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녹색채권 발행·탄소배출권 시장 진출 등 녹색금융 행보
"녹색금융 정책 더 마련해야…금융사 인식제고·사후검토 필요"
금융당국, 녹색금융협의체 가입·'금융권 녹색금융 핸드북' 내놔

기후변화 대응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경제 이슈로 떠오르면서 경제 질서가 변화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이른바 ‘녹색금융’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녹색금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 대응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경제 이슈로 떠오르면서 경제 질서가 변화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이른바 ‘녹색금융’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녹색금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부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가 본격화되면서 녹색금융 시장도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앞다퉈 녹색금융 행보를 보이긴 했지만, 녹색금융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녹색금융의 의미가 퇴색되거나 녹색금융 투입이 기대만큼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게 현실이었다.   

금융권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녹색금융 확대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지만, 정부와 금융사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금융사들의 인식 제고는 물론, 사후 검토와 관리도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금융권 '녹색금융' 행보 눈길…녹색채권 발행·탄소배출권 시장 진출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경제 이슈로 떠오르면서 금융 질서도 변화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녹색금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녹색금융은 금융사가 녹색산업 및 녹색성장과 관련된 기업, 자산 등에 투자, 대출 또는 보증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환경을 파괴하거나 오염하는 것을 방지하고, 파괴된 환경을 복원 치유하며 기상 이변에 대응하는 등 녹색 경제 활동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데 기여하는 금융이다.

대표적으로 은행들은 녹색채권 발행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특히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금융위가 올해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적용 시범사업'에 산업은행·IBK기업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 6개 은행이 참여 중에 있다. 현재 신한은행이 먼저 녹색분류체계 관련 녹색채권을 1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은 국내 금융사 최초로 5억달러 규모의 기후채권 공모 발행에 성공했다. 기후채권은 국제기후채권기구(CBI)의 사전 인증을 획득하고 발행하는 녹색채권으로 발행자금을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프로젝트에만 사용해야하는 가장 엄격한 기준을 따르는 고난이도 ESG채권이다. 우리은행은 그린본드와 소셜본드를 결합한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녹색채권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녹색채권 규모는 1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6억원 규모였던 녹색채권은 2019년 2조1억원, 2020년 3조원으로 늘었으며 2021년 15조50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어 증권사들은 탄소배출권 시장에 진출해 녹색금융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5년 정부가 도입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탄소배출권 과부족 할당 업체가 잉여나 부족한 탄소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 국내 증권사는 규제와 의무 시장인 할당배출권 시장 탄소배출권 자기매매와 중개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다.

현재 탄소배출권시장에 진출한 증권사는 하나증권과 한국투자증권, SK증권이 시장조성자(LP)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17곳 증권사가 회원 자격으로 매매 거래에 참여 중이다.  자발적 탄소배출권 관련 부수 업무를 신청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SK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이다. 

탄소배출권 시장도 몸집을 불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탄소배출권 시장의 연간 누적 거래대금은 2015년 139억원에서 2021년 605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 "녹색금융 전망 좋지만…아직 갈 길 멀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RE100(2050년까지 사용 전력을 100%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 등으로 국내 산업계가 친환경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녹색금융 시장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다만 “국내 녹색금융은 아직 갈 길이 멀다”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우선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 정부 정책이 더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녹색금융 정책 마련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전에는 녹색금융의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아, 무엇이 녹색금융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 조차 혼란이 있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녹색금융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과연 무엇이 진정한 녹색경제 활동인가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서 지난해 말 금융사들이 녹색금융과 관련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금융권 녹색금융 핸드북’을 내놓았다. 해당 핸드북은 은행연합회 등 5개 금융협회가 금융사의 녹색금융 추진체계, 녹색금융의 실행·관리, 유의산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시범사업'에 따른 녹색채권 발행 진행도 이뤄지고 있다. 다만 아직 시범사업 단계라 녹색금융 정책이 구체적으로 더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각 산업에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녹색금융이 적재적소로 투입돼 금융권의 녹색금융 활성화라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구체적인 시스템이나 정책이 더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후리스크를 측정할 가이드라인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제2차 ESG 워킹그룹 회의'에서 백태영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ISSB) 초대위원(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은 "금융권 중 은행과 보험사의 경우 탄소산업으로 분류될 움직임도 있다"며 "ISSB 에서 금융배출량 측정 및 공시 이슈가 부각되는 만큼 업계와 금융당국은 글로벌  ESG 규범에 대한 모니터링과 기후금융 관련 가이드라인을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의 녹색금융 인식제고도 미흡한 것으로 보여진다. 비영리단체인 기후솔루션이 올해 초 내놓은 '국내 주요 금융기관 100개 기후변화 정책 평가' 보고서를 보면 금융 기관 100곳 중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기관은 16곳에 그쳤다. 기후솔루션은 금융기관의 3분의 2가 탈석탄 선언을 했지만 대부분 ‘신규 석탄발전사업 투자 중단’에 그쳐, 실효성 있는 종합적인 탈석탄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녹색금융이 '그린워싱'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사후검토와 관리가 면밀히 이뤄져야한다는 조언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녹색금융의 가장 큰 과제는 사후검토 관리"라며 "녹색채권을 예를 들면 현재 인증기관들마다 인증 기준들이 천차만별이고, 이에 따라 객관성이나 일관성이 없어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성실하게 이행되고 있는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녹색금융의 인증부터 시작해 사후검토와 관리들이 면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녹색금융시장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은 녹색금융 열풍…금융위·금감원 녹색금융협의체 가입

전 세계적으로 녹색금융에 관한 국제적 논의는 상당히 진척돼 있다. 2015년 전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과 금융사 등으로 이뤄진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가 설립됐다. 이어 2017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으로 구성된 녹색금융협의체(NGFS)가 만들어졌으며, 2018년에는 유럽연합(EU)이 3대 주요 목표 및 10대 실행계획을 내용으로 하는 지속가능금융 실행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녹색금융은 이미 활발하게 조달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뉴파이낸셜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각국 정부와 은행, 기업 등 민·관에서 채권·대출·주식을 통해 조달한 녹색금융 자금 규모는 지난 2020년 대비 2배가량 늘어난 3110억유로(약 421조원)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국의 금융당국과 금융사도 국제적 움직임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2019년 한국은행에 이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녹색금융협의체에 가입했다. 녹색금융협의체는 기후 및 환경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이행 지원 등을 목적으로 지난 2017년 12월에 설립된 자발적 논의체로, 116개국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구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연중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 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산불은 나무가 아니라 돈을 태운다

 환경 파괴·팬데믹·글로벌 경제의 나비효과

 굶주리는 세계...식량위기가 지구를 흔든다

 기후위기 경각심...당신은 얼마나 느끼나요?

 영국과 독일에서 배운다...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기후위기 대응이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경·경제·기후 3대 위기 “대전환 절실”

 기후위기와 인플레이션의 관계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더미에 묻힌 인류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버려진 제품에 흔들리는 미래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석탄발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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