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법에 對中 사업 위기 전망되는 韓 반도체 기업
세계 각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 강화…답보 상태의 지원책

세계 각국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 사진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개발한 12나노급 16Gb DDR5 D램(사진=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 각국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 사진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개발한 12나노급 16Gb DDR5 D램(사진=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 각국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달 중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반도체 시장을 리드하겠다는 미국의 ‘반도체법’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반도체 산업계의 중국 사업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세금공제 등의 지원 역시 불투명해져 업계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미국 반도체법의 세부지침의 가드레일 수준에 따라 중국 법인에 대한 투자 등의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사진=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미국 반도체법의 세부지침의 가드레일 수준에 따라 중국 법인에 대한 투자 등의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사진=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

◇ 반도체법으로 본격 경쟁 뛰어든 美, 눈치 싸움 시작된 韓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핵심·신흥 기술에 공공 및 민간 부문 투자 촉진을 위해 총 2800억 달러(365조 6800억원)를 지원하는 ‘CHIPS Act of 2022(반도체법)’에 서명했다. 특히 해당 법은 자국의 반도체 연구·개발·제조에 대해 527억 달러(약 67조 8262억원) 규모의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지원한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30년전 미국은 세계 반도체 생산의 40%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10%도 생산하지 못한다”고 꼬집으며 “반도체 산업을 재기를 위해서는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고 세계에서 미국이 반도체 생산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해당 법안은 반도체 산업에서 우위를 정하고 있는 국가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한 법안이다.

때문에 이달 세부지침이 발표될 반도체법에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경우, 10년간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주는 국가에 반도체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보호막)’ 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를 국가 주요산업으로 키운다는 ‘반도체 굴기’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조치가 시행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공장을 건설을 포함해 미국 내 생산 공장 신설 계획을 세웠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첨단 패키징 및 연구개발(R&D) 시설 등의 신설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법이 시행될 경우 양사는 세제 혜택 등의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양 사가 중국에 메모리 공장을 가동 중인 점이다. 삼성전자는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제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 특성상 미세 공정 업그레이드 등 주기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미국 반도체법의 가드레일 조항이 어떤 수준으로 설정되느냐에 따라 차질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세부지침 발표 이후에도 각 정부, 기업 등의 이해당사자간의 의견 수렴기간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국 사업장의 생산량도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이 있는 만큼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해당 사항이 외교 역량이 중요한 만큼 정부의 지원도 중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10월 미국은 대중국 장비 수출 규제를 시행한 바 있다. 이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 1년간 유예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에 정부 역시 미 반도체법이 가드레일 세부규정 마련시 국내 기업의 투자·경영 상황 등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협의할 방침이며, 미국 상무부와 기업간의 협상에서 국내 기업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 세계 반도체 경쟁 심화, 국내 지원책은 제자리걸음

한편,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패권 경쟁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지원책이 국회에서 여전히 보류 중인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 반도체·2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아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발의한 조특법 개정안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세액공제율을 기존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 상향 조정하고, 투자 증가분에 대해 10% 추가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야당의 반대와 다른 이슈들에 밀려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조특법 개정안 시행이 얼마 되지 않아 정부가 수정안을 제출한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으며, 이번 개정안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 특혜가 집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야당은 반도체 산업 등 국가전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일본·대만 등도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44.5% 감소한 6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반도체 부문에서 어닝쇼크급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15일 국회를 찾아 조특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설득에 나섰으나 결국 여야 합의는 불발됐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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