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 5천만톤 오염물질 발생...“전기로 교체시 98.1% 저감”
용광로, 5천만톤 오염물질 발생...“전기로 교체시 98.1% 저감”
  • 송철호 기자
  • 승인 2019.06.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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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전기로 전환’ 강조...효율·환경보호 효과
미국, 철강 총 생산량 중 전기로 비중 67% 차지
현대제철 전기로(사진 현대제철 홈페이지)
현대제철 전기로(사진 현대제철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최근 충남·전남·경북 등의 환경단체들은 철강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고로(용광로)의 블리더에서 대기환경오염물질이 나온다며 업체를 고발해 각 지자체가 ‘고로 조업정지’라는 강도 높은 행정처분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에 해당 철강업체들을 비롯해 철강업계는 “고로 조업정지를 이행한다고 했을 때 재가동 후 상황이 더 좋아질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면서 “노력은 하지만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대응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환경부가 제철소 고로 블리더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 논란과 관련, 해당 지자체에 대안을 마련하는 동안 행정처분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어느 정도 철강업계의 현실이 반영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철강 전문가들은 “용광로 방식의 고로는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며 “현재 논란은 대부분 블리더 개방으로 인한 조업정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용광로는 블리더의 개방 유무와 상관없이 오염물질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용광로는 매년 약 5000만톤의 오염물질을 발생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모든 국민이 배출하는 전체 생활쓰레기의 550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산업 구조상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도 이제는 고로 대신 전기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전기로는 고로에 비해 최대 98.1%까지 오염물질을 저감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철강 총 생산량 중 전기로의 비중이 67%까지 상승했으며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비중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다.

심지어 중국도 2025년 전기로 비중을 최소 30%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고로는 개발도상국에 어울리는 시스템이며 국가의 산업구조가 고도화될수록 고로를 폐쇄하는 추세다.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철강·비철 부문 연구원은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전기로 전환이 강조되는 이유는 효율화와 환경보호에 기인한다”며 “글로벌 조강 생산량의 약 50%를 차지하는 중국의 전기로 비중은 2016년 기준 6%에 불과하지만 만약 중국의 전기로 비중이 1%P 높아지면 글로벌 전기로 비중은 0.5%P가 높아진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이어 “중국의 공신부(MIIT)는 2025년까지 전기로 비중을 최소 3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 목표는 2020년 전기로 비중 20%”라면서 “중국 정부는 변화에 앞서 시장을 교란시키는 저급철강재를 퇴출하고 전기로 지원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과 미국, EU 의 전기 비중 추이
글로벌과 미국, EU 의 전기로 비중 추이

◇고로, 매일 다량의 오염물질 발생

전기로는 전기를 이용해 열을 발생시켜 쇠를 녹이는 가열로를 뜻하며 녹이는 과정을 제강이라고 한다. 발열방식에 따라 저항로, 아크로, 유도로 등으로 분류되며 제강용으로는 대부분 아크로가 사용된다.

고로와 비교할 때 용량이 적고 철스크랩을 원료로 사용한다. 또한 비교적 적은 투자비(5000억~1조원)와 공간을 필요로 하며 공정시간이 짧아 생산대응이 빠르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철 스크랩을 재활용함과 동시에 전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고로에 비해 ‘친환경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철스크랩 성분 중 제거하지 못하는 원소들 때문에 발생하는 미량의 불순물이 항상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정교한 철강제품을 만드는 데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또한 이로 인해 전기로 방식에 의해 생산된 봉형강은 상대적으로 투박하며 고부가가치 강종 생산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료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도 전기로의 큰 단점으로 부각된다.

금속학을 전공하고 철강업계에서 40년간 종사하고 있는 임영일 SRT 대표는 “용광로는 철광석에서 철을 제련하게 되는데, 굉장히 고급 철광석이라고 하더라도 철광석 내 실제 철의 비중은 50%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은 50% 이하의 철을 함유하고 있고 철광석 내 실제 철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불순물, 즉 오염물질로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이어 “이 과정에서 철광석 중 철을 제외한 나머지는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미립자, 분진, 폐수 등 굉장히 많은 오염물질로 변화한다”며 “1kg의 철강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1kg 이상의 오염물질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임 대표에 따르면 블리더 개방 유무는 문제가 촉발된 계기일 뿐 오염물질은 블리더 개방과는 별개로 매일 14만톤씩 발생한다. 

결국 블리더의 개방 유무는 본질적인 논의가 아닌 것이다. 블리더를 개방할 때나 개방하지 않을 때 고로는 매일 다량의 오염물질을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전기로는 철광석이 아닌 폐철을 녹인 ‘철 스크랩’을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폐철을 이용하므로 용광로 제철법과 다르게 오염물질의 배출량이 크게 줄어든다”며 “이산화황의 배출량은 최대 98.1%, 일산화탄소의 배출량은 최대 92.3%까지 저감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또한 “미국은 2016년 기준 전체 조강생산 중 67%가 전기로에서 이루어졌다”며 “일본, 중국도 전기로 사용 비중을 늘려가고 있으며 선진국으로 갈수록 전기로 사용 비중이 높은 편으로 용광로는 굉장히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조강 생산 방식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 현황
조강 생산 방식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 현황

철강 전문가들은 고로 사업은 개발도상국형 산업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선진국형 산업구조로 변화하는 단계에 들어섰고, 이는 기존의 산업모델을 앞으로 지속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임 대표는 “고로 사업을 중단시키거나 해외로 이전시키고 전기로 산업모델로 변화시켜야 한다”며 “한국도 전 세계적 동향을 따라 고로를 점차 폐쇄시키고 전기로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이어 “철강업계에 40년간 종사하면서 누구보다 철강업을 사랑하고 아끼고 있다”면서 “결국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지속적으로 세계 무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이 환경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되며, 단기적으로 전기로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하는 엄청난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환경적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철강업계가 지자체, 환경단체와 소모전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고로는 대용량 설비로 생산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다. 판재류를 주로 생산하며 자동차, 조선, 가전, IT 산업에 쓰인다.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며 전기로에 비해 마진이 높지만 높은 건설비와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고로로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정 연구원도 “고로는 철광석에서 조강을 생산하므로 오염물질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매우 많다”며 “전기로의 원재료는 철스크랩, 즉 고철이라는 점에서 이미 가공된 원료에 추가적인 공정이 추가된다는 점에서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실제로 이산화황가스 배출량은 전기로가 고로보다 많게는 98% 적게 배출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자동차,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생활 스크랩의 규모가 전기로 산업발전에 중요하다”며 “동시에 생활 폐기물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전기로가 고로보다 더 없이 유리한데, 이런 요인의 영향으로 전기로 전환이 세계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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