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유발하는 바이러스, 풍치 원인균 등 잡는 물질 포함하고 있어..

#'생물 자원 전쟁'이라고들 한다. 2014년 9월 발효한 유전 자원의 이익 공유와 관련한 '나고야 의정서' 때문이다. 덕분에 바이오 산업 등 생물 자원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업계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외 원료 수입 가격에 웃돈을 얹어 줘야 할 상황이 다가온다는 불안감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수입해 쓰던 생물 자원을 국내 자원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국내에서만 4만여 종에 해당하는 생물 자원의 효능을 일일히 찾아내고 정리하는 '분류' 작업을 기업이 직접 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역할을 정부가 맡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동·식물을 분류해 그 중 산업에 적용 가능한 물질들을 찾아내는 일들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특허는 기업이 싼 값에 이용 가능하다. 이에 환경TV는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생물 자원, 어떤 것들을 이용할 수 있는 지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아까시 나무 채집 모습. (출처=국립생물자원관)

 


아카시아 나무 아닌 아까시 나무, 너무 잘 자라 '고민'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어릴 때 들었던 동요에서 등장하는 '아카시아', 껌 브랜드 중에서도 '아카시아 껌'이 있을 정도로 아카시아란 용어는 우리 귀에 익숙하다.

하지만 우리가 부르는 아카시아는 사실 '아까시나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콩과 장미목의 나무다.

전문가들은 이 아까시나무가 일본에 가로수 용도로 수입된 후 1880년도쯤 도입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식물 생태보감' 1권에 나오는 경북 성주 지방리의 우리나라 최고령 아까시나무가 약 130년 정도의 수령이라는 점이 근거다.

문제는 이 나무의 특성이다. 뿌리에 질소를 붙잡아 식물이 영양분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질소 고정 박테리아'가 있어서 아무리 척박한 땅이더라도 잘 자란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토종 식물의 서식지를 위협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생태계나 서식지·생물종을 위협하는 '위해 외래종'이라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태적으로 위해하다는 의견이 있기는 해도 아까시나무는 쓰임새가 많은 식물이다. 이미 민간 요법을 비롯,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5~6월에 짙은 향기를 내며 피는 아까시 꽃은 기관지염이나 위장병, 신장염, 중이염 치료 등에 민간 요법으로 쓰이고 있다. 아까시 꽃에 들어 있는 이뇨 및 해독 작용을 하는 로비닌과 소염 및 이담(담즙 생산) 작용을 하는 아카세틴 성분 덕분이다.

여기에 최근 연구 결과는 아까시나무가 항 바이러스 성분까지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바이러스성 피부 염증이나 흔히 풍치로 불리는 치주 질환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성분이다.

아까시나무 꽃. (출처=국립생물자원관)

 


바이러스 잡는 아까시나무, 뭐뭐 잡길래..

국립생물자원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까시나무 추출물 속에 있는 특정 성분이 '허피스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능력을 보였다.

허피스 바이러스는 한 번 감염되면 평생 동안 감염성을 유지하는 만성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잠복했다가 면역력이 저하하면 다시 나타나고, 다시 잠복하고를 반복하면서 평생동안 감염자를 괴롭힌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8종의 허피스 바이러스 중 아까시나무 추출물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종류는 '감마 허피스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종이다. 잠복했다가 다양한 종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다..

생물자원관은 아까시나무의 추출물 중에서 민간 요법에도 쓰이는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7가지 물질을 분리, 각각의 물질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실험했다. 항 바이러스 성분을 연구해 본 것.

그 결과 7가지 물질 중 '아카세틴'과 '아피제닌'이라는 물질이 감마 허피스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와는 별도로, 아까시나무의 잎과 줄기에서 추출한 성분이 '풍치'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도 확인했다.

아까시나무 추출물의 풍치 원인균 억제 효과 실험 결과. (출처=국립생물자원관)

 

잎 및 줄기 추출물은 풍치의 대표적인 원인균인 '포르피로모나스 긴기발리스'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국내외 치약 제품 중에는 식물 추출물을 사용한 사례가 있는 만큼 아까시나무 추출물 역시 항 바이러스 제품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생물자원관 유용자원활용과의 박혜윤 연구사는 "어떤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지와 관련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종의 아까시나무 특허, 기업에서 이용하려면

이 연구 결과는 2014년 8월과 11월에 각각의 국유 특허로 출원한 상태다. 생물자원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특허다.

현 시점에서는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특허청으로 귀속되지는 않았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 모든 특허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인 '특허 정보 검색 시스템(www.kitris.or.kr)'이나  '지식재산 거래정보 시스템(www.ipmarket.or.kr)'의 '국유 지식재산' 카테고리에서 검색을 하더라도 곧바로 이용할 수는 없다는 것.

일반적으로 국유 특허를 이용할 경우 특허청의 '특허로(www.patent.go.kr)'를 통해 사용 신청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이는 특허 등록이 완료돼야만 가능한 일로, 보통 특허가 출원 후 2년 정도 지나면 등록이 완료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몇 달 정도는 기다려야 사용 신청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등록이 완료된 후 이 특허를 이용할 때 들어가는 정확한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생물자원관은 '어떤' 제품을 '얼마나'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조수현 생물자원관 연구사는 "물품에 대한 공장도 단가와 판매 수량 대수, 기여율 등을 넣어서 산정을 한다"라며 "그래서 굉장히 싸며,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라도 신청해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까시나무처럼) 아직 비공개 상태인 특허들도 있는데, 이는 연구자가 후속 또는 보완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카테고리 별로 문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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