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유튜브영상 캡쳐

 


'금일 강풍 및 강설로 인해, 낮 12시 출발편까지, 전편 결항되었으며 이 후편의 운항도 불투명 합니다. 금일 대기 접수는 23일 결항 손님에 한하여 접수 중입니다.'

생후 8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남편과 제주도 여행을 온 주부 박 모씨(여,30)는 24일 오후 아시아나에서 보내 온 문자를 받고 한숨이 짙어졌다. 문자를 받은 지 하루가 더 지나 25일이 됐지만, 상황은 여전하다. 오히려, 공항 안 체류객은 더 늘어나 10만 명이 박스를 이불 삼아 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한다.

공항 안은 시장통처럼 정신이 없다. 밤이면 애기 울음소리와 어린이들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가득하고, 아침과 저녁에는 세수라도 하려는 사람들로 화장실 줄이 길어진다.

박씨는 당장 애기 기저귀가 걱정이다. 소변을 볼 때마다 갈아주던 기저귀를 몇 번씩 모았다가 갈아주어도 오늘 밤에는 2개 남은 기저귀가 동날 것 같다.

다행히 공항 내에는 애기 엄마들끼리 모여, 분유나 기저귀를 상부상조하고 있어서 급한 고민은 덜게 됐지만, 식료품 또한 걱정이다.

공항에 체류하는 10만 명의 체류객들이 삼시 세끼를 공항에서 해결하다 보니, 식당의 식재료가 모두 소진 된 것은 물론 편의점 식료품까지 동이 났다.

"부장님, 오늘(25일) 저녁에는 비행기가 뜬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내일은 꼭 출근하겠습니다". 한 쪽에서는 남편이 회사 부장님에게 사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들떠서 온 제주도 여행의 설렘은 온데간데 없고 근심과 걱정만 가득하다.

강한 한파가 공항에까지 스며들어, 잠바를 목까지 여며도 추운 것은 막을 수 없다. 박씨는 돈을 두 배, 세 배를 더 주고라도 공항 근처 숙소를 잡으려 했지만 이미 숙박업소와 찜질방은 관광객들로 꽉 차버렸다.

박씨는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평소에 자주 애용하는 다음 포털의 '육아맘' 카페에 접속했다. 역시나 이미 카페에서는 제주도의 육아맘들이 숙박을 무료로 제공해주겠다는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출처=다음카페 캡쳐화면

 



다음카페뿐만이 아니었다. 페이스북에도 체류객들의 열악한 상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숙박을 제공하겠다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박씨는 일단 숙박을 제공해주겠다는 사람들에게 쪽지를 보내고 연락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 때, 갑자기 제주공항에서 안내 방송이 들렸다. 

"제주공항 운항중단이 해제되었습니다. 오후 3시 이후 임시 비행편을 포함해서 총 190편의 비행기가 공급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제주공항에 계류 중인 여객기에 쌓인 눈을 녹이는 데에만 3시간이 걸립니다. 육지로 가는 첫 비행은 오후 3시가 될 것입니다."

박씨는 항공사에서 준 대기 번호를 확인했다. 255번. 잘하면 저녁 전까지 도착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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