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력에 사실상 백기투항
농민단체 성명서를 내고 거세게 반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독소조항을 제거하는지 지켜보겠다.

5일 한미 FTA 재개정협상을 진행하고있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5일 한미 FTA 재개정협상을 진행하고있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문재인정권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북핵문제를 비롯해서 중국과의 사드문제등 외교적으로 어느 것 하나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미국의 거센 압력에 한미자유무역협정(FTA)를 재협상하기로 사실상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무역대표부는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마치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10월 국회비준이후 만 6년만에 재협상을 시작하는 한미 FTA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이 실질적 위협으로 판단됨에 따라 ‘폐기’보다 ‘개정’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무역대표부 “양측은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FTA의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히며 한미 양국은 개정협상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한국은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미국은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라 관련 절차를 밟게 된다.

‘통상조약법’은 통상조약의 신규 체결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어 개정 관련 별도의 규정이 없다. 그러나 개정이 실질적으로 새로운 규정을 추가하거나 기존 조항을 변경하는 경우 통상조약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국 산업부가 개정 절차에 통상조약법을 적용한 것은 한미 FTA의 본질적인 내용을 변경하는 ‘전면 개정’을 시사한 것으로 통상조약법에 따라 한국 측은 협상 개시를 위해 먼저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한 뒤 공청회를 개최한 후 산업부 장관 명의로 세부내용 및 주요일정과 대응방안 등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거쳐 국회에 보고하면 개정협상을 위한 절차가 마무리된다.

문재인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환경TV DB]
문재인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환경TV DB]

문제는 야당의 반발과 농민을 비롯한 관련 업계를 설득하는 것으로 발표 첫날부터 야당과 농민단체는 성명서 발표와 페이스북을 통해서 입장을 표명하며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자신의 글에서 “국익을 손상하는 협상을 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2011년 10월 한미 FTA 비준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때 통진당이 최루탄을 터트리며 나를 매국노 이완용에 비유하고 반드시 재협상해서 독소조항을 제거하겠다고 하던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그렇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사진 페이스북 캡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사진 페이스북 캡처]

농민단체역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5일 성명서를 통해 "오늘 아침 미국에서 열린 한미 FTA 특별회기 2차 협상에서 양국은 개정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면서 "이는 추가개방을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전농은 "한미 FTA 이후 미국 농축산물 수입이 눈덩이처럼 늘어났고 농업 붕괴는 심화됐다"며 "더구나 1차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한 농산물 관세철폐를 노골적으로 요구했고, 특히 쌀개방도 압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또한 한미 FTA 협상을 총괄하는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파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한편 "문 대통령이 지금처럼 한미동맹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트럼프의 말에 놀아난다면 세계적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에 협상을 총괄하는 김현종 본부장은 2011년 한미 FTA 때도 이명박 정부의 교섭책임자로 당시 한미 FTA 국회비준은 민주통합당의 반발로 인해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날치기통과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2012년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FTA의 독소조항을 꼽으며 “국익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말과 함께 재협상의 의지를 표명한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환경TV DB]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환경TV DB]

 그러나 이번 개정협상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을 내세워 한미 FTA 폐기 카드를 꺼내들면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협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번 개정협상의 주요 쟁점사항인 자동차를 비롯한 농산물시장의 추가개방이 산업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 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핵문제와 중국과의 사드마찰등 산적해 있는 외교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맞이하는 이번 개정협상은 현 정부의 외교력과 정치력을 총동원해야 하는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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