 처음에는 로켓배송이 되지 않아 망설였지만 2L 생수 12개를 1만원대 초반에 살 수 있고 무료배송까지 돼 물이 떨어질 때쯤 배송일을 계산해서 주문한다. 불편한 건 딱히 없는데 생각해보면 언제부터 로켓배송을 했다고 하는 생각도 든다”라며 로켓배송이 되지 않더라도 가격이 합리적이고 무료배송만 된다면 별다른 불만 없이 제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IT업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강 모(43)씨는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는 아무래도 싸고 배송이 빠른 쿠팡을 가장 자주 이용한다. 그런데 쿠팡 자체 브랜드 제품이 로켓배송을 달고 상단에 노출되어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처음에는 가격이 저렴해서 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쿠팡이 직접 만든 브랜드라고 하더라. 쿠팡이 자체 브랜드 상품을 우선 노출시키면 나처럼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쿠팡의 PB상품 상위 노출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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