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 급증
일회용으로 디자인된 포장재 문제 심각

플라스틱 문제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소비 방식에서 발생한다. 우리가 소비한 플라스틱은 어디로 어떻게 사라지고 있을까. 사라지지 않는다면 어디에 어떤 형태로 남아있을까. 우리는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긴 한 걸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문제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소비 방식에서 발생한다. 우리가 소비한 플라스틱은 어디로 어떻게 사라지고 있을까. 사라지지 않는다면 어디에 어떤 형태로 남아있을까. 우리는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긴 한 걸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인들은 편리에 따라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익숙하다. 플라스틱 문제는 그렇게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소비 방식에서 발생한다. 굳이 플라스틱이 아니어도 되는 것에도 찰나의 편의성을 위해서 일회용으로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버리는 방식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지구를 병들게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은 폐기물 급증과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탄소배출로 인한 지구가열화 등 다양한 문제와 맞닿아 있다. 우리가 소비한 플라스틱은 어디로 어떻게 사라지고 있을까. 사라지지 않는다면 어디에 어떤 형태로 남아있을까. 우리는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긴 한 걸까. 

앞서 말했듯 문제는 플라스틱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플라스틱 제품을 너무 자주, 너무 많이 사용하는 소비 방식에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택배 이용률과 음식배달 이용률은 2019년 대비 각각 19.8%, 75.1% 증가했다. 이에 따라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의 양도 각각 14.6%와 11% 증가했다.

이렇게 소비된 석유 기반 플라스틱은 매립이나 소각 시 토양과 대기를 오염시킨다.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분해되는 데 최장 500년이 넘게 소요된다고 알려진다. 심지어 사라지지 않고 점점 더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고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생태계에 끊임없이 영향을 끼친다.

◇ 배달음식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 급증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월 23일 발표한 ‘플라스틱 배달용기 사용실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배달음식 서비스 시장이 크게 성장,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배달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017년 2.7조 원 규모에서 2020년 17.4조 원으로 6.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배달음식 플라스틱 용기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1개 메뉴당 평균 18.3개, 무게로는 147.7g의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배달음식 이용자가 일주일 평균 2.8회 주문한다는 오픈서베이 조사 결과를 반영하면, 배달음식 이용자 1인당 연간 약 10.8kg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셈이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이 2021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배출량은 88kg로 세계 주요 21개국 중 3위에 해당한다. 플라스틱 배달용기 사용량은 국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의 약 12%에 해당한다. 

따라서 탈 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배달용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은 플라스틱 배달용기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률 높이기 위해서 플라스틱 용기 표준화 및 재질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조사대상 플라스틱 배달용기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재질, 실링용기 등을 제외하면 전체 중량의 최대 45.5%만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플라스틱 배달용기를 재활용 가능한 재질로 전환하고, 실링용기는 PP 재질의 뚜껑 형태로, 소형 반찬용기는 일체형 또는 대형으로 표준화하는 등 현재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개선할 경우 실질 재활용률을 약 78.5%까지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 배달앱 사업자와 함께 다회용기 제공 또는 내 그릇 사용 캠페인 등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기간이나 예산 등이 한정돼 있어 실질적인 사업의 정착을 위해서는 배달앱·외식 사업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환경부는 플라스틱 배달용기 중 재활용되지 않는 재질을 제한하고 용기 표준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배달용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 참여 역시 중요하다. 배달음식 주문 시 일회용 수저 안받기, 불필요한 반찬 제외하기 등 배달앱 옵션을 적극 활용하고 다회용기 또는 내 그릇 사용 등을 통해 포장 활성화 등 친환경 소비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포장재 및 용기 생산이 36%로 가장 높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포장재 및 용기 생산이 36%로 가장 높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한 번만 쓰고 버려지도록 디자인된 포장재 문제

그린피스가 2019년 12월 발간한 보고서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의 유혹’에 따르면 1분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고 있으며 그 중 상당량을 플라스틱 포장재가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포장재 및 용기 생산이 36%로 가장 높고, 건설재료와 섬유가 각각 16%, 14%로 뒤를 잇는다. 문제는 소비량이 가장 많은 포장재의 평균수명이 가장 짧다는 데 있다. 포장재의 평균 사용기간은 6개월 이하로 건설재료 35년, 전자제품 20년에 비해 짧다.

포장재는 애초에 한 번만 쓰고 버려지도록 디자인돼 있다. 존재 목적이 편의성에 있는 포장재는 토양오염과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석유 기반의 플라스틱은 흔히 분해되는 데 최장 500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걸리는지는 정확하게 계산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플라스틱이 처음 등장해 사용된 지 150년 정도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아직도 썩지 않고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다. 일부 플라스틱은 유해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사용 환경에 따라서 해당 물질이 침출되기도 한다. 내용물에 따라 용기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플라스틱도 많다는 얘기다.

과학자들은 식품 포장재에 사용된 화학 첨가제가 어떠한 위험 요소를 갖고 있는지 지속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서 플라스틱에 포함된 독성화학물질이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4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100건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3건을 유통 차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폴리스티렌(PS) 용기가 지방성 식품 사용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서울시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의 재질 확인 후 사용을 권장하며 PS와 PET 재질은 전자레인지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환경과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플라스틱 사용량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30~2035년 2015년의 2배, 2050년에는 3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별다른 조치란 다름 아닌 개인, 기업, 지자체, 정부가 모두 탈플라스틱을 위해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은 텀블러, 개인용기, 장바구니 등을 생활화하고 플라스틱 대체재가 사용된 제품을 구매하고, 기업은 일회용 플라스틱의 판매·유통 주체로서 실질적인 제품과 서비스 변화를 도모하고, 지자체는 일회용 플라스틱 회수 및 재활용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정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저감 정책과 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플라스틱 없는 삶은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각 주체들이 플라스틱 문제를 빠르게 인식하고 책임을 함께 지면 생활의 면면에서 플라스틱을 줄여나가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다음 회차 기사에서는 플라스틱 만큼 인류의 필수품으로 여겨지지만 과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의류폐기물 문제에 대해서 다룬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연중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연재는 11월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총 35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 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산불은 나무가 아니라 돈을 태운다

 환경 파괴·팬데믹·글로벌 경제의 나비효과

 굶주리는 세계...식량위기가 지구를 흔든다

 기후위기 경각심...당신은 얼마나 느끼나요?

 영국과 독일에서 배운다...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기후위기 대응이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경·경제·기후 3대 위기 “대전환 절실”

 기후위기와 인플레이션의 관계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더미에 묻힌 인류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자원 내다 버리지 마세요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석탄발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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