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설레발은 죄악’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특히 스포츠팬들 중심으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대상으로 설레발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는 거의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다.

몇 년 전 한국 프로야구의 기아 타이거즈가 시즌 초반부터 기세를 올리며 독주를 하고 있었던 적이 있다. 기아팬들은 물론 기자들도 기아 우승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기자의 ‘타이거즈는 어떻게 강팀이 됐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고, 공교롭게도 그 시점부터 기아는 급격한 하락세를 겪으며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게 된다.

반면 수년째 하위권을 맴돌던 LG 트윈스는 김기태 감독이 부임 후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시즌을 맞이했다. 결과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즌 2위, 플레이오프 직행이었다.

물론 위 두 사례에서 언급된 기사 제목과 슬로건으로 인해 각각 성적이 좋거나 나빴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두 사례에는 명백한 차이가 존재하는데, 전자는 흔히 말하는 ‘설레발’이었고 후자는 ‘격려’ 또는 ‘자신감 부여’라고 할 수 있다.

설레발과 격려, 이 둘은 분명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제계 대응’ 간담회에서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후 29·30·31번째 확진자가 나오더니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발생하고 있다. 

확진자 수 증가가 주춤해지기 시작한 지난 8일, 여권과 정부는 또 “코로나 사태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말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곧바로 구로구 콜센터와 교회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했고 “수도 서울은 이제부터가 시작”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현재 정부는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이 세계적인 모범사례라면서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가 8000명, 사망자가 70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혹시 타국 정부나 외신의 호평이 있더라도 감히 모범사례라는 말을 정부가 직접 꺼내면 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특히 수많은 확진자들과 사망자 유족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는 정부라면 선방 수준의 표현도 아닌 모범사례라는 말을 겁 없이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을까?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국정에 대한 홍보가 중요할 것이고 이런 긍정적인 발언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준다는 목적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한 방법은 ‘격려’여야 하고 ‘자신감 부여’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결코 ‘설레발’ 수준의 발언으로 국민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효과도 불러일으킬 수 없다는 사실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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