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오랜 세월 한반도를 둘러싸고 우리나라를 괴롭(?)히던 대표적인 나라라고 하면 중국, 일본이 있다. 이들 나라는 우리나라와 서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경쟁국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불편함을 주는 나라인 게 사실이다. 근래 50년 이상은 남북 분단으로 인해 북한도 불편한 주변국 중 하나가 됐다.

중국, 일본, 그리고 북한. 이 세 나라는 우리나라와 상생의 관계이고 앞으로도 동북아 평화,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 함께 해야 하는 나라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웃으면서 손을 내밀 때 한편으로는 날카로운 칼을 내밀었던 기억이 너무 많다.

여기서 역사 또는 외교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환경문제를 돌아보면 이와 비슷한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던 것 같다.

최근 환경부는 전국 17개 시도, 228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지자체 배출업소 환경관리실태를 평가해 광역 2곳, 기초 14곳을 ‘우수’ 지자체로 선정했다. 이중 우수 기초 지자체 14곳은 김포시, 수원시, 안양시, 포천시, 화성시, 창령군, 대전 서구, 부산 사하구, 서울 강남구, 서울 노원구, 서울 송파구, 인천 서구, 익산시, 당진시 등이다.

여기 열거된 지자체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개뿔”이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붉은 수돗물의 주범인 ‘인천 서구’가 지자체 배출업소 환경관리실태 우수 지자체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물론 말 그대로 배출사업장에 대한 관리를 잘한 지자체를 선정한 것이기 때문에 인천 서구가 그건 잘했을 수 있다. 선정을 위한 심사 기간에 수돗물은 아무 문제없이 공급되고 있었을 거라는 사실도 믿고 싶다. 환경부도 매뉴얼대로 심사했을 거고 인천 서구도 잘한 건 잘한 거다.

문제는 이렇게 환경 관리를 잘한다고 칭찬받는 지자체가 붉은 수돗물로 두 달 가까이 인천 시민과 국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결코 기분이 유쾌할 리 없고 농락당하는 느낌까지 든다.

사실 이런 ‘이율배반적’ 모습은 공공 기관보다 민간 기업에서 더 많이 목격된다. 올해 초부터 아니 수년간 철강과 금속 기업들은 친환경 경영을 천명하면서 오염물질 최다 배출 산업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심지어 그 친환경 경영이야말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최선의 경영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는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여전히 대기를 오염시키고 수질을 오염시키고 영업정지를 당하느니 폐쇄를 당하느니 정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철강과 금속 산업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다.

친환경 경영은 정말 옳다. 선진국 기업들도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하는 경영방식이고 실제로 이제는 그런 경영을 해야만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사례로도 증명되고 있다. 하지만 실체가 명확해야 한다. 보기 좋고 하기 쉬운 친환경 경영이 아니라 실제로 친환경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성장을 위해 다른 것을 다 포기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 사실은 정부나 기업들, 그리고 국민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특히 환경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재난들이 수시로 경고하고 있다.

아직 과도기라고 생각하면서 느긋하게 이해하고 싶어도 지구는 더 이상 우리 인류를 기다려줄 것 같지 않다. 서둘러야 한다. 성장을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하는 시대는 지났어도 여전히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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