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를 맞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새로운 희망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강조하며, 기술리더십과 각자 가진 강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로 담겼다.

◇ 5대 그룹,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혁신 통한 성장 목표

기업들은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전쟁, 각국의 선거 등 불확실성이 여전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초불확실성에 대해 주요 기업 총수·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우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그룹은 시무식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위기 극복 의지를 피력하는 시간을 가졌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별도 신년사 없이 지난 2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사장단과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2024년 시무식’을 개최했다. 이날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이끌어 온 핵심 가치인 초격차 기술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한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은 업계 내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 가전 등 디바이스 경험을 담당하는 DX 부문은 체감 성능과 감성 품질 등 품질 경쟁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차그룹은 3일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광명의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2024년 신년회를 개최했다. 그룹 방송을 통해 그룹사 직원들에게 생중계된 이날 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를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지속 성장해 나가는 해로 삼아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체질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창의적인 생각과 도전을 중심으로 한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과 고객만족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지구 환경과 인류를 위한 미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은 물론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 생태계, 친환경 모빌리티 등에 대한 그룹의 미래 비전을 강조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 새로운 도약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SK, LG, 롯데는 그룹 총수가 신년사를 통해 2024년의 경영방침과 방향성을 제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일 SK그룹 전체 구성원에게 이메일로 신년인사를 전했다. 최 회장은 이번 신년사를 통해 '해현경장(解絃更張)'의 자세로 변화와 개혁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새해에도 우리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풀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매야 바른 음을 낼 수 있다는 ‘해현경장’의 자세로 경영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가자”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SK그룹의 사업들이 나서 토털 솔루션을 만들어 내줄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 솔루션이 결국 지속 성장하는 공존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20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영상메시지로 신년사를 전했다. 구 회장은 ‘남들과 다르게 수준’을 넘어선 새로운 생활 문화의 대명사가 될 수 있는 ‘차별적 고객가치’를 2024년 화두로 꼽았다.

구 회장은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나갈 가치들도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이나 눈높이를 훨씬 뛰어넘어 고객을 '와우(WOW)'하게 만드는 감동을 주고, 미래의 고객들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생활 문화를 열어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가치들이 만들어지고 쌓여갈 때 LG가 대체불가능한 온리 원(Only One)의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경험을 경영 최우선 가치로 꼽아온 LG는 올해 한층 강화된 고객가치로 고객에게 소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일 홈페이지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신년사를 전달했다. 신 회장은 올해도 경제의 초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지속적인 도전과 혁신을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신 회장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는 압도적 우위의 핵심 역량을 가진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며 “재도약을 위해 각 사업 영역에서 핵심 역량을 고도화하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과감히 개편해 줄 것”을 주문했다.

◇ 국내 주요 기업 신년 키워드 역시 ‘성장’ 

이처럼 국내 주요 5대 그룹은 신년사를 통해 ‘지속 성장’을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은 주요 10대 그룹으로 확대해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데이터 연구소 ‘CEO스코어’가 3일 발표한 ‘국내 10대 그룹 2024년 신년사 단어 빈도수’ 조사 결과, 가장 많이 거론된 키워드는 ‘성장(38회)’로 나타났다.

CEO스코어의 발표에 따르면 신년사에 성장을 언급한 빈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신년사에서 ‘성장’의 단어 사용 순위는 ▲2022년 공동 5위(28회) ▲2023년 3위(39회)를 거쳐 2024년 1위를 차지했다.

또 ‘성장’에 이어 ‘글로벌(세계)’과 ‘미래’가 대기업 신년사에 총 35회 사용되며 공동 2위에 올랐고, 이어 ▲고객(30회) ▲변화(26회) ▲친환경(22회) ▲가치(22회) ▲환경(20회) ▲지속(20회) ▲혁신(19회) 순으로 나타났다.

5대 그룹 외에도 포스코가 특히 ‘성장’에 대한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화는 ‘미래’를 중요하게 언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난해 글로벌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로 신년사 키워드 4위에 랭크된 바 있는 ‘위기’는 19위로 밀려났다.

이에 CEO스코어는 “그동안 불황을 이어오던 반도체를 비롯해 배터리, 스마트폰 등 전기·전자·IT 관련 업종이 점차 회복세로 전환됨에 따라 올해 ‘성장’을 강조한 기업들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hdlim@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