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그랜저, SM5, 말리부 등 국산 고급차 디젤 차량 잇따라 출시
기름값·연비에 유럽 배기가스 기준까지 대응 가능한 친환경성 호평

팍팍한 경제 사정이 자동차 시장을 바꾸고 있다. 연비 대비 유지 비용이 적은 디젤차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진 것도 이를 방증한다. 과거 소음이 심하다며 외면받던 디젤차가 휘발유 차량 수준의 편안한 주행감을 가져온 것 역시 한 몫했다. 더 큰 장점은 배기가스다. 공해를 많이 배출해 '공공의 적'으로 불리던 일조차 옛말이다. 이에 본보는 3회에 걸쳐 진화하는 디젤차 시장을 들여다 보고 앞으로의 변화 양상을 조망하려 한다. / 편집자 주

①디젤차가 대세다
②1ℓ로 100㎞ 달리는 디젤차 상용화 '코앞'
③국내 배출가스 기준 강화…노후 디젤차 해법은?

[환경TV뉴스] 정택민 기자 = 최근 자동차 시장의 '핫 키워드'는 디젤차다. 특히 올해 들어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디젤 승용차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중형급 이상 차량 중 최초의 디젤 승용차인 그랜저 디젤을 최근 국내에 출시했다.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GM)도 각각 SM5 디젤, 쉐보레 말리부 디젤을 출시했다.

수입차 시장은 단연 디젤차가 주력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연료별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디젤차가 1만1421대로 전체 1만6442대 중 69.5% 수준의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디젤차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기름값과 높은 연비 때문이다. 디젤차는 현재 가솔린보다 기름값이 10% 가량 싸고 연비가 더 높다는 장점을 가졌다. 그러면서 차세대 동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종류가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휘발유값이 다소 내렸지만 디젤차와 가솔린차의 매출에 주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디젤이 가솔린 연료보다 값이 싼 데다가, 가솔린이 디젤보다 유리한 이점이 전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디젤차는 특유의 공해와 진동·소음 등의 문제로 승용차 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BMW의 디젤 엔진은 올해 말부터 발효 예정인 유럽 배기가스 기준 '유로6'를 이미 2008년부터 충족했다"며 "지난 30년 동안 디젤 차량은 성능과 배출가스 면에서 크게 발전했다"고 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디젤차 관련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기존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특히 디젤차의 가장 큰 단점으로 부각되던 소음, 진동의 억제와 관련된 기술·소재 개발로 인해 디젤차에 대한 시장 전반의 인식이 변화되고 있어 당분가 디젤차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산 디젤차, 소형에서 중형으로
현대·기아차는 최근 국내 디젤차 비중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아반떼 디젤과 K3 디젤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그랜저 디젤을 출시했다.

그랜저 디젤은 최고 202마력의 출력과 45.0㎏.m의 토크를 내는 2.2ℓ E-VGT 엔진, 그리고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연비는 2등급으로 연료 1ℓ당 13.8~14㎞ 주행이 가능하다.(복합연비 기준) 디젤이지만 CO₂ 배출량은 142~144g/㎞로 가솔린 모델보다 낮다. 유로6에도 대응 가능한 수준이다.

현대차 측은 "그랜저의 인지도, 고급감, 편의·안전 사양의 강점에 디젤차의 강한 힘과 효율성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특히 BMW, 벤츠, 아우디 등 수입 디젤차와 대등한 성능을 갖추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용, 보험금 등 차량 전 측면에서 합리적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쏘나타와 K5, K7의 디젤 모델 출시도 검토 중이다. 현대차 측은 "현 시점에서 디젤 엔진이 추가될 차량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향후에도 다양한 차종에 디젤 엔진 적용 여부를 검토함으로써 소비자 니즈에 적극 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른 국산차 업체도 디젤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말 소형SUV인 QM3를 디젤 모델로 출시한 데 이어 올해 7월 중형세단 SM5의 디젤 모델을 내놨다.

르노의 1.5ℓ dCi 디젤 엔진과 독일 게트락사의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출력 110마력에 최대토크 24.5㎏.m의 성능을 낸다. 연비는 1등급이며 연료 1ℓ당 16.5㎞ 주행이 가능하다.  CO₂배출량은 117g/㎞다.

한국지엠도 올해 초 쉐보레 말리부 디젤을 출시했다. 독일 오펠사의 2.0ℓ 디젤 엔진과 일본 아이신사의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 156마력의 출력과 35.8㎏.m의 토크를 낸다. 연비는 3등급이며 연료 1ℓ당 13.3㎞ 주행이 가능하다. CO₂배출량은 149g/㎞다.

◇외제차 디젤 시장, 이제는 연비 경쟁으로
국내 제작 차량보다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수입차 디젤 시장의 경우 이제는 연비 경쟁에 돌입한 모습이다.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괴물 연비'를 앞세운 재규어의 XE다.

오는 2015년 출시 예정인 XE는 2.0ℓ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갖춰 최고 163마력의 출력과 38.7kg.m의 토크를 낸다. 유럽 연비 기준으로 1ℓ에 최대 31.89㎞까지 달릴 수 있으며 CO₂배출량도 99g/㎞로 유로6를 충족한다.

BMW가 지난달 국내에 출시한 SUV 차량 X3는 배기량에 따라 2종의 디젤 엔진(2.0ℓ, 3.0ℓ)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이 중 2.0ℓ 엔진을 쓴 엑스드라이브(xDrive) 20d는 최고 190마력의 출력과 40.8kg.m의 토크를 낸다. 연비는 2등급이며 연료 1ℓ당 14.1㎞ 주행이 가능하다. CO₂배출량은 140g/㎞다.

미니 쿠퍼 D는 1.5ℓ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쓴다. 최고 116마력의 출력과 27.6kg.m의 토크를 낸다. 연비는 1등급이며 연료 1ℓ당 19.4㎞ 주행이 가능하다.  CO₂배출량은 98g/㎞다.

▲ 메르세데스 벤츠 GLA200 CDI. = 출처 메르세데스 벤츠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달 소형 SUV인 GLA200 CDI를 출시했다. 이 차량은 최고 136마력의 출력과 30.6㎏.m의 토크를 내는 2.0ℓ 디젤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탑재했다. 연비는 1등급이며 연료 1ℓ당 16.2㎞ 주행이 가능하다. CO₂배출량은 120g/㎞다.

메르세데스 벤츠 관계자는 "GLA200 CDI 외에도 향후 지속적으로 디젤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지만 하반기에 출시할 모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jtm1122@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