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업 특수관계회사 박모 대표이사 지목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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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기업으로 기대를 모은 시프트업이 최근 구조조정에 이어 그루밍 성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실명으로 언급된 가해자가 시프트업이 49% 지분을 보유한 에스티메이트 박모 대표로 지목됐다. 시프트업은 기업공개(IPO)를 앞둔 시점에 잇따라 내홍에 휘말린 모습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스티메이트를 퇴사한 A씨는 데스티니차일드 커뮤니티에 박모 대표와 나눈 SNS 대화 사진과 재직 당시 받은 명함 사진 등을 게재하며 수년간 경험한 일을 공유했다. A씨는 에스티메이트에 재직하기 전 피닉스게임즈에서 사운드 실장을 맡은 박모 대표와 같이 근무하다가, 시프트업으로 옮겼다.

피닉스게임즈에서 A씨는 평소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와 꾸엠(채지윤) 일러스트레이터를 동경했고, 그들과 호형호제하는 박모 대표가 마치 구원자처럼 여겨진 것이다. 당시 게임 일러스트 업계는 낮은 급여와 잦은 야근 등 근무처우가 매우 열악했다. A씨는 매일 새벽 4시까지 일하고 수면실에서 자면서 목표를 이루려고 했다.

A씨는 “피닉스게임즈 다닐 때 박모 대표가 김형태 대표, 꾸엠을 만나게 해줄테니 말 잘 듣고 따라오라”며 “나는 당시 21살이었다. 네가 사랑을 잘 모르는거 같으니까 사랑을 알려줄께...뭐 