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1년]①방사능 공포, 일본인 변화시켰다

[편집자주]사망 1만5천850명, 실종 3천287명, 전파 혹은 반파된 가구수 37만 세대, 피난민 약 40만 명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던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도 어느새 1년이 흘렀다. 그동안 일본은 잦은 지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단결로 놀라운 회복 속도를 보여왔지만 이번만은 양상이 다르다. 바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과 그에 따른 방사능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동일본 대지진이 미친 영향들을 살펴보고 한국의 원전 진흥 정책과 대안, 그리고 미래를 조망해 보려 한다.

①방사능 공포, 일본인 변화시켰다
②한국 정부가 바라 본 대지진, 그 후 1년
③환경단체들 "한국도 탈원전 시대로 가야"
④줄이는 일본과 늘리는 한국
⑤탈핵 선언 1년, 독일은 친환경 전기를 팔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에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 발생과 그에 따른 쓰나미로 일본은 1995년 한신 대지진 이후 최대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복구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리겠지만 일본 정부는 방사능에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된 후쿠시마 제1원전 반경 20km 이내를 제외하면 차곡차곡 재해 지역을 정리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을 차치하고라도 지진이 많았던 만큼 일본 현지 사람들의 아픈 기억들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치유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 현지인들의 모습은 과거의 지진 이후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원전의 수소폭발로 촉발된 방사능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지진이라는 게 잊혀질 수는 없지만 자꾸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간다"

후쿠시마 현 바로 옆에 위치한 니가타 현 시즈오카 지방에 살고 있는 재일교포 이종옥 씨(자영업, 56)는 20여 년전 일본으로 이민을 왔다. 5년전 니가타 지진과 이번 지진을 겪었지만 이번 만큼은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고 한다.

이 씨는 "지진보다 더 무서운 게 쓰나미고 쓰나미보다 더 무서운 게 방사선이다"라면서 "물건을 사도 방사선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보니 아무 것도 아닌데도 걱정을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니가타 현의 경우 후쿠시마 현을 인접하고 있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당시 북동풍의 영향 때문에 상대적으로 방사능의 영향을 거의 안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방사능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씨는 "방사능이란 게 안보이는 거라서 어딜 가야 될 지 모른다"며 "어디가 안전한 지를 모르겠다"고 속내를 털어 놨다.

이 씨의 경우는 재일교포를 포함해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방사능에 대해 느낀 공포를 보여주는 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공포는 지난해 3월 11일 사고 당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피해자들을 챙겨 주던 모습으로 전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줬던 일본인들의 사고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日 지자체, "방사능 오염 쓰레기 안 받겠다"

단적인 예가 대지진으로 생겨난 쓰레기 처리 문제다. 대지진 당시 집중 피해 지역인 이와테현과 미야기현, 후쿠시마현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모두 2천252만8천 톤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의 쓰레기를 전국에 분산 처리해 2014년 3월 말까지 모든 쓰레기의 처리를 종료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방사능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를 십시일반하고자 하는 일본인들은 거의 없어 난항이 예상된다.

이 씨는 "사람들이 입으로는 걱정을 해도 우리 지역에 가져온다니까 전부 다 반대한다"면서 "나라에서 보조도 해주지도 않으면서 우리 현에 가져온다고 하니 반대가 심한 것"이라 말했다.

교도통신이 일본 내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대지진 피해 지역의 쓰레기 수용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33%는 '현 시점에서는 곤란하다', 53%는 '전혀 수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등의 답변을 하는 등 총 86%가 수용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재이용과 소각 및 매립 등으로 처리가 끝난 쓰레기는 약 5%(117만6천 톤)에 그치고 있다. 지자체와의 교섭 불발로 정부가 목표로 한 시점에 처리가 끝나기는 힘들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이 씨는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라도 더욱 받을 수 없다고 사람들이 말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방사능 오염이 미치는 영향 측정 불가능해 불안감 더 키워

이처럼 지자체를 비롯, 일본 국민들이 동일본 대지진 사후 처리를 꺼리고 외면하는 이유는 정부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방사능이 가져 올 추가 피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 핵의학과 석주원 교수(41)는 "방사능 직접 피폭과 같은 고준위 노출에 대한 연구는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이후의 역학 조사로 거의 100% 정도 규명이 끝났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낮은 수준의 방사능 노출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현재까지 없다"고 설명한다.

석 교수는 "일례로 150밀리시버트 이상이면 피부 조직 세포가 변화한다는 것처럼 고준위 노출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의 기준은 수립돼 있지만 사실 우리는 자연 상태에서도 방사능에 노출돼 있다"면서 "낮은 수준으로 지속적인 노출이 됐을 때 어떤 형태로 영향을 끼치게 되는 지는 역학 연구가 없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고 부연했다.

일본 유력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에서 사후 작업을 벌이고 있던 근무자 4명이 사망한 것을 제외하면 타 지역에서 방사능으로 사망했다고 명시할 수 있는 케이스가 발견된 사례는 없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직접적으로 노출된 것이 확인된 후쿠시마 현 인근 주민들을 관리하는 것 외에는 자가진단법만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도쿄를 비롯한 도심지에서는 3천 엔(한화 약 4만1천400원)을 지불하고 직접 방사능 피폭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결국 이와 같은 불안감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밖에는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석 교수는 "방사능 측정기 등은 가장 영향이 낮은 알파파를 측정하는 것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없으며 알가인, 세슘 등 기화돼 음식물에 남을 수 있는 것들은 이미 검사를 하고 있다"면서 "연구를 통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후쿠시마 사태와 같은 일들이 안 벌어지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니가타 현의 이 씨는 "얼마 전 뉴스에서 원전 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이 첫 지진인 것으로 나타난만큼 1년 전 사태는 80%가 인재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무리 안전하다는 원전도 이렇게 될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을 안심시키려면 애초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주도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 출처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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