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1년]②한국 정부가 바라 본 대지진, 그 후 1년

▲ 동일본 대지진을 몸소 겪었던 권철현 전 주일대사(現 세종재단 이사장)

 

[편집자주]사망 1만5천850명, 실종 3천287명, 전파 혹은 반파된 가구수 37만 세대, 피난민 약 40만 명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던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도 어느새 1년이 흘렀다. 그동안 일본은 잦은 지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단결로 놀라운 회복 속도를 보여왔지만 이번만은 양상이 다르다. 바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과 그에 따른 방사능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동일본 대지진이 미친 영향들을 살펴보고 한국의 원전 진흥 정책과 대안, 그리고 미래를 조망해 보려 한다.

①방사능 공포, 일본인 변화시켰다
②한국 정부가 바라 본 대지진, 그 후 1년
③환경단체들 "한국도 탈원전 시대로 가야"
④줄이는 일본과 늘리는 한국
⑤탈핵 선언 1년, 독일은 친환경 전기를 팔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주일 한국대사관이 위치한 도쿄 지역에 유례없는 지진의 떨림이 찾아오면서 공관 내 모든 업무가 멈춰섰다.

권철현 당시 주일대사는 "마치 장작패는 것같은 '타타타탁' 소리가 났다"면서 "비상계단을 통해서 내려가는데 비상계단도 휘청거리고 앞에 있는 건물들도 휘청휘청댔다"는 회상으로 운을 뗐다.

권 전 대사는 "지진이 크다 보니 여진도 컸는데,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여진만도 180번이 있었다"면서 "당시 정말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총 180회의 지진, 말로는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일본유학 경험이 있는 권 전 대사는 현지에서 많은 지진을 만나봤던 만큼 그것 만으로 문제가 커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권 전 대사는 "지진만 있었으면 큰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거기에 쓰나미까지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이것까지도 시간이 지나면 복구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소식이었다. 권 전 대사는 "원전의 폭발에 의한 방사선 재해라는 것은 일본이란 국가에 최초로 있었던 일이다"면서 "오보가 계속해서 나오고 멀리 떨어진 도쿄 수돗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되는 등의 일들이 벌어졌고, 원전을 빨리 포기했으면 좋았을텐데 도쿄전력이 원전을 살리면서 수습하려고 하다가 문제가 더 커진 것"이라 지적했다.

방사능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대사관 공관으로 '긴급대피명령'을 요청하는 성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사의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져야 현지에서 회사를 다니거나 유학을 하고 있는 한국 국민들이 피난했다가도 원래 자신의 위치로 복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일 대사관은 긴급대피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긴급대피명령을 내려달라는 민원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많은 심사 숙고를 했는데, 이곳이 정말 위험한 지를 알아야만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고 권 전 대사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권 전 대사는 "더 큰 문제는 한시적으로 주재하는 우리같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50만에 달하는 재일동포들도 생업을 포기시키고 한국으로 데려가야 할 지의 문제였다"면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직접 통화를 통해 모든 권한을 위임받고 배 등 수송 수단도 긴급하다면 동원할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것은 기우였다는 설명이다. 권 전 대사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사람을 파견해달라고 해서 대사관 근처, 교민들 집 근처를 모두 검침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일일이 설명했다"면서 "그 이후 교민들이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명령 발동을 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했다.

안전하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3.11 동일본 대지진은 권 전 대사로서는 국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던져줬다. 바로 21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이다.

권 전 대사는 "고향인 부산 바로 옆에 고리 원전 기지가 있다"면서 "후쿠시마 사태를 보면서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끔직하겠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잊어버리고 살았던 내 국가의 안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됐고 한국에서도 환경 오염을 염두에 둔 많은 안전 수칙을 미리미리 생각해 둬야 할 것"이란 언급으로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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