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향후 60여 년 동안 원전은 주력 기저전원”
탈원전 로드맵에 따른 탈원전 시기 2084년으로 늦춰져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원전 설비 증가
탈원전 공방,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될 듯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청와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청와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쟁이 임기 내내 정치권에서 계속되었다. 문 대통령의 최근 “향후 60여 년 동안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활용해야 한다”는 발언을 두고 ‘탈원전 정책을 뒤집은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이어 다음 정부에서도 원전 설비는 증가하게 되는 가운데 2084년에 모든 원전이 폐기되는 것을 ‘탈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번 대선에서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을 내걸었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정치권에서의 탈원전 공방은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문 대통령, “향후 60여 년 동안 원전은 주력 기저전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활용해야 한다”면서 “다만 적절한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원전의 안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이 지닌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이고, 특정 지역에 밀집되어 있어 사고가 나면 그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에너지믹스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며 “우리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금지 등을 2084년까지 장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신한울 1, 2호기와 신고리 5, 6호기는 포항과 경주의 지진, 공극 발생, 국내 자립기술 적용 등에 따라 건설이 지연되었는데, 그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 강화와 선제적 투자가 충분하게 이루어진 만큼,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단계적 정상 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에너지 수급 불안 문제가 대두되자 문재인 정부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탈원전’ 정책을 뒤집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민의 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주요 공약을 내세웠던 터였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7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현재 운영하고 있는 원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기존에 이미 계획에 반영되어 건설 중인 원전은 높아진 안전기준을 충족하면서 속도감 있게 건설하여 최대한 활용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조치다”라며 “또한 에너지전환 정책은 안전에 대한 국민 요구와 세계 최고 원전 밀집도, 지진 위험성, 사용후핵연료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 탈원전 로드맵에 따른 탈원전 시기 2084년으로 늦춰져

탈원전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주요 야당과 언론의 문제 제기, 정부의 설명을 보면,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뒤집은 것일까?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전환 정책과 최근 문 대통령 발언이 다른 내용인지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다. 

2017년 6월 19일 국내에서 최초로 건설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영구 정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거쳐 공론화위원회의 정책권고를 바탕으로 정부 방침을 확정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원전의 단계적 감축 방안을 담은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같은 해 10월에 마련했다.

에너지전환 로드맵은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기 위하여,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등을 통해 원전은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 20%로 확대하는 등의 계획을 담고 있다. 또한 정부는 원전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권고도 적극 수용해 다수기 안전성 평가 강화, 내진설계기준 상향, 원전비리 척결 등 원전 안전기준 강화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원전은 2017년 24기에서 2022년 28기, 2031년 18기, 2038년 14기 등으로 단계적으로 감축되며, 이러한 원전의 단계적 감축 방안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했다. 당시 로드맵에 따라 마지막 원자력발전소가 문을 닫는 시기(탈원전)는 2080년이었다. 이후 지진과 안전 문제 등으로 건설 중인 원전의 준공 시기가 늦어지면서 문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새로 건설될 원전이 설계 수명 60년을 마치게 되면 탈원전 시기도 2084년으로 늦춰지게 된다.

◇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원전 설비 증가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설비는 2017년 22,529MW에서 2021년 23,250MW로 늘어났다. 원자력 발전량도 2017년 148TWh에서 2020년에 160TWh로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에 대한 입장을 2017년 10월 에 발표하면서 “현 정부에서는 4기의 원전이 새로 가동되어 원전의 수와 발전 용량이 더 늘어나게 된다”며 “정부는 다음 정부가 탈원전의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 6월에 확정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는 탈원전 정책을 포괄하는 에너지전환 계획이 담겨 있다. 중점과제 중 하나인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믹스로 전환’의 주요 내용을 보면, 원전은 점진적으로 감축하고 석탄은 과감하게 감축하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확대하고, 미세먼지를 저감하며 2030년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을 이행한다는 것이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구체적인 계획을 담아 2020년 12월 말에 수립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을 보면, 원전 설비는 2024년에 27,250MW까지 증가하다가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19,400MW로 감소한다. 석탄발전 설비는 2024년에 40,612MW까지 늘어나다가 2034년에 29,012MW로 줄어든다. 반면에 2034년까지 LNG발전 설비는 59,096MW, 신재생발전 설비는 77,764MW로 대폭 늘어난다. 

◇ 탈원전 공방,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될 듯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인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활용해야 한다”는 것과 “우리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금지 등을 2084년까지 장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는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전환 정책 중 원전 정책을 재차 설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탈원전 정책을 뒤집은 것’이라는 일각에서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원전이 향후 60여 년 동안 주력 기저전원으로 역할을 하다가 2084년에 폐쇄하게 되는 것을 두고 ‘탈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다음 정부에서도 원전 설비는 증가하게 되는 가운데 이번 대선에서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을 내걸었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반면에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2040년 탈원전을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다음 정부가 탈원전의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지만, 정치권에서의 소모적인 탈원전 공방은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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