⓵ 선우엄마(김선영)와 택이아빠(최무성) “조용히 등장해 주연”



출처=tvn '응답하라 1988' 홈페이지

 

 [환경TV뉴스] 홍종선 기자 = 지난 26일 방송된 16화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인생이란 아이러니-1’ 편의 전국 유료플랫폼가구 평균시청률은 16%(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순간 최고시청률은 18.1%. 케이블과 위성TV, IPTV 통합 동시간대 1위의 시청률이다. 8주 연속 동시간대 패권을 거머쥐고 있다.

채널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지상파라고 해서 무조건 시청률을 보장 받는 시대가 아니라지만, 시즌1부터 쌓여 온 고정 팬층이 있다지만, 케이블TV가 선보이는 드라마의 성적이기에 함께 즐거워하는 박수소리가 큰 게 사실이다.

시청자들이 ‘응답하라 1988’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경제 불황 속에서, 어려웠지만 인간미 남아 있던 시절의 풍속도가 미소를 머금게 하고 현실감 넘치는 에피소드와 꼼꼼한 소품들이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또 신원호 PD의 물 오른 연출력, 지치기는커녕 탱탱함을 더해가는 이우정 작가의 필력 등 다수의 연출진과 작가진이 보여주는 극을 향한 애정과 노력이 근간을 지탱한다.

뭐니 뭐니 해도 시청자를 매회 TV 앞으로 불러들이는 ‘힘’은 배우들의 연기력에 있다. 계속 잘해 온 성동일 이일화(덕선이 아빠 엄마)만이 아니다. 애초에 기대를 모은 라미란 김성균(정환이 엄마 아빠), 배우들의 연기선생님 최무성(택이 아빠)만이 아니다. “아니 어떻게 여섯 살 진주마저 연기를 잘해?”. 이 말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혜리, 류준열, 박보검, 고경표, 류혜영, 안재홍, 이동휘, 최성원…, 어디서 본 듯도 하지만 이름이며 얼굴이 친숙하지만은 않던 그들, 오로지 실력으로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간만에 드라마 볼 맛을 선사하는 연기자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려 볼까. 뭉뚱그리기엔 너무도 아까운 명연기들 아닌가.

부모 세대부터 보자.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어른 커플은 부부가 아니다. 일상의 상부상조, 네 맘 내가 알고 내 맘 네가 알아주며 달달한 ‘케미’를 자랑하는 김선영(선우 엄마)과 최무성이다. 물론 일부 시청자는 덕선(혜리)을 둘러싼 정환(류준열)과 택이(박보검)의 삼각관계, 젊은 커플의 이야기보다 선후 엄마와 택이 아빠의 러브라인이 이야기 중심부에 있는 것에 불만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제작진이 방송 전부터 시즌 3편은 청춘들의 이야기보다 가족 이야기에 중점을 둘 것임을 밝혔고, 그 결과 전 연령층으로부터 고른 관심을 받아 시청률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환영받는 커플이다. 특히나 두 배우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는 배우자가 있으나 없으나 외로운 인생의 고비를 넘고 있는 중장년층의 깊은 공감을 얻고 있다.

먼저 배우 김선영은 고등학생 부모들 가운데서, 특히나 함께 모여 수다 떠는 동네 아줌마 무리에서 가장 무명이었다. 하지만 첫 회부터 라미란, 이일화 사이에서 밀리지 않는 사투리 내공을 보이며 눈길을 끌었고 남편 잃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고초를 주로 유쾌하게 때로 눈물겹게 연기하며 비중을 늘리더니 근래에는 중년의 ‘썸’으로 주연으로 우뚝 섰다. 아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머니면서도 고향 오빠 최무성(부모들의 경우 극중 이름과 실명이 같다) 앞에서는 살뜰하고 살가운 천생 여자다.

