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가속 페달 탈원전 정책…생사 위기에 몰린 원전 업계
급가속 페달 탈원전 정책…생사 위기에 몰린 원전 업계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0.03.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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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4호기 포함 신규 원전 6기 건설 백지화…7~8조 미래수익 잃어
명예퇴직 600여명 이어 휴업 검토…고정비 감소 총력
협력업체들 신한울 3·4호기 재개 안 되면 내년부터 일감 끊겨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원전 업계가 고사 위기에 빠져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원전 업계가 고사 위기에 빠져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3년간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주(主)기기를 제작하는 두산중공업은 물론 관련 협력업체 등 국내 원전업계가 고사 직전까지 몰렸다. 탈원전이란 정책의 가속페달은 이들에게 경영위기를 넘어 ‘생존’ 문제가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가 1조원이라는 공적자금을 두산중공업에 투입했지만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탈원전 정책과 두산중공업의 몰락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 공약에서 탈원전 정책을 제시했다.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계획 백지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및 월성 1호기 폐쇄, 그리고 탈원전 로드맵을 수립하는 공약을 제시하는 등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것을 밝혔다.

탈원전 정책과 맞물린 두산중공업의 몰락은 수주액의 감소에서 나타난다. 2016년 수주액은 9조534억원에서 2017년 5조510억원으로 44.21% 감소했다. 2018년에는 4조6441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 기준 2조1494억원로 떨어졌다. 탈원전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7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이다.

수주 잔고도 2016년 17조9283억원에서 2017년 17조2351억원, 2018년 16조4022억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14조6471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장가동률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원전 부문 공장가동률은 2017년 100%였으나 지난해 50%까지 떨어졌고 이와 함께 지난해 10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2014년 이후 6년 연속 손실을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원인의 하나로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을 꼽는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따라 원전 프로젝트 수주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두산 중공업의 실적 악화를 탈원전 정책이 아닌 경영진의 오판으로 보기도 한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매출의 60~70%는 석탄 화력발전이, 10~20%는 원전 설비가 차지하기 때문에 탈원전 정책이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국내 원전산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특수성과 해당 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영업이익률이 석탄화력발 등 다른 분야에 비해 높아 탈원전 정책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정부가 2015년 확정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2017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취소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7~8조원 규모의 미래 수익을 잃고 여기에 들어갈 주기기 사전 제작비용과 신형 원자로 제작을 위한 설비 투자·기술 개발 비용을 더 이상 회수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 매몰비용은 최소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11일 두산중공업이 노조에 보낸 휴업과 관련한 공문에 잘 나타난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들어 있던 원자력·석탄화력 프로젝트 취소로 약 10조원의 규모의 수주물량이 증발해 경영 위기가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 명예퇴직과 휴업…1조원 긴급 수혈

두산중공업은 이런 상황에서 고정비 절감을 위한 자구 노력을 강구했다. 2014년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200명 정도를 구조조정을 한 뒤 5년 만인 지난달 18일, 2600명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했다. 그 결과 600여명이 명예퇴직을 했다.

이에 앞서 회사 측은 가스터빈 국산화와 풍력, 수소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신기술 개발, 재무구조 개선 등의 자구 노력을 펼쳤다. 이와 함께 유급순환휴직과 계열사 전출 등 노력을 해왔지만 인력구조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명예퇴직만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산중공업은 한 달 채 되지 않아 노조에 휴업을 협의하는 공문을 보냈다.

당시 휴업요청서에는 “그동안의 자구적인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소극적인 조치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고 보다 실효적인 비상경영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근 3년간 지속된 수주 물량 감소로 올해 창원공장 전체가 저부하인 상황에서 내년에는 부하율이 심각한 수준까지 급감한 뒤, 앞으로도 일정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렇듯 두산중공업이 경영위기에 어려움을 겪자 27일 산업은행은 1조원 자금 지원을 발표했다. 명목상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경색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급가속 페달을 밟은 탈원전 정책으로 경영악화가 됐는데 긴급수혈에만 나설 뿐 정책 수정 등 근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의 경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추가 대출뿐만 아니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 자구책을 강구할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부터 가스터빈 사업과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는데, 미래의 수익원이자 고용창출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스터빈 사업이 자리를 잡기 위해선 4년이란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시간적 여유를 두지 않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함으로 원전 업계 전체가 아무런 준비 없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래 수익원이 될 수 있는 가스터빈이 거의 완성단계에 왔고 이를 상용화 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이번 1조원의 대출과 함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야만 두산중공업이 사업 변화를 통해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개발 중인 한국형 가스터빈. (두산중공업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두산중공업 창원 본사에서 진행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최종조립 작업 모습. (두산중공업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이미 무너진 한국 원전 업계…협력업체들 고사 위기

대기업인 두산중공업에는 1조원 규모의 긴급수혈로 잠시 숨을 고를 여유를 줬지만 문제는 협력업체들이다. 두산중공업을 주축으로 이뤄진 수많은 원전 협력업체들은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특히 원전업체들이 몰려있는 경남 창원 지역 경제는 탈원전 정책이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쳤다. 경남 창원의 경우 두산중공업이 총생산의 15.4%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조업 종사자의 5.7%가 두산중공업에 근무하고 있다. 또한 수백 개의 원전 협력업체와 종사자들이 두산중공업과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가속화로 원전 협력업체들과 관련 종사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 하는 상황이다.

미래통합당 윤한홍 국회의원에 따르면 탈원전 이전인 2016년 창원 소재 두산중공업 원전 협력업체의 신규계약 건수는 966건이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 시행 후 지난해에는 416건으로 절반 이상이 일감이 사라졌다. 같은 기간 계약 협력업체 수도 87개에서 57개로 30여개, 즉 35%가 사라졌다.

업계 역시 같은 입장이다. 그리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 내년부터 많은 협력업체가 일감 부족으로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에 따르면 원전 협력업체는 경남도에만 2016년 270여개가 있었다. 해당 종사자는 2만3000여명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6년 16.1조였던 매출이 10.4조원으로 감소했고 종사자 역시 2만3000여명에서 1만90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 신한울 3·4호기에 참여하기 위해 2015년부터 준비해온 협력업체의 경우 원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비용과 설비투자에 많은 돈을 썼다”며 “만약 신한울 3·4호기가 재개되지 않으면 이러한 협렵업체들의 투자비용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업체들도 다른 수단을 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하고 만약 탈원전 정책이 바뀌지 않아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되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일감이 없다”며 “정책이 지속될 경우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업체들도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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