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너지소비 30년간 3배 증가…산업부문 62% 차지
주요 선진국 에너지소비 감소…한국은 증가하며 세계 10위
“제조업 비중 높은 독일의 탈동조화 전략 검토 필요”
정부, 에너지 다소비 30대 기업의 에너지효율 혁신 정책 추진

국내 에너지소비와 공급량은 지난 30년 동안 3배가량 증가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에너지소비와 공급량은 지난 30년 동안 3배가량 증가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에너지소비가 산업부문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중에서는 철강과 석유화학, 정유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선진국들은 경제가 성장하면서도 에너지소비가 감소하는 ‘탈동조화’를 이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제조업 비중을 유지하면서 탈동조화 단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국내 에너지소비 30년간 3배 증가…산업부문 62% 차지

국내 에너지소비와 공급량은 지난 30년 동안 3배가량 증가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차에너지 공급량은 1990년 93백만TOE(석유환산톤)에서 2020년 292백만TOE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최종에너지 소비도 1990년 75백만TOE에서 2020년 223백만TOE로 3배 늘어났다.

1차에너지는 일반적으로 어떠한 가공이나 변환 과정도 거치지 않는 자연 상태의 에너지로,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전기나 도시가스로 전환되기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최종에너지는 1차 에너지가 그대로 사용되거나 전기나 도시가스, 열에너지로 전환되어 최종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2020년 기준 전체 에너지공급량 중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가 81.3%를 차지하며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2.8%를 기록했다. 1차에너지 공급 비율을 보면, 2020년 기준 석유가 37.7%로 가장 크고, 석탄 24.8%, LNG 18.8%, 원자력 11.7%, 신재생 및 기타 6.5%, 수력 0.5% 순이다. 최종에너지 원별 소비 비율은 석유가 49.1%로 거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전력 19.7%, 석탄 13.7%, 도시가스 10.4%, 신재생 및 기타 4.3%, LNG 1.6%, 열에너지 1.2%의 순이다. 

최종에너지는 산업과 가정·상업(건물), 수송, 공공 부문에서 사용한다. 부문별 최종에너지 비율을 보면, 2020년 기준 산업부문이 62%로 가장 크고, 건물이 17.9%, 수송 17.7%, 공공은 2.4%이다. 산업부문 비율이 1990년에도 48.4%로 높았지만, 지난 30년 동안 산업부문의 최종에너지 소비가 3.8배 증가하면서 비율이 더욱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량이 다른 부문에 비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산업부문에서는 제조업의 에너지소비가 약 90%를 차지하며, 제조업 중에서는 철강과 석유화학, 정유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에너지 소비량 비중이 약 80%에 이른다. 특히 30대 기업의 39개 사업장이 산업부문 에너지소비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사업장은 에너지를 연간 20만TOE 넘게 소비하는 대규모 시설들이다.

2020년 기준 국내 에너지공급과 소비 흐름도(에너지경제연구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2020년 기준 국내 에너지공급과 소비 흐름도(에너지경제연구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주요 선진국 에너지소비 감소…한국은 증가하며 세계 10위

한국과 달리 주요 선진국의 에너지소비는 감소하고 있다. 유럽의 에너지 전문 컨설팅업체인 ‘에너데이터(Enerdata)’에 따르면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유럽 선진국의 2021년 기준 에너지소비는 1990년 에너지소비보다도 더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의 1990년 총에너지 소비는 206백만TOE에서 2021년에는 156백만TOE까지 감소했다. 독일의 경우는 1990년에 351백만TOE에서 2021년에는 286백만TOE로 줄었다. 프랑스는 1990년에 225백만TOE에서 2000년 255백만TOE, 2010년 263백만TOE로 증가하다 2020년에는 235백만TOE로 감소했다.

유럽 이외의 주요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을 보면, 미국의 1990년 총에너지 소비는 1910백만TOE에서 2000년 2269백만TOE로 증가하다 2010년에 2217백만TOE, 2021년에는 2123백만TOE로 줄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1990년 440백만TOE에서 2000년 520백만TOE로 늘어나다가 2010년 503백만TOE, 2021년 400백만TOE까지 감소했다.

