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동 킥보드와 공유 자전거의 숙제
[기자수첩] 전동 킥보드와 공유 자전거의 숙제
  • 이한 기자
  • 승인 2020.03.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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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동네 골목마다 전동킥보드를 심심찮게 본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한동안 타는 사람이 줄었고 코로나19 등으로 외출 자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예전 같지는 않지만, 날이 풀리면서 다시 킥보드가 많이 보인다.

집 앞에서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까지 킥보드로 오가는 사람도 많고 저녁이면 킥보드를 탄 사람들이 공원 산책 대신 라이딩을 즐기는 모습도 자주 봤다. 커플들은 둘이 같이 타고 다니기도 한다. 사무실 밀집 지역이나 대학가에서는 전동 킥보드가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됐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9만대 수준이었으나 오는 2022년에는 20~30만 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가 늘어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카카오, 네이버 등 완성차 업체와 IT 대기업들도 관련 시장에 발을 들였다.

기자도 타봤다. 사용이 매우 쉽다. 앱을 설치하고 면허증과 카드를 등록한 다음 주차된 킥보드를 타고 원하는 곳으로 가서 그냥 세워두기만 하면 된다. 짧게 타면 버스나 지하철보다 싸다. 처음 타는 사람은 무서울 수 있지만 운전도 어렵지 않다. 교통비를 줄이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공유경제’의 모범 케이스처럼 보인다.

◇ 전동킥보드 빌리신 분, 헬멧 착용하고 차도로 다니십니까?

그런데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전동 킥보드를 보면 ‘반드시 헬맷을 쓰고 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하지만 적잖은 사람들이 그냥 탄다. 전동킥보드를 가지고 음식을 배달하거나, 매일 아침저녁 출근하는 사람들은 헬맷을 잘 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자투리 시간에 잠깐씩, 짧은 거리만 이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안전 도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전동킥보드는 대부분 인도로 다닌다. 인도 한 켠에 자전거 도로가 깔린 곳에서는 거기로 달리기도 하지만 적잖은 사람들이 자기가 편한 대로 다닌다. 이 지점에서 법적인 문제가 생긴다. 전동킥보드나 전동휠 등의 퍼스널 모빌리티는 장난감이 아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전동 킥보드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시속 25㎞ 이하 속도로 차도에서만 타야 한다. 운행시에도 면허가 필요하고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며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 술 먹고 타면 위험할 수 있으니 가급적 하지 말라고 권유하는게 아니라, 불법이다. 인도로도 다니면 안 된다. 인도로 다니다 적발되면 범칙금을 내야 한다.

킥보드 운전자들이 모두 법을 잘 지키면 문제가 해결될까? 단단한 헬멧을 착용하고 도로 오른쪽 가장자리로 달린다고 가정해보자. 그래도 킥보드로 도로를 달리는 건 위험하다. 중앙차로가 아닌 버스정류장과 만나면 차선을 바꿔야 하고 우회전하는 차량과 부딪힐 위험도 있다. 킥보드 운전자는 물론이고 승용차 운전자도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문제는, 그렇다고 킥보드를 인도로 다니게 하기도 어렵다. 보행자들의 안전 역시 위협받을 수 있어서다.

국내 8개 공유전동킥보드 업체가 지난해 7월1일부터 12월15일까지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의 총 운행 횟수는 311만251 건이다. 이들이 모두 헬멧을 쓰고 차도로만 달렸을까. 만일 그랬다면 이들은 안전했을까. 그렇다고 이들이 인도로 다니면. 보행자들의 안전은 어떻게 해야할까? 풀기 어려운 숙제다.

편리함과 불편함 사이의 묘한 아이러니도 따져보아야 한다. 전동 킥보드는 전용 주차장이 없어서 아무데나 세워두면 되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그 킥보드가 공동주택 앞에 세워져 있다면, 타고 온 사람에게는 장점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단점’일 수도 있다.

◇ 킥보드와 자전거 운전자 안전, 보행자 안전 함께 고려해야

전동킥보드와 함께 최근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유서비스가 있다. 자전거다. 서울은 따릉이, 대전은 타슈, 세종은 어울링, 안산은 페달로를 운영한다. 뉴욕의 시티바이크, 바리의 벨리브 등에서 착안한 공공 자전거다.

취지는 훌륭하다. 자동차 운행량을 줄여 배출가스나 교통체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 가까운 거리를 자전거로 이용하면 소비자들은 교통비를 절약하거나 건강을 챙길 수도 있다. 굳이 자전거를 구입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이용하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다. 그 사실을 모두 알아서 이제는 누구도 “자전거 좀 그만 타자”고 말하지 않는다. 실제로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는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게 매우 일상적인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또 다른 환경과 안전 문제가 있다. 자전거 주차장이 도로를 점유하는 문제. (전동킥보드와 마찬가지로) 자전거로 인도를 달리는 문제 등이다. 지하철 출입구 바로 앞에 공공자전거가 있으면 타는 사람에게는 매우 편리하지만 타지 않는 사람에게는 불편한 문제다. ‘누가 배려할 것이냐’를 논하기에 앞서, 그곳에 자전거 주차장을 설치하는 것이 합법적이고 합리적인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어디서 타느냐도 문제다. 통념상 자전거는 ‘어디서나’ 탈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기자 역시 동네 마트나 가까운 거리를 갈때는 자전거를 자주 타지만 때로는 그게 매우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기자의 집에서 스무걸음만 걸어가면 초등학교 정문이고 이 동네는 서울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지자체다. 

당신이 13세 미만 어린이거나 65세 이상 노인, 또는 신체장애인이 아닌 경우 자전거로는 보도 통행이 불가능하다.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는 곳에서 탈 경우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타야 한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경우, 인도와의 경계가 모호한 곳도 많은 만큼, ‘보행자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면서 타야 한다.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의 안전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배출가스를 줄이는 것도 절박한 숙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퍼스널 모빌리티나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안전한 환경 역시 중요한 문제다. 전동킥보드와 공유자전거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다. 이 문제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인이 같이 풀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퍼스널 모빌리티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기관이나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 풀기 어려운 숙제다. 하지만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기도 하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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