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차체 경량화 등 다양한 최신 기술 디젤과 융합해 고연비 구현
정차 시 저절로 엔진 시동 끄는 연료 절감 기술까지도

팍팍한 경제 사정이 자동차 시장을 바꾸고 있다. 연비 대비 유지 비용이 적은 디젤차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진 것도 이를 방증한다. 과거 소음이 심하다며 외면받던 디젤차가 휘발유 차량 수준의 편안한 주행감을 가져온 것 역시 한 몫했다. 더 큰 장점은 배기가스다. 공해를 많이 배출해 '공공의 적'으로 불리던 일조차 옛말이다. 이에 본보는 3회에 걸쳐 진화하는 디젤차 시장을 들여다 보고 앞으로의 변화 양상을 조망하려 한다. / 편집자 주

①디젤차가 대세다
②1ℓ로 100㎞ 달리는 디젤차 상용화 '코앞'
③국내 배출가스 기준 강화…노후 디젤차 해법은?

▲ 폭스바겐 XL1. = 출처 폭스바겐

 


[환경TV뉴스] 정택민 기자 = "1ℓ의 연료로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까?"

자동차 업계는 오래 전부터 불안정한 유가와 배출가스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적은 연료로 오래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드는 데 몰두했다.

지난해 폭스바겐이 선보였던 '1ℓ 자동차' XL1은 1ℓ 연료로 최대 111.1㎞(유럽 기준)를 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화제가 됐다. 돌고래를 닮은 디자인으로 공기저항을 줄이고 디젤 엔진과 전기 모터를 조합한 디젤 하이브리드 동력기관을 갖췄다.

XL1이 경이적인 연비를 구현한 것은 엔진과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기술적 트렌드인 엔진 다운사이징과 경량화 등 다양한 기술이 디젤 디자인과 융합돼 시너지를 이룬 결과다. 이제 디젤은 다양한 연비 경쟁 기술에서도 휘발유 차량을 대신하고 있다.

◇디젤 입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XL1은 1ℓ 디젤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Plug-in Hybrid Vehicle, PHV)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로 주행하다가 전기가 모두 소모되면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과 마찬가지로 엔진과 모터를 병행해 주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과 달리 외부 충전이 가능하며, 순수 전기차처럼 전기가 바닥나 차가 멈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덕분에 현재 업계에서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손꼽히고 있다.

실제 동급의 디젤 엔진과 휘발유 기반 엔진의 효율성을 비교할 때 디젤 엔진의 효율이 연비 면에서는 더 낫다. 일례로 2014년형 아우디 A6 2.0 디젤과 가솔린 모델의 연비는 각각 15.9㎞/ℓ와 9.0㎞/ℓ로 6.9㎞/ℓ나 차이가 난다.

심지어 해당 모델은  CO₂ 배출량마저 휘발유보다 뛰어나다. 아우디 A6 2.0 디젤은 123.0g/㎞이지만 휘발유 모델은 194.0g/㎞로 큰 차이를 보인다. 제작사들이 휘발유뿐만 아니라 디젤 기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개발하는 이유다.

◇엔진 다운사이징, 연비 늘고 엔진 소형화 가능해져
엔진 다운사이징(Downsizing)은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차 크기를 유지하되 무게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인 저배기량 엔진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엔진 배기량을 낮추면서 성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산소 주입량을 늘려 엔진 성능을 높이는 과급기를 장착했다. 또 연료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연료 직분사 방식을 이용, 기존 고배기량 엔진에 근접한 수준으로 성능을 끌어올렸다. 연비 효율을 높이는 디젤에 날개를 단 격이다.

볼보의 S60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10년 전 S60은 2.4ℓ 이하의 디젤 엔진 자체가 없었다. 당시 연비는 12.2㎞였다.

하지만 현재는 1.6ℓ급 S60도 개발이 완료돼 상용화 된 상태다. 해당 엔진을 장착한 S60의 연비는 복합연비로 1ℓ 당 최대 17.2㎞다. 이 엔진을 쓰는 S60 D2는 올해 환경부 장관상인 '에너지 위너상' 대상을 수상했다.

르노삼성의 SM5 역시 1.5ℓ 디젤 엔진을 쓴다. 차는 중형급이지만 엔진 배기량은 소형급이다. 그럼에도 연비는 16.5㎞까지 나온다.

◇약방의 감초, 듀얼클러치 변속기
이처럼 엔진 배기량을 낮추면서도 연비를 높이고 주행성능을 유지하는 데는 변속기의 발달도 한 몫 했다.

S60과 SM5는 엔진 다운사이징과 더불어 듀얼클러치 변속기(Dual-Clutch Transmission)를 사용했다. XL1에도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쓰인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클러치가 달린 축 2개가 서로 맞물려 1개의 변속기를 이루는 장치다. 6단을 기준으로 했을 때 1-3-5단 기어가 있는 축과 2-4-6단이 있는 축이 맞물려 있다. 이로 인해 축이 1개로만 이뤄진 변속기보다 변속이 빠르고 동력 손실이 적으며 연비가 개선된다.

◇차체 경량화, 동력 손실을 줄이다
연비를 줄이는 데는 차체 경량화 기술도 빠질 수 없다. 특히 디젤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가솔린 엔진 및 기존 변속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무게로 인한 동력 손실을 줄이려면 경량화가 매우 중요하다.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체 경량화를 위한 소재로 알루미늄을 선호하고 있다. 고급차들은 주로 고장력 강판과 알루미늄을 조합해 내구성과 경량화를 추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아우디 A6 디젤 모델은 고장력 강판과 알루미늄 소재를 조합한 차체를 적용했다. A6 3.0 TDI 콰트로 2014년형의 무게는 1935㎏으로 이전 세대인 2011년형 (2070kg)보다 135㎏ 가벼워졌다. 해당 차량의 2011년형 연비가 1ℓ당 11.1㎞이었던 것이 13.1㎞로 2㎞ 늘어나는 데 한 몫한 사례다.

랜드로버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디젤 모델은 100%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를 채택했다. 무게는 2290㎏으로 기존 세대 차량(2590㎏)보다 300㎏이 줄었다.

연비 차이는 거의 없지만 가속 성능이 향상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의 가속력을 얻는 데 7.2초가 소요된다. 이는 기존 차량보다 2.1초 더 빠른 수치다.

랜드로버 측은 "랜드로버 역사상 가장 빠르고 민첩하며 뛰어난 반응 속도를 기록하는 차량"이라고 전했다.

XL1은 탄소섬유 강화 복합소재(CFRP)를 차체에 적용했다. 또 마그네슘 소재로 된 서브 프레임을 통해 내구성과 경량화에 중점을 뒀다. 무게는 795㎏으로 경차인 모닝(910㎏)보다 100㎏ 이상 가볍다.

◇연료 절감 기술
쓸데없는 연료 낭비를 줄여 연비를 향상하는 기술도 있다.

푸조 시트로엥은 자체 개발한 HDI 디젤 엔진에 '스톱 앤 스타트'(Stop & Start)라는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차량이 정지 신호나 도로 정체 등의 문제로 정차했을 때 저절로 엔진 시동을 끄고, 출발할 때 즉시 재시동을 걸어준다. 정차 시 엔진을 멈추기 때문에 그만큼 연료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이 기술이 주목받는 것은 디젤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돼 오던 배출가스를 줄인 점이다.

푸조 시트로엥 측은 이 기술에 대해 "도심지에서 엔진의 CO₂배출량과 연료 소비를 최대 15 % 감소시킨다"고 전했다. 스톱 앤 스타트 기술은 볼보 V40, 지프 체로키 등 다른 수입차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jtm1122@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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