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싸도 1900원대…가격 인하 효과 분산해야

▲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첫 문을 연 알뜰주유소

 

알뜰주유소가 늘어나면서 인근 주유소 판매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정책적 효과를 보고 있지만 하락 폭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크다. 정책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달 10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서울 시내 첫 알뜰주유소인 형제주유소가 개장한 후 금천구 일대의 가격 인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알뜰'을 주무기로 내세운 만큼 형제주유소의 기름값은 주변보다 저렴하다.

19일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보통휘발유 값은 ℓ당 1천949원, 차량용 경유가격은 1천778원이다.

형제주유소가 알뜰주유소로 변경한 후 근처 주유소들은 일제히 가격 인하에 나섰다. 인근 주유소와의 가격 경쟁력이 '생명'인 업종 특성 상 고객들의 발길을 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인근 금천주유소는 형제주유소와 동일한 가격인 1천949원에 보통휘발유를 판매하고 있으며 다른 주유소들도 약 30원 정도의 편차를 보이는 수준으로 가격을 인하했다.

한국석유관리원 강승철 이사장은 "정책의 핵심이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해 알뜰주유소 인근 주유소의 판매 가격을 인하시키는 것인만큼 정책적 효과를 충실히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격인하 폭은 좁고, 판매상들만 고통 부담

알뜰주유소 등장으로 소비자들이 더 싼 값에 기름을 공급받고 있지만 인근 주유소 업주들은 울상이다.

결국 '싸다'는 알뜰주유소로 손님이 몰리는 바람에 고객이 줄고 가격 인하로 영업마진이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이에 일부 주유소의 반발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경기도지회는 17일 정부 주도의 알뜰주유소가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을 냈다.

정부가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할 업자를 선정하려고 농협중앙회에 지시해 시행한 농협중앙회·한국석유공사의 석유구매 공동입찰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회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에 제일 처음으로 알뜰주유소가 들어섰다"며 "알뜰주유소 주변의 일부 주유소는 매출액이 절반가량 급감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가격이 낮아진다고 해서 큰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19일 현재 전국 보통휘발유 평균가는 1천986.4원, 약 50원 정도 저렴하다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1950원 대의 높은 가격으로 구매를 해야하는 입장이다.

한국주유소협회의 한 SK자가폴 협회원은 "알뜰주유소와 동일한 가격으로 보통주유소에도 공급해 준다면 우리도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정유사나 정부의 세금 감면 등의 수단이 없으면 더 이상 가격을 내리는 것은 무리다"고 언급했다.

◆가격 더 낮출 수는 없나?

서민 고통을 일부 경감했다지만 여전히 유가는 고공행진이다. 하지만 알뜰주유소 등의 정책을 확장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더 이상 가격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는 게 사업자들의 의견이다.

알뜰주유소 1호점을 운영 중인 경동의 고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도 장사이기 때문에 전국의 판매 가격, 인근 판매 가격에 맞춰서 가격을 책정하게 된다"면서 "일정 수준 이상 낮추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외적인 상황에 좌지우지 되는 휘발유값의 성격 상 인하 자구책은 협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주유소협회 등에서는 카드수수료 인하 등도 처방이라고 지적한다.

협회 관계자는 "카드수수료를 인하해서 가격에 반영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이와 같은 대안을 생각하기 보다는 단순히 일반 사업자들의 고통만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정유사의 고통 분담 요구도 있다. 서민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한 관계자는 "공급업체들이 고통을 분담해 준다면 더 가격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지난해 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경동알뜰주유소가 '국내 1호' 알뜰주유소로 영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 전국에 알뜰주유소 간판을 내건 주유소는 6곳이다.

지식경제부는 2월 내 250곳, 3월 말까지 기존 농협NH알뜰주유소 330곳을 포함해 모두 400개의 알뜰주유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사에서 기름을 대량으로 싸게 사들이고 각종 부가서비스를 없애 주변 주유소보다 ℓ당 최대 100원 낮게 팔겠다는 취지의 주유소 폴을 말한다.

sman321@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