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표가 FTA 관련 진전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한미 대표가 FTA 관련 진전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그린포스트코리아 조규희 기자] 한국과 미국이 FTA 개정에 합의했다. 이번 개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시작됐으며, 향후 5년 간 FTA 주요 현안을 중심으로 개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미 FTA 한국 대표인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상호 이익 증진을 위해 FTA 개정의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히며, 이번 개정이 동등한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는 듯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입장에서는 한미 FTA 개정 테이블에 앉게 된 자체가 굴욕적인 상황으로 비춰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한미 FTA 폐기 압박에 백기를 든 모양새이기 때문. 한미 FTA 개정에 대해 미국의 주요 외신들이 트럼프와 미 행정부의 승리라고 표현하며 보도하는 이유다. 

한미 FTA는 2007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처음으로 시작된 이래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개정돼 2012년부터 이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트럼프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끔찍한 협상을 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를 개정하거나 폐기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한미 FTA에 대한 전면 개정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FTA로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의 큰 폭의 무역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에 기록한 277억 달러의 상품 무역 적자가 원인으로 지목한 것. 그러나 서비스 무역 흑자가 107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던 만큼 미국이 무조건 불리한 협약이기 때문에 개정해야 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위협이 최고조를 이룬 시점에 무리하게 한미 FTA 개정을 추진하는 상황 자체가 미국 동맹국에게 잘못된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만약 한국정부가 안보에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경제 분야를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인다면 무역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난 잘못된 FTA의 전례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영국에서 Brexit 이후 FTA 재협상 1순위로 한국을 지목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비단 한국과 미국 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한미 FTA 개정이 한국의 기조를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첫 단추임을 감안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에 대한 본격 검증의 시간이 됐다고 볼 수 있다.

khcho@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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