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1년]③환경단체들 "한국도 탈원전 시대로 가야"

[편집자주]사망 1만5천850명, 실종 3천287명, 전파 혹은 반파된 가구수 37만 세대, 피난민 약 40만 명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던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도 어느새 1년이 흘렀다. 그동안 일본은 잦은 지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단결로 놀라운 회복 속도를 보여왔지만 이번만은 양상이 다르다. 바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과 그에 따른 방사능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동일본 대지진이 미친 영향들을 살펴보고 한국의 원전 진흥 정책과 대안, 그리고 미래를 조망해 보려 한다.

①방사능 공포, 일본인 변화시켰다
②한국 정부가 바라 본 대지진, 그 후 1년
③환경단체들 "한국도 탈원전 시대로 가야"
④줄이는 일본과 늘리는 한국
⑤탈핵 선언 1년, 독일은 친환경 전기를 팔고 있다

3월 10일, 동일본 대지진이 난 지 딱 1년째인 이날 서울시청앞 광장은 많은 시민들이 가족들의 손을 잡고 마치 나들이를 나오는 것처럼 삼삼오오 모여 들고 있었다. 다양한 부대 행사를 위한 부스들이 차려진 시청앞 광장은 아이들이 여러 행사를 즐기는 모습만 보면 마치 축제의 장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날의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한국에서 핵원전이 없어졌으면 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총 69개 단체가 참여한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 행동이 10일 주최한 이날 행사는 오후 1시부터 54개의 참가 부스를 통한 '탈핵 100배 즐기기' 행사부터 본행사와 거리퍼레이드까지 5시간 동안 계속됐다. 이번 행사에는 경찰 추산 1천700명이 운집해 탈핵 선언을 함께 했다.

녹색당, 진보신당 등 정당들과 지자체가 참가했고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전국학생행진과 같은 대학생 연합 등 참가자들의 면면도 다양했다.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이 행사에 참가, 한국 사회에서의 탈핵 선언에 동참했다.

3시를 조금 넘겨 시작된 본 행사는 일본에서 온 한 소녀와 그녀의 어머니의 생생한 현장 상황 묘사로 문을 열었다. 일본 후쿠시마 현에서 자라고 난 어린이는 한국 국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고 현장은 일순 숙연해졌다.

편지를 낭독한 아베 유리카 학생의 어머니인 아베 사유리 씨는 "1년이 지났지만 변한 건 없다"고 운을 떼며 "가치관과 모든 생각이 변했다"고 심경을 전달했다.

사유리 씨는 "체르노빌 사건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다"면서 "집이나 돈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가족, 건강, 생명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고 지난 1년을 회고했다.

현지의 방사능 사정과는 별도로 후쿠시마 현 주민들간의 차별이 생겼다는 점도 전달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반경 20km 이내 지역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보상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이 외 15만 명으로 추산되는 자발적 피난자들에 대해서는 보상 정책을 펼치고 있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후 그린피스 국제본부 방사능 전문가인 리안 툴 씨는 "원전이 불안전성이 후쿠시마를 통해 증명됐다"면서 "앞으로는 탈핵에 모든 나라들이 동참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른 봄인데도 차가운 바람 때문에 쌀쌀한 날씨였지만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이들 대부분은 본행사 내내 자리를 뜨지 않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날 행사를 통해 새로운 점들을 알게 됐다는 반응이다.

연세대학교 3학년 서연주(22) 학생은 "사실 반핵에 대해 잘 몰랐고 전에는 경제적으로 사실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얘기에 수긍했었다"면서 그러나 "하나하나를 따져 가며 협상할 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의 목숨이 걸려 있는만큼 그런 논리를 통해 협상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금천구에서 온 성청미(43) 주부는 1남의 어머니다. 성 씨는 "애를 데리고 금천구에 있는 원자력 체험관을 가봤을 때만 해도 원전은 안전한 줄 알았는데 오늘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안전한 점만을 보여주지 말고 정부가 나서서 이렇게 나쁜 부분도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와 원자력 발전 진흥 정책을 다른 선상의 문제로 판단, 원전 진흥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월 22일 UN 본회의장에서 "원자력 발전은 불가피하다"라고 선언한 이후 정부의 이 기조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

하지만 행사에 참가한 지자체 장들은 이와는 다른 대안을 내놓았다. 얼마 전 '탈핵선언'을 통해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한 45개 지자체 장 중 이날 행사에 참가한 수원시와 노원구의 단체장들은 지자체의 노력으로 원전없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설파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정책을 세우는 것은 정부이지만 실천하는 것은 도시이다"라며 탈핵에 앞장서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탈핵에 동참한 김성환 노원구청 또한 "노원구청의 외부 연구 용역 결과 한 지방자치단체가 허리띠를 졸라매면 원전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전력을 줄일 수 있다"면서 "지금도 4.5개의 원전에 해당하는 전력을 줄일 수 있으며 전국 240개의 지자체가 수요관리에 동참하면 24기의 원전에 해당하는 전력을 줄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본행사의 막바지에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정부가 원전 확대정책을 중단하고 탈원전 에너지 정책 공약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얼마 전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 65%가 정부의 원전확대 정책에 반대한다는 근거를 들며 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행사는 당초 예정보다 약 30분 늦어진 5시경에 시청앞 광장을 출발, 한국은행과 남대문시장을 거쳐 숭례문을 돌아 오는 거리 퍼레이드로 마무리 됐다. 이날의 마지막 순서인 거리 퍼레이드는 경찰과의 마찰 없이 대체적으로 평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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