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人터뷰⑥] “친환경 포장, 미래 위한 환경분담금”…자원순환 선도기업 ㈜수미김 허선례 CEO
[환경人터뷰⑥] “친환경 포장, 미래 위한 환경분담금”…자원순환 선도기업 ㈜수미김 허선례 CEO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0.09.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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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김 플라스틱 트레이 제거…8개월 동안 플라스틱 12톤 줄여
사탕수수 찌꺼기로 만든 무코핑 종이와 소이 잉크 사용
기업 환경분담금 정부가 함께 부담해주는 정책 필요
최근 도시락 김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해 8개월 동안 플라스틱 12톤 줄인 (주)수미김 허선례 CEO. (허선례 CEO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도시락 김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해 8개월 동안 플라스틱 12톤 줄인 (주)수미김 허선례 CEO. (허선례 CEO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21세기는 플라스틱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물성으로 가공하기 쉬워 현대판 ‘연금술’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인류의 편리함 때문에 탄생한 플라스틱은 어느새 인류의 생존, 그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봐도 곳곳에는 ‘예비’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하다. 우리가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많은 식품과 생활용품 포장재에는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최근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과 포장재 사용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소극적인 모습이다. 기존의 설비를 변경·투자해야 하는데, 결국 그 이면에는 ‘돈(이윤)’이란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막대한 재원을 동원할 수 있는 대기업이 아닌 작은 기업 하나가 선도적으로 플라스틱 배출을 억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 괴산군에 있는 ㈜수미김이 그 주인공이다.

아이쿱 자연드림에 다양한 ‘김’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수미김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약 12톤의 플라스틱 줄였다. 그 비결은 우리가 흔히 먹고 버리는 도시락 김의 플라스틱 트레이(김을 담는 플라스틱 받침) 제거에 있다. 수미김이 이렇게 줄인 플라스틱 트레이를 줄 세우면 ‘서울-강릉’을 왕복할 수 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렇다면 직원 수 15명 내외의 이 기업은 어떻게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할 수 있었을까. 허선례 CEO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수미김은 사업 시작 단계부터 생분해가 되고 무해한 플라스틱 포장재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상용화된 포장재가 없었기에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포장지로 사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허선례 CEO는 “늘 포장지를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정보를 찾고 있었다”며 “포장지 업체나 기계 설비 업체에 아이쿱과 수미김의 친환경 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생각은 2018년에 더 구체화 됐다. 당시 중국은 그동안 해외에서 받아들이던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그 결과, 중국으로 폐플라스틱을 수출하던 한국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이른바 ‘쓰레기 대란’의 시작이다.

허선례 CEO는 “당시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업체로서 어떻게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 결과 아이쿱 자연드림의 플라스틱 100% 재활용 정책인 ‘줄이고, 대체하고, 사용 한 만큼 재활용하기’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허선례 CEO가 다양한 포장재 중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플라스틱에서 발생하는 환경 호르몬과 미세플라스틱이 사람과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 됐고, 이러한 문제가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는 것을 방지고자 함이었다. CEO 이전에 한 가정의 주부이자 아이들의 엄마로서 미래 세대를 생각한 셈이다.

그는 “플라스틱이 전 지구적으로 환경 문제의 주범이 된 것을 보면서 늘 마음이 불편했다”며 “우리 집 앞에 내놓은 쓰레기가 내 눈앞에서 깨끗이 사라진다고 해서 플라스틱 문제가 사라지는 게 아니고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우리 가족에게 돌아온다는 사실, 무엇보다 다음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미안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주)수미김의 생산 설비 모습. (세이프넷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주)수미김의 생산 설비 모습. (세이프넷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런 허선례 CEO의 마음과 달리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플라스틱 트레이를 넣는 것이 김 업계의 대세였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스틱 트레이를 뺀 제품을 포장하는 설비는 거의 생산되지 않았다. 트레이를 플라스틱이 아닌 생분해 플라스틱 또는 종이로 대체할 생각도 했다. 하지만 자동 라인에 맞는 적합한 대체재를 찾지 못해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 결과, 아예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됐다.

이와 함께 주위에서 사업적으로 판단하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어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관련 설비 투자 비용만 1억8000만원이었던 만큼 CEO로서 이윤 창출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충고였다.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다 보니 또 다른 문제도 발생했다. 김 본연의 바삭한 식감이 떨어진 것이다. 절단과 포장기의 특성상 김이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김밥 김처럼 밀도 높은 김원초를 사용, 김을 구운 후 바짝 누르다 보니 바삭한 식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결국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8개월의 시간을 들여 설비를 보완해야만 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한 허선례 CEO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아예 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여러 김 기술자와 설비업체에 자문을 구했다”며 “그 결과, 수미김이 도입한 외포장 라인은 김제품 포장기로서는 국내 최초 자동 라인으로 플라스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설비”라고 설명했다.

수미김의 플라스틱 저감 노력은 이제 도시락 김 트레이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번 추석 선물세트 2종을 사탕수수 찌꺼기로 만든 무코팅 종이와 소이 잉크로 만들어 출시했다. 여기에 현장설비와 집기류를 종이나 스테인리스 재질로 바꿔 미세플라스틱도 발생도 방지하고 있다. 제품을 담는 바구니, 쓰레기통, 이동 대차를 스테인리스로 바꿨고 비닐 테이프 대신 종이테이프를 사용한다. 심지어 플라스틱 재질인 위생복도 현재 바꾸는 중이다.

특히, 선물세트 상자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손잡이를 종이로 대체한 것도 눈에 띈다. 이는 허선례 CEO가 직접 아이디어를 고안해 업체에 제작을 요청한 것으로, 제작업체는 이를 개량해 특허까지 출원하게 됐다.

허선례 CEO는 지금까지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들인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손실로 보지 않는다. 기업의 혁신은 그 시대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을 빠르게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과거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이념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고 기업에게 이에 따른 제품 생산을 요구하는 시대로 변했다. 그러므로 여기에 들인 비용과 노력은 결국 투자가 되어 기업에게 돌아오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허선례 CEO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생분해 플라스틱 포장지를 적극 활용하고 종이박스 역시 재활용이 쉬운 무코팅 종이로 모두 대체할 생각이다. 무트레이 제품의 외포장과 11월에 출시될 삼각김밥 김 내포장지를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준비 중이다. 종이박스도 모두 사탕수수펄프로 만든 무코팅 종이로 대체할 계획이다.

허선례 CEO는 “선물박스 종이 손잡이나 종이박스 외 포장지 등은 기존 플라스틱 포장재에 비해 적게는 3배, 많게는 10배 차이가 나지만 이는 미래를 위한 환경분담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기업의 환경분담금을 함께 부담해주는 정책을 만든다면 기업들이 더 빨리 변할 수 있고 친환경 원재료 생산도 늘어나 가격 역시 빨리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플라스틱 트레이가 제거된 (주)수미김의 도시락 김. (세이프넷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트레이가 제거된 (주)수미김의 도시락 김. (세이프넷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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