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테라사이클 한국팀장이 업사이클링을 위해 파쇄한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 조각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형수 기자) 2020.2.20/그린포스트코리아
이지훈 테라사이클 한국팀장이 업사이클링을 위해 파쇄한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 조각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형수 기자) 2020.2.2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요즘 아모레퍼시픽, 이마트, 빙그레 등 유명 기업이 친환경 행보를 펼쳤다는 소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환경 스타트업 테라사이클이다. 

이지훈 테라사이클 한국팀장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 또는 우리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재활용해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동시에 경제적 수익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테라사이클을 소개했다. 

테라사이클은 미국 뉴저지에서 2001년 첫발을 뗐다. 대학생이던 창립자 톰 재키는 교내 식당에서 매일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할 방안을 고민하다가 지렁이 배설물을 활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친환경 비료로 만들었다. 이 비료를 월마트 등에 판매한 것이 테라사이클의 시초다. 지금은 21개국에서 300명여명이 일하는 글로벌 환경 스타트업으로 발돋움했다.

테라사이클은 자원순환이 지속가능한 경영 모델의 중심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지훈 팀장은 “편리성, 그리고 수익성뿐 아니라 폐기물을 저감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현시점에서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면서 “미래에는 개인, 기업, 정부 등 모두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회사를 설득해 친환경 행보에 나서도록 하고, 소비자들의 동참을 유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지훈 팀장은 “기업들이 지속가능 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고, 협업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실제 폐기물을 수거 및 재활용하는 과정을 통해 환경을 개선하는 데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라사이클은 2016년 아모레퍼시픽과 화장품 공병을 재활용하기 위한 컨설팅 사업에 나서며 한국에 진출한 이후 여러 기업과 손잡과 다양한 친환경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한국P&G・이마트와는 플라스틱 수거 캠페인을, 락앤락・해양환경공단과는 해양플라스틱 재활용 및 밀폐용기 수거 캠페인을 펼쳤다. 

지금은 빙그레・김해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바나나맛우유 공병 수거 캠페인’을 진행하는 중이다. 이지훈 팀장은 “빙그레의 지원을 바탕으로 김해시 초등학생들에게 환경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며 “미래 세대인 아이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테라사이클은 이렇게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며 모은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해서 사회에 돌려준다. 다 쓴 칫솔은 줄넘기로 만들어 초등학교에 기부했고, 서울 강서구 달빛공원에는 폐휴대폰과 소형 전자제품을 수거해 재생 원료화한 플라스틱을 활용해 친환경 놀이터를 조성했다. 이지훈 팀장은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은 물론 환경 보호 교육 차원에서도 도움이 됐던 것 같이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테라사이클 한국팀 팀원들이 포즈를 취했다. (김형수 기자) 2020.2.20/그린포스트코리아
테라사이클 한국팀 팀원들이 포즈를 취했다. (김형수 기자) 2020.2.20/그린포스트코리아

버려질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새로운 쓰임새를 지닌 물건을 만들어낸 것이다. 테라사이클이 수거한 플라스틱의 양은 2017년 약 600㎏에서 지난해 약 60톤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지훈 팀장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또 가장 많이 버려지는 품목이자, 재활용 가능성이 가장 높으면서도 가장 안 되고 있는 것이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라고 플라스틱 쓰레기에 집중한 배경을 설명했다. 

앞으로는 테라사이클이 다른 나라에서 운영 중인 여러 서비스 및 캠페인을 한국에서도 선보이며 활동 영역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이지훈 팀장은 “2017년 이후로 테라사이클 한국 지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테라사이클이 점차 알려짐에 따라 일반 시민들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제로웨이스트 박스 플랫폼 등을 확장하고자 한다”고 했다.

제로웨이스트 박스는 커피캡슐이나 과자봉지처럼 재활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되는 폐기물도 재활용하기 위해 고안된 상자다. 재활용하려는 폐기물 형태에 해당하는 박스를 구입해 채운 뒤 테라사이클에 보내면 재활용되는 방식이다. ‘폐기물이라는 개념을 없애자’는 테라사이클의 슬로건을 현실에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테라사이클은 샴푸나 세제 등을 다회용 용기에 담아 판매하고 소비자가 다시 주문하면 다회용 용기에 리필해주는 루프 서비스를 2022년까지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또 담배 제조사들과 손잡고 담배꽁초 재활용 사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지훈 팀장은 “테라사이클 일본팀에서는 일본의 가장 큰 담배회사 JTL과 담배꽁초 사업을 5년간 이어가고 있다”면서 “담배꽁초에 들어간 플라스틱 폐기물이 하수구를 막고, 이후 미세플라스틱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한 담배꽁초 재활용 캠페인이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테라사이클은 이같은 활동을 펼치며 테라사이클이 그 쓸모를 다한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이지훈 팀장은 “테라사이클이 재활용과 자원순환 경제를 이루고자 노력하면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상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테라사이클은 결국 테라사이클이라는 회사가 더 이상 필요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alia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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