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 때 탄생한 아파트…21세기 한국인 절반이 거주
축구장 3배 크기 숲과 스마트팜 적용 등 '트렌드'
에너지절감으로 관리비는 물론 환경보호까지 ‘일거양득’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 래미안 단지 중앙에 이러한 대규모 자연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 래미안 단지 중앙에 이러한 대규모 자연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분리하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된 아파트는 이제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축물 중 하나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국내 인구 절반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등 현대인의 생활 속에 깊게 자리 잡았다. 그리고 시대를 거쳐 회색빛 성냥갑처럼 생긴 팍팍하고 생기 없는 이 건물도 변화의 바람에 맞닥뜨렸다. 바로 ‘녹색(Green)’ 바람이다.

근래 변화의 중심에 선 아파트가 탄생한 배경은 뜻밖에 오늘날 상황과 유사하다. 아파트란 건축물이 탄생한 고대 로마에서조차도 사람들은 도시를 동경했다. 하지만 고대 로마 역시 당시 다른 도시들처럼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제한된 공간 내에 보다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다. 건물을 높이 올리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의 제한된 국토에 많은 인구를 거주시키는 방법과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 대한민국, ‘아파트 시대로 들어서다’…국민 절반 아파트 거주

150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국내 현존하는 아파트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은 유림아파트로 볼 수 있다. 2013년 서울시가 우리나라 최초 아파트로 공인해 ‘100년 후의 보물, 서울 속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이 아파트는 일제강점기에 세워졌다. 서울 충정로에 위치한 이곳은 일본 기업의 직원 숙소용으로 지어졌지만 전후 미군 숙소와 호텔 등으로 사용됐다.

해방 이후 앞서 언급한 고대 로마와 같이 서울로의 인구 집중이 시작됐다. 피난민과 함께 급속도로 발전한 서울은 심각한 주택문제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해방 이후 최초로, 그것도 우리 손으로 지어진 ‘종암아파트’가 1957년 모습을 드러냈다.

1962년 최초의 대규모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가 건설됐으며 이촌향도 현상으로 급격한 인구팽창을 겪자 1969년 시민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당시 최초의 고층아파트(12층)이자 엘리베이터를 처음 설치한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등장했고 아파트 주거문화는 지금 우리나라의 주류가 됐다.

지난해에는 마침내 전체 인구 중 절반이 아파트에 거주 중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의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일반 가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역별 주택유형 중 아파트 거주 인구가 50.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단독주택이 32.1%, 다세대주택이 9.4%로 뒤를 이었다. 

특히, 이번 조사가 의미 있는 것은 2016년 48.1%를 기록한 이후 4년째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점으로 대한민국은 아파트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단지 내 대규모 숲 조성 등…대한민국 아파트는 ‘변신’ 중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공기)질이 갈수록 나빠지고 세계적인 ‘탈(脫)탄소’로 에너지전환이 화두가 되자 아파트 역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과거 회색빛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삭막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과 달리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제로에너지건축 기법을 도입한 단지들이 속속 등장 중이다.

우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그간 부족한 부분으로 지목된 것이 있다. 바로 ‘녹지’다. 많은 아파트 단지 내에는 조경과 산책로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최근 유행한 ‘숲세권’과 ‘공품아(공원을 품은 아파트)’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녹지는 현대인들에게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아파트 단지 내 공원이 아닌 숲이 있다면 어떨까. 조경 역할을 위한 소규모 숲이 아니라 축구장 3배 크기에 달하는 거대 자연숲 말이다.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 래미안 단지 중앙에 이러한 대규모 자연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내년 5월 착공하는 이 단지에는 그 규모가 약 2만㎡에 달하는 자연숲이 조성된다. 여기에 반포천 정화와 특화 조경은 물론 5km에 달하는 산책로까지 조성 예정이다. 3000㎡의 수공간과 특색 있는 정원 배치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산책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넘어 단지 내에서 단독주택 텃밭과 같이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최근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등 건강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가정 내 먹거리에도 영향을 미쳐 고안된 것이다.

현대건설은 스마트팜인 ‘H클린팜’을 선보였다. H클린팜은 강화유리와 LED 조명이 설치돼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재배실과 어린이 현장학습 및 교육을 할 수 있는 체험교육실, 내부 온도 및 습도 조절을 도와주는 항온항습실, 수확 이후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준비실 등으로 구성됐다. 현대건설은 향후 분양하는 디에이치와 힐스테이트 단지, 오피스텔 등에 선택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에너지 절감으로 환경보호는 물론 관리비까지 줄일 수 있는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클라시아'. (사진 롯데캐슬 홈페이지)/그린포스트코리아
에너지 절감으로 환경보호는 물론 관리비까지 줄일 수 있는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클라시아'. (사진 롯데캐슬 홈페이지)/그린포스트코리아

◇ 에너지 절감으로 환경보호는 물론 관리비 걱정까지 ‘뚝’

최근 ‘탈탄소’화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가운데 그 대응방안으로 신재생에너지가 각광 받고 있다. 기존 화석연료 중심에서 태양광·풍력·지열·연료전지 등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 정부의 제로에너지건축과 그린리모델링 등 관련 정책이 추진력을 발휘하자 이에 따른 건물 부문의 에너지 절감과 환경 개선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역시 에너지절감 차원에서 다양한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환경 개선은 물론 관리비 걱정까지 줄여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건설사들이 앞다퉈 시스템을 도입 중이다.

우선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클라시아’에는 친환경 에너지인 태양광 발전과 지열 냉·난방이 일부 적용됐다. 총 41%의 에너지절감률로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예비인증 1등급을 받았다. 이 외에도 △대기전력차단시스템과 단지 내 100% LED조명 등을 적용했다.

GS건설 컨소시엄(LH, GS건설, 대림산업)이 세종시 일원에서 분양 중인 ‘세종자이e편한세상’에도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등이 적용된다. 에너지 생산량 및 에너지 이용 효율 극대화로 관리비 절감까지 기대된다.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는 아파트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바로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다. 국토교통부와 현대건설이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국내 최초 고층형 제로에너지 공동 주택이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는 고단열·고기밀 등 패시브(Passive) 공법과 외기냉방겸용 폐열회수 환기시스템 등의 고효율 기기,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 액티브(Active) 공법이 적용됐다. 여기에 에너지 제어를 최적화하기 위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까지 적용, 공동주택 최초로 제로에너지건축 5등급(에너지자립률 23.37%)을 취득했다.

특히, 단지 내 설치된 태양광·연료전지 등에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가 공용부에 사용되는 에너지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기존 아파트 대비 약 50% 수준의 에너지절감률을 보여 향후 관련 기술이 적용된 아파트 보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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