개인적으로 김선영이 처음 눈에 든 것은 영화 ‘위험한 상견례’에서다. 사돈이 될 경상도 일가를 탐문하러 간 전라도 사람 박철민이 공중전화를 쓰기 위해 구멍가게에서 동전을 교환하려는 장면. 100원 하나를 10원짜리 10개로 바꾸는, 간단하자면 아주 간단할 수 있는 일을 두고 경상도 가게 여주인과 실랑이를 벌이는데 그 말맛이 아주 찰지더라. 말재간이라면 둘째 가라하면 서러워할 박철민과 붙은 장면임에도 결코 밀리지 않고 상대를 쩔쩔매게 했다. 그 가게주인이 김선영이다. 영화 홍보사에 전화해 이름을 물었다. “연극하시는 분이긴 한데…” 대번에 이름이 나오지 않을 만큼 ‘아직은’ 대중의 시야 밖에 있었다.

그게 2011년, 본인에게는 더딘 시간이었을지 모르겠지만 4년 만에 안방극장에서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단단히, 그것도 사랑스럽게 찍었다. 16화에서 전국노래자랑 예심을 앞두고 떨리는 심장을 달래보겠다고 마신 소주에 점점 취해 가는 장면, ‘저 좀 술 취한 연기 좀 합니데이’ 뽐내지 않아도 압권이었다.

출처=tvn '응답하라 1988' 홈페이지. 왼쪽부터 배우 김선영, 김설, 최무성.

 

택이 아빠 최무성 역시 아는 사람은 아는 배우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고수지만 인지도 높은 배우는 아니었고 대중이 그 진가를 맛볼 기회도 드물었다. ‘응답하라 1988’를 통해 진국 연기를 발산 중이다. 최무성의 연기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점차 모습을 드러낸 거대 빙하, 또 다른 것은 반전의 묘미.

최무성은 드라마 초반 그저 골목길을 쓸었다. 이래도 저래도 흔들림 없이 매일 새벽 골목길을 청소하는 과묵한 아저씨였다. 무색무취, 투명인간처럼 시끌벅적한 쌍문동 골목 한켠에 조용히 동네 평상마냥 놓여 있던 배우 최무성은 ‘택이 아빠’로서 슬슬 시동을 걸었다. 정말 ‘슬슬’이었다. 제 집 드나들 듯 택이네 집을 들락거리는 선우(고경표), 덕선이, 정환이, 도룡뇽 동룡(이동휘)에게 “그래” “그래”, 집에 들어가도 좋다는 허락인지 어서 오라는 인사인지 혹은 그 모두의 의미인지 고개만 끄덕였다. 별스럽지 않은 연기인데도 ‘참 한결 같은 사람이구나’ 최무성에 대한 믿음을 줬다.

그렇게 서서히 수면 위로 자신을 드러낸 배우 최무성은 두 여자를 만나며 연기의 깊이를 과시하고 있다. 고향친구의 동생 선영이를 묵묵히 챙기는 따뜻한 모습이 기존 과묵형 최무성의 확장판이라면, 선영의 딸 진주와 보여 주는 하모니는 반전이다. 극중 별명처럼 커다란 곰처럼 생긴 그가 머리카락을 토끼처럼 묶고 종이인형을 오리는 모습에 큰 웃음이 터진다. 지진이 나도 나무아미타불을 읊조릴 것 같은 그가 포장마차에 뛰어든 시궁쥐 한 마리에 벌벌 떠는 모습 역시 그야말로 깨알 재미를 주는 반전이다. 그 덩치, 우락부락한 외모에 귀.엽.다.

진주(김설)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엔 아줌마들 곁에서 얌전히 놀았고, 선우 오빠에게 딸싹 붙어 앙증맞게 웃었다. 존재만으로도 극의 활력이 되던 김설이 고 조그마한 입을 벌려 대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세상에나, 야무지기 이를 데 없고 능청맞기까지 하다. 엄마에게 마음 있는 옆집 아저씨 대하는 법을 알고, 덕선 언니 보라(류혜영)와 연애 중인 오빠 선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한다. 여섯 살 진주도 이리 연기를 잘하는데 언니 오빠, 아줌마 아저씨들의 연기야 말해 뭣하나. 신원호 PD를 비롯한 제작진의 배우 간택 안목이 다시금 놀랍다.

다음 이야기는 ‘응답하라 1988’의 키스커플, 선우와 보라 그리고 장만옥이라 불리는 미옥(이민지)과 목하 열애 중인 정봉이형(안재홍)으로 풀어 간다.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