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양사 중국 공장, 美 검증된 최종 사용자' 지정…장비 투자 가능
EUV 기술 도입 및 美 반도체법 가드레일 여전…미국 정부와 협의 계속돼야

미중 무역 갈등의 가운데 놓여있는 반도체 산업.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및 반도체법 등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미중 무역 갈등의 가운데 놓여있는 반도체 산업.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및 반도체법 등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이 미국 정부로부터 ‘검증된 최종 사용자’로 지정됐다. 이로써 양사는 우려했던 중국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장비 투자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기조에 높아졌던 양사의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아직 안도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반도체법’에 따른 가드레일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중국 공장 운영에 한숨 돌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해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를 무기한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최근 미국 정부는 수출통제 당국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경제안보대화 채널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미국 수출 관리 규정에 따른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했다“며 ”이를 통해 앞으로는 별도의 허가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하겠다는 최종 결정을 전해왔다"고 전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와 대만에 미국 기술을 사용한 특정 수준 이상 첨단 반도체 기술 및 장비에 대해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통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기술 보안을 이유로 한 조치지만,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타격이 불가피한 조치로 평가됐다.

실제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량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0%와 낸드의 20%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정밀 공정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은 산업의 특성상 지속적인 장비 검침과 교체 등 장비 투자가 필요하다. 미국이 발표한 수출 통제안은 이러한 지속적인 장비 투자를 막을 수 있는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당시 미국 상무부는 중국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 대해 운영에 필요한 장비를 개별 심사 없이 도입할 수 있도록 ‘포괄적 수출허가’라는 조치로 해당 규제를 1년간 유예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임시 조치의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정부는 추가 연장을 위해 미국과 협상을 진행해 왔고, 결국 양사의 중국 공장에 대해 VEU 지정을 이끌어낸 것이다.

최 수석은 수출통제 적용을 무기한 유예한 이번 결정에 대해 "우리 반도체 기업의 최대 통상 현안이 일단락됐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하며, "양사의 중국 공장 운영과 투자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고, 장기적 시계에서 차분하게 글로벌 경영 전략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수석은 이번 성과에 대해 "윤석열 정부 들어 굳건해진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대응한 결과이자 우리 기업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감대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정부의 발표에 업계 역시 한숨 돌리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중국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돼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각국의 법규를 성실히 따르며 글로벌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 아직 남은 문제 여전…일부 첨단 장비 도입 및 美 반도체법 가드레일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의 노력으로 반도체 업계가 당장 대처해야 했던 문제는 해결됐다. 특히 양사의 중국 공장 내 장비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중국 공장의 설비 개선은 물론 제품 성능 향상을 위한 투자도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0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실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공장 VEU 선정에 발표에 대해 “D램 생산 공정 고도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인 극자외선(EUV) 기술은 여전히 중국으로 반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질타했다. 실제 해당 장비가 반입되지 않으면 첨단 D램을 만들 수 없어 중국에서 D램을 만드는 SK하이닉스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 가드레일’ 역시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8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반도체법’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법으로, 자국의 반도체 연구·개발·제조에 대해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이다.

문제는 이러한 반도체법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주는 국가에 대해 반도체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즉 ‘반도체 굴기’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법이다.

실제 미국의 반도체법은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경우 향후 10년간 중국 공장의 웨이퍼 투입량(생산량)을 5% 이내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VEU를 지정하고 장비 투자를 계속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미국 반도체법에 대한 가드레일 조항에 대해 10% 증설 요구도 묵살됐다”며 “미-중 갈등 심화에 따라 미국의 규제는 언제든지 변동이 있을 수 있음으로 양국의 갈등 상황을 끝까지 예의 주시하고 국내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을 미국과 추가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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