주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에너지소비는 계속 증가하면서 2019년 기준 한국은 1차에너지 공급량이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국가가 되었다. 최종에너지 소비는 10위이고, 전기 소비는 7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소비 상위 10개국의 1인당 소비량을 비교하면, 한국은 1인당 1차 에너지공급량과 전력 소비에서는 3위, 1인당 최종에너지 소비 부문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아울러 경제 규모(GDP) 대비 에너지공급량은 GDP 상위 국가 중에서 4번째로 많았다.

주요 국가별 에너지소비 추이(자료=에너데이터/그래픽=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주요 국가별 에너지소비 추이(자료=에너데이터/그래픽=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제조업 비중 높은 독일의 탈동조화 전략 검토 필요”

주요 선진국은 GDP가 증가해도 에너지소비는 감소하는 ‘탈동조화’를 실현하고 있다. 탈동조화를 나타내는 지표이자 경제 전반의 에너지효율 수준을 의미하는 ‘에너지원단위’를 보면, 한국의 2019년 기준 에너지원단위(TOE/GDP)는 0.17로, 미국(0.11)과 일본(0.09), 프랑스(0.09), 독일(0.08), 영국(0.05)보다 높다. 한국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GDP 한 단위를 생산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한국의 경우 철강과 석유화학 등 에너지다소비 산업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0년 9월에 발표한 ‘주요국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GDP의 탈동조화 경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탈동조화 단계의 국가들은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바꾸거나 제조업을 유지하되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영국은 전체 GDP 대비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1970년대에 20%였으나 2018년에는 10.1%로 낮아졌다. 영국의 탈동조화 현상은 제조업 경제에서 서비스 기반 경제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에 독일은 제조업 비중이 1991년 23.8%에서 2018년에는 23.2%로 영국처럼 탈공업화가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탈동조화 국면에 진입했고, 미국과 일본도 제조업 비중의 큰 변화 없이 탈동조화 단계에 들어섰다.

허가형 국회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우리나라는 제조업 부가가치가 GDP의 30%로 높은 비중을 유지하는 만큼 독일의 사례와 같이 제조업 비중을 유지하는 탈동조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탈동조화 단계의 국가들은 에너지 수요관리와 에너지원 대체, 에너지이용 효율화, 재생에너지 보급 등을 장기간 일관성있게 유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 에너지 다소비 30대 기업의 에너지효율 혁신 정책 추진

정부는 지난 6월 ‘시장원리 기반 에너지 수요 효율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다소비 8대 업종, 30대 기업의 에너지효율 혁신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제조업의 에너지원단위가 소폭 개선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국내 제조업의 에너지원단위를 ‘100’으로 봤을 때 독일은 66을 기록했고, 일본과 영국은 각각 82와 80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다소비 업종의 에너지원단위는 2011~2019년 동안 1~2%가량 증가하면서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30대 기업의 사업장 에너지원단위도 대부분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또한 전기요금과 인센티브, 제도 운영 등 3가지 측면이 에너지효율 투자의 성과를 창출하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전기요금이 낮고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에너지 효율화 투자 시장에 가격 신호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전기요금이 비싸질수록 효율화에 따른 성과도 높아지는데, 전기요금이 싸고 경직돼 있어 수요 효율화 혁신과 신산업 비즈니스 창출이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에너지 효율화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의 설계와 배분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부는 인센티브가 기업 등이 선호하는 세제와 보조금 지원보다는 융자와 연구개발(R&D) 분야에 편중(89%)됐다고 분석했다. 융자 지원도 절감 효과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문의 대표적인 에너지 효율화 수단인 배출권거래제와 에너지 진단 제도 운영도 미흡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배출권거래제가 기업들의 효율 향상 투자보다는 배출권 구입으로 이어지고, 진단 제도도 권고에 의존해 이행률이 저조했다는 분석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에 대응해 기업들은(중복응답) 온실가스 감축에 투자하겠다는 응답(42%)보다 배출권을 구입하겠다는 답(62%)이 더 많았다. 또한 에너지 진단이 효율 투자로 이어진 경우는 45% 수준에 그쳤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연중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 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산불은 나무가 아니라 돈을 태운다

 환경 파괴·팬데믹·글로벌 경제의 나비효과

 굶주리는 세계...식량위기가 지구를 흔든다

 기후위기 경각심...당신은 얼마나 느끼나요?

 영국과 독일에서 배운다...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기후위기 대응이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경·경제·기후 3대 위기 “대전환 절실”

 기후위기와 인플레이션의 관계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더미에 묻힌 인류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버려진 제품에 흔들리는 미래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내연기관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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