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에서 123층 월드타워까지…’재계 5위’ 롯데 일으킨 신격호 명예회장
껌에서 123층 월드타워까지…’재계 5위’ 롯데 일으킨 신격호 명예회장
  • 김형수 기자
  • 승인 2020.01.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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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이 신격호 명예회장 빈소에서 분향하고 있다. (롯데 제공) 2020.1.20/그린포스트코리아
신동빈 롯데 회장이 신격호 명예회장 빈소에서 분향하고 있다. (롯데 제공) 2020.1.2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마지막 대기업 창업 1세대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껌 장사로 사업을 시작해 롯데를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롯데는 19일 오후 4시29분 신격호 명예회장이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눈을 감으면서 고(故) 정주영 현대 회장, 이병철 삼성회장, 최종현 SK회장, 구인회 LG 회장 등 대기업 창업 1세대들이 이끌떤 시대는 끝을 알리게 됐다. 

1921년 울산에서 태어난 신격호 명예회장은 울산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1940년대 초반 일본에 있던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껌이 선풍적 인기를 끄는 것에 주목해 껌 사업에 나서 큰돈을 벌었다. 이후 1948년 롯데가 탄생한다. 자본금은 100만엔, 종업원은 10명에 불과한 회사였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 가정에서 초콜릿 수요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유럽에서 기술자와 시설을 들여오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뒤 롯데는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부분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듭한다. 

한국과 일본이 수교를 한 이후 한국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생기자 신격호 명예회장은 1967년 롯데제과를 세우고 한국에 투자를 시작했다. 롯데그룹은 1970년대 인수를 통해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현 롯데푸드) 등을 품으며 국내 최대 식품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1970년대에는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을 설립하고 유통 및 관광으로 사업 분야도 넓혀나갔다. 1976년 시작된 롯데쇼핑센터(현 롯데백화점 본점) 공사는 1979년 12월에 끝났다. 롯데쇼핑센터는 지하 1층, 지상 7층으로 그 규모가 다른 백화점에 비해 2배~3배 컸다. 1973년에는 6년의 공사 끝에 동양 지하 3층, 지상 38층 규모로 1000여개의 객실을 갖춘 최대의 초특급 호텔 롯데호텔이 문을 열었다. 건설에 들어간 비용은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에 버금가는 1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야 한다”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결단으로 탄생한 롯데호텔은 2010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한국 호텔로는 처음으로 해외 체인을 오픈할 만큼 성장했다.

롯데는 1970년대말 석유화학 산업에도 진출한다. 1979년 공개입찰을 거쳐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해 호남석유화학은 여천단지 내에 3개의 공장을 완공하고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폴리프로필렌(PP), 에틸렌옥사이드(EO)와 에틸렌글리콜(EG)의 상업생산을 개시했다. 호남석유화학은 케이피케미칼 등 국내 유화사와 말레이시아의 타이탄케미칼 등을 인수하며 롯데그룹 성장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2012년 '롯데케미칼'로 사명을 바꿨다. 

1980년대 신격호 명예회장은 잠실 롯데월드 건설 사업에 집중한다. 1984년 신격호 명예회장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 사업을 지시한 지 5년 후인 1989년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테마파크 롯데월드가 오픈했다. 허허벌판이던 잠실에서 놀이시설이 성과를 낼 수 있겠냐던 롯데 임직원들의 회의적 전망과 달리 롯데월드는 성공을 거뒀다. 

“롯데월드를 통해 한국의 관광산업은 문화유산 등 있는 것을 보여주는 단계에서 볼거리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외쳤던 신격호 명예회장은 1995년 관광산업 분야에서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잠실을 롯데월드에서 나아가 한국의 랜드마크로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복합 관광명소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1982년 제2롯데월드 사업 추진 및 운영 주체로 롯데물산을 세우고, 1988년에는 서울시로부터 부지 8만6000여㎡를 매입했다. 

이듬해 실내 해양공원을 중심으로 호텔, 백화점, 문화관광홀 등을 세우겠다는 내용이 담긴 사업계획서를 서울시에 제출했으나 일부 조건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반려당했다. 그럼에도 신격호 명예회장은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 

20여년이 지난 2011년에서야 지상 123층 높이의 초고층 빌딩을 포함한 ‘롯데월드타워’ 전체 단지 건축허가를 최종 승인받았다. 2014년 롯데월드몰과 아쿠아리움을 시작으로 관련 시설들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2017년 4월에는 초고층빌딩을 포함한 롯데월드타워가 오픈했다. 

2010년 중반에는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에서 롯데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나는 등 말년은 편안한지 않았다. 롯데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드러나며 수많은 비판도 쏟아졌다. 2017년 12월에는 법원이 두 아들과 함께 신격호 명예회장의 경영비리 혐의를 인정하면서 징역 4년과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다.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을 당하지는 않았다.

롯데 관계자는 “신격호 명예회장은 과감한 투자와 진취적인 도전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해 롯데를 유통, 석유화학,식품, 관광, 건설・제조, 금융 등을 아우르는 국내외 대표 기업군으로 성장시킨 분”이라고 말했다. 

alia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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