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통과 후 텔레그램 가는 인원 늘어..'사이버 망명' 또 현실화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료 직후인 지난 2일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소위 '사이버 망명'이 줄을 잇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밴드 등 우리나라 사회에서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국산 SNS보다는 보안이 가능한 '외산' SNS를 사용하겠다는 움직임이다.

3일 오전 11시 현재 텔레그램은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부문 3위의 순위를 기록 중이다. 구글의 앱스토어인 '구글 플레이'에서는 '핫 이슈'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현재 구글 플레이에서의 텔레그램 설치 횟수는 169만여 회에 달한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 SNS인 '브콘닥테'를 설립한 파벨 두로프가 만든 메신저다. 서버가 독일에 있으며 비밀대화 기능, 대화 후 자동삭제 기능 등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텔레그램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테러방지법 통과 여파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테러방지법은 '테러위험인물'을 '테러단체의 조직원'이나 '테러를 일으키고자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규정한다.

여기서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발동할 정도로 논란이 된 부분은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라는 문구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 '누구나'로 판단 가능한 대목이다.

국정원이 이에 해당한다고 자체 판단한다면 통신비밀보호법 8조에 따라 법원 영장 없이도 카톡이나 밴드 등의 메시지에 대한 긴급 감청이 가능하다. 감청 이후 36시간 이내에 법원 허가만 받으면 된다. 이미 받고 나서 '허락'만 형식적으로 받으면 된다는 얘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17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서 "국정원은 이미 3,500만 이용자가 있는 네이버 밴드를 조사한 바 있다. 철도노조 관련 발언이 나온 방은 모두 조사했다"며 "국정원은 카톡, 밴드 뿐 아니라 내비게이션도 사찰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테러방지법이 없는 지금도 이 정도다. 만일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라며 "통과되면 여러분 단톡방 조심하시라. 카카오톡이 정부에 대항해 사찰을 거부할지 지켜봐야한다. 이러니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떠나는 것이다"라고 첨언했다.

그렇다면 왜 텔레그램은 안 될까. 비밀은 서버의 위치에 있다. 서버가 테러방지법 적용을 받지 않는 해외에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대화 후 삭제 기능까지 있다보니 사후 감청도 힘들다.

인셉***이라는 한 누리꾼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우리 생활이 평범하다고 '정원이'가 봐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라며 텔레그램 설치 이유를 밝혔다.

 

트위터 등 다른 SNS에서도 "ㅋㅋ 어쨋든 텔레그램 가입자가 또 늘고 있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 국회의원까지 텔레그램으로 피난한다니" 등의 글들이 올라오는 상태다.

이같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우려는 국내에서만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

텔레그렘의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는 지난달 23일 "테러방지법을 통한 도·감청 확대는 한국 정부가 원하는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테러방지법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브라더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빅브라더란 음모론에 입각한 권력자들의 사회통제 수단을 지칭한다.

한편 이같은 국내에서의 일련의 움직임이 우리나라의 언론 자유 순위가 떨어지는 데도 일조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세계인권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지난해 집계한 언론 자유도 순위에서 총점 33점으로 210개 국가 가운데 67위를 차지했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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