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남미 날씨에 우리나라 콩 수입 영향 받아
재난 속 식량 위기...“온실가스 배출량 대폭 줄여야”
“평균기온 1도 올라가면 수확량 10퍼센트씩 감소”
“기후변화 심해지면 국내 쌀 생산 줄어든다” 지적도

달라지는 날씨가 식탁 위에도 위기를 불러온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기후위기와 에너지시장의 변수 등이 곡물생산량과 공급망 구조를 흔들고 이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들이 식량난 또는 경제난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온이 오르면 세계 식량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달라지는 날씨가 식탁 위에도 위기를 불러온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기후위기와 에너지시장의 변수 등이 곡물생산량과 공급망 구조를 흔들고 이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들이 식량난 또는 경제난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온이 오르면 세계 식량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달라지는 날씨가 식탁 위에도 위기를 불러온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기후위기와 에너지시장의 변수 등이 곡물생산량과 공급망 구조를 흔들고 이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들이 식량난 또는 경제난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온이 오르면 세계 식량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 건조한 남미 날씨에 우리나라 콩 수입 영향 받아

하나씩 짚어보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1월 발표한 ‘농업전망 2022’ 보고서에서 “2022년 1월 현재 라니냐로 남미에서 건조한 기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콩과 옥수수 생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곡물 생육 시기에 엘니뇨 또는 라니냐가 발생하면 단수 감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해당 지역 콩과 옥수수 주산지를 직접 언급하면서 “12월 강수량은 100mm를 훨씬 밑돌았으며 일부 지역은 전월 강수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채유용 콩은 브라질과 미국에서 대부분 수입되며 채유용 콩의 전년 및 평년 대비 수입 비중이 브라질은 늘고 미국은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지역 날씨가 우리나라 곡물에 영향을 줬다는 의미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기후사회연구소(IRI)는 올해 겨울까지 라니냐가 지속되고 내년 봄 중립 수준이 될 거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고온·건조한 날씨로 옥수수의 ‘좋음-아주 좋음’ 등급 비율은 90%(2021년 12월 1일 기준)에서 23%(2022년 1월 12일 기준)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콩은 88%에서 31%로 하락했다.

에너지 시장 변수도 곡물에 영향을 미쳤다. 2021년 질소비료의 주원료인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 상승, 코로나19로 인한 운송 차질, 그리고 주요 비료 수출국의 수출 제한 조치 등의 영향으로 비료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생산비 상승과 식량 인플레이션 심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 재난 속 식량 위기...“온실가스 배출량 대폭 줄여야”

인류 인구는 증가 추세다. 먹을거리가 많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수확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국제문제연구소는 지난해 9월 '2021 기후변화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서 “글로벌 수요를 맞추려면 2050년까지 농업의 식량 생산량을 거의 50% 늘려야 한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감축하지 않으면 수확량이 3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내용은 연합뉴스가 지난 1월 국내에도 인용보도 했다.

가뭄과 전쟁 등 재난이 이어지는 상황도 먹거리 문제에 빨간 신호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은 지난 4월 11일 “동아프리카의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40년 만에 가뭄에 시달리던 터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당시 월드비전에 따르면 현재 동아프리카 7개국 중 아동을 포함한 약 8백만명의 사람들은 동아프리카 지역 분쟁과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 여기에 농작물을 파괴하는 메뚜기떼 습격 등으로 극심한 기아 사태에 직면해 있다. 월드비전은 “국제사회는 기후위기에 대한 조기 대응이 부족했으며 결국 약 2,800만명이 식량 불안으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태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충돌이 겹치면서 식량 시장이 요동쳤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3월 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보다 34%, 지난 2월에 비해 12.6% 상승했다. FAO는 최근 열린 제169차 긴급 특별이사회를 통해 “밀과 식물성 기름과 같은 주요 식품 가격이 치솟으며, 전세계의 소비자들, 특히 취약계층에게 엄청난 비용부담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에너지 가격이 식품 가격과 비례해 상승하기 때문에 최빈 개도국, 저소득 식량부족 국가의 구매력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날씨가 달라지면 먹거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날씨가 달라지면 먹거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평균기온 1도 올라가면 수확량 10퍼센트씩 감소”

기후위기는 먹거리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자신의 저서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수확량이 10퍼센트씩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 보고를 인용해 “2050년에는 지구에 지금보다 식량이 2배 정도 더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자는 지구온난화 관련 재난 시나리오를 오랫동안 취재해왔고 TED 강연을 비롯한 여러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 칼럼니스트다.

