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플] “좋은 삶 설계하려면 환경교육이 중요하죠”
[그린피플] “좋은 삶 설계하려면 환경교육이 중요하죠”
  • 송철호 기자
  • 승인 2020.03.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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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환경교육 뼈대 만들어 온 이재영 국가환경교육센터장
겉모습에 비해 속이 부실한 환경교육...“환경문제 없어도 환경교육 필요”
 
이재영 국가환경교육센터장/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영 국가환경교육센터장/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세계적 흐름에는 다소 뒤처졌지만 한국에서도 1980년 환경청이 설립됐고 국민 기본권 중 하나로 환경권이 규정되면서 환경교육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1990년 8월 환경정책 핵심 법률인 ‘환경정책기본법’에 환경교육 추진 근거가 마련됐다. 

2008년 ‘환경교육진흥법’이 제정되면서 환경교육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고 환경교육종합계획 수립 및 관련 제도가 시행됨으로써 환경교육 기반을 다지게 됐다. 또한 2018년에는 환경부에 환경교육 전담부서인 환경교육팀이 신설돼 국가환경교육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이재영 국가환경교육센터장은 “전 세계가 비슷한 상황이지만 현재 환경교육은 껍데기는 괜찮고 속은 부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며 “겉으로는 있을 거 다 있고 할 거 다 하는데, 환경교육의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부실한 점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이어 “환경문제가 없더라도 언제나 환경교육은 필요한 것”이라며 “좋은 삶을 살고자 한다면 건강하고 풍부한 자연은 기본적인 조건인데, 그게 갖춰져 있지 않으면 당연히 내 삶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모든 인류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좁게 보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능력과 의지를 갖출 수 있게 돕는 것이 환경교육이지만 시선을 넓게 확장시키면 환경교육은 좋은 삶을 설계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

이 센터장은 “사람은 누구나 어떤 삶을 살고 싶다고 설계를 하게 되는데,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집에서 살고, 심지어 여가시간을 누구와 무엇을 하면서 보낼 것인지 모든 것을 설계하게 된다”며 “환경교육을 받은 사람은 자기 삶을 설계할 때 나만이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환경, 그리고 그걸 공유하고 있는 다른 사람을 함께 묶어서 좋은 삶이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좋은 삶이 어떤 것인지는 간단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인간은 누구나 자연의 혜택과 타인의 노동에 의존에서 살고 있고, 더 나아가 내 목숨과 삶이 자연과 이웃이라는 환경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역에서 만난 이재영 국가환경교육센터장. 최근에도 이 센터장은 환경교육 회의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역에서 만난 이재영 국가환경교육센터장. 최근에도 이 센터장은 환경교육 회의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환경교육, 수평적 협력구조 필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우리나라 환경교육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센터장은 우선 환경부, 국가환경교육센터, 광역센터, 기초센터 등으로 이어지는 국가환경교육의 체계를 완성해야 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골격에 해당하는 수직적인 구조와 수평적인 구조가 제대로 갖춰져야 하는데, 그 뼈대가 아직 부실하다는 것. 

이 센터장은 “수직적인 뼈대만 가지고는 집을 지을 수 없고 반드시 수평적인 협력구조가 필요하다”며 “교육부, 해수부, 문화예술진흥원, 평생교육진흥원, 각 지자체와 교육청 등이 환경교육의 수평적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또한 “그렇지 않고 각 라인마다 따로 골격을 만들어 가면 고생만하고 성과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수평적인 축이 견고하게 갖춰져야 한다”면서 “현재 시스템 속에서 환경교육을 작동시키는 연료가 있어야 하고 그게 곧 안정적인 국가 환경교육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환경 예산 전체를 봐도 국가 환경교육 예산은 양이 적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이지도 못하다. 예산 확보여부가 불안정해 긴 호흡으로 환경교육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 그러니 단기적인 계획 밖에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이용분담금 등을 활용해 ‘환경교육기금’을 조성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센터장은 2050년이 되면 인류는 크게 2가지 가혹한 조건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첫째,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의 절반이 생존 위기에 놓일 것이다. 둘째,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의 절반은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이미 닥쳐온 기후위기와 환경재난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가야 할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문제의 원인을 제공해 온 산업문명의 도구적 지식과 파편화된 정보를 암기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것.

이 센터장은 “한번 만들어진 것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지금 학교를 지배하고 있는 교육과정과 교과목들이 그렇다. 앞으로 지금 학교에서 개별 교과목들에 쏟아 붓고 있는 시간의 절반은 그것들 사이에 다리를 놓기 위해 쓰여 져야 할 것”이라며 “그 대안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검토해봐야겠지만, 그 중 하나가 환경교육이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이어 “이 말이 교과로서 환경교육을 강화하자는 것이라기보다, 이제 존재할 권리를 위협받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실제 세계 속에서 겪게 될 복잡한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배움의 경로를 만들어 내자는 것”이라며 “지금은 범교과 주제라는 이름으로 학교교육 가장자리에 방치돼 있는 환경·인권·평화·성평등 등의 교육을 연계시켜야 학교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 행복하고 좋은 삶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영 국가환경교육센터장이 ‘기후위기시대 환경교육 입법화’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영 국가환경교육센터장이 ‘기후위기시대 환경교육 입법화’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환경문제, 구조 이해해야 해결 가능

이재영 센터장은 2001년부터 20년 동안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로서 약 400명의 환경 전공 예비교사를 배출한 바 있다. 이 중 30여명이 학교에서 교사로, 약 25명이 학교 밖에서 환경교육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고, 10여명의 환경교육 전공 석·박사 전문가들을 배출했다. 

이 센터장은 2009년과 2015년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환경과 교육과정 자문진 및 개발팀으로 참여해 통합성이 높은 새로운 교육과정 개발에 기여했다. 

2001년부터 환경교육진흥법의 제정 및 제도화 과정에 필요한 연구 등 학회가 주관하는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는데, 참여한 연구 중 대표적인 것으로 △환경교육진흥법 제정을 위한 연구(2002년) △비법정(2002년) 및 법정(2009년) 환경교육종합계획 수립 연구 △환경교육센터 및 기후변화교육센터 건립, 운영 연구(2014년) △환경교육 용어사전 편찬 연구(2016년) △국가환경교육 추진체계 연구(2017년) 등이 있다. 
  
2001년부터 광덕산환경교육센터를 만드는 데도 참여하고 9년 간 센터장으로 활동했다. 2011년 이래 충남 서천으로 내려가서 국립생태원과 협력해 지역 환경교육도 진행하고, 귀촌한 청년 가족들과 지속가능한 농촌마을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 센터장의 환경교육과 관련한 행보는 여기서 모두 나열하기 벅찰 정도다. 명실 공히 환경교육 분야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환경교육계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이 센터장은 “지금부터의 환경교육은 환경문제에 갇히지 않고 평화, 성, 인권, 빈곤, 다문화 등과 연결해 이해하고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경문제를 다룰 때도 우리 사회 가장 약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살펴보고, 누가 가장 먼저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항상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마지막으로 “야구시합을 보면 포지션도 여러 가지고, 등장하는 선수도 많고, 매 게임마다 벌어지는 상황도 다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시합을 가능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규칙은 그 아래에서 일관되게 작동하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겉으로 드러나는 환경문제의 양상은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그 아래에서 작동하고 있는 어떤 보편적 구조는 존재한다. 환경교육이 시민들로 하여금 그 구조를 파악하고 나아가 그 구조를 해체하도록 도울 수 있다면,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문명을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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