해당 책에 따르면 기온이 2도 상승하면 가뭄이 지중해 연안과 인도 상당 지역을 강타하고 전 세계 옥수수 및 수수 농장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세계 식량 공급에 큰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여기에 기온이 2.5도 상승하면 가뭄을 중심으로 여러 문제가 더해지면서 세계적인 식량 부족 사태가 시작될 것이라고 책은 경고한다. 지구가 생산할 수 있는 칼로리 양보다 필요한 양이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이미 열대지역은 효율적으로 곡물을 재배하기에 기온이 너무 높으며 현재 곡물이 생산되는 지역은 벌써 최적의 온도에 달해 있다”는 연구 결과를 함께 소개했다. 그러면서 “기온이 소폭만 상승하더라도 (곡물) 생산성은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후변화가 닥치면 주곡작물 입장에서는 더 잦은 홍수, 더 많은 균과 병해는 물론 해충과도 싸워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책에 따르면 자연적인 밀 분포 지대는 극지방을 향해 매년 약 250킬로미터씩 이동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경지를 무작정 북쪽으로 옮길 수도 없다. 마을이나 도로, 상가와 공장 등이 이미 들어선 토지를 한순간에 비우기가 어렵고 특정 지역은 기온이 올라 지금보다 몇 도 따뜻해져도 토양 비옥도가 최적의 상태를 달성할 때까지 여러 세기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 “기후변화 심해지면 국내 쌀 생산 줄어든다” 지적도

달라지는 날씨와 식량 위기의 관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또 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저서 ‘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를 통해 “기후변화가 심화될 경우 국내 쌀 수확량도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석 위원은 책을 통해 “날씨가 더워지면 우리나라에서 쌀을 이모작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어 일부 지역에서 이모작이 가능해지더라도 병충해가 심해져 실제로 생산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책에 따르면 그 이유는 이렇다. 벼는 자가수분으로 열매를 맺는데 그 시기에 39도가 넘는 폭염이 3~4일만 계속돼도 제대로 수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 이미 기후여건상 쌀농사가 가능한 지역에서 최대한 경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인데 이 지역의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면 벼를 주식으로 소비하는 국가들은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될 거라는 지적이다.

세상에는 많은 먹거리가 있지만 인류가 주로 먹는 건 쌀이나 밀, 옥수수 그리고 콩 등 몇 가지 작물로 한정돼 있다. 풀을 먹고 자라는 소도 있지만 대부분의 소들은 공장식 농장ㅇ서 옥수수가 섞인 사료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결국 육류 생산도 식용작물의 원활한 생산이 중요하다.

책은 영국 리딩 대학 워커기후시스템연구소 팀 윌러 교수의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이미 기후변화가 식량 생산에 큰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아프리카 밀 생산량이 꾸준히 감소해 2050년에는 현재보다 17퍼센트 감소되고 남아시아 지역에서 옥수수 생산량이 16퍼센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2021년에 미국 남서부는 다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며 캐나다 유럽 등도 유례없는 폭염을 겪었다. 책은 “한동안 안정세를 유지하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다수국가가 식량을 수출 제한했던 2008년 수준과 아랍 지역 민중 봉기가 이어졌던 2011년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회차 기사에서는 '기후위기가 과장되고 왜곡된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다룬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연중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연재는 11월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총 35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 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산불은 나무가 아니라 돈을 태운다

 환경 파괴·팬데믹·글로벌 경제의 나비효과

 굶주리는 세계...식량위기가 지구를 흔든다

 GDP의 착시...기후위기는 왜 부정되는가

 영국과 독일에서 배우는...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한중일 동아시아 3국 무역 전략과 기후위기의 관계

 정부 향한 조언...단기 성장 위해 미래 팔지 말자

 기후불황이 인플레이션 부른다?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없이 살기에 도전하다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자원 내다 버리지 마세요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석탄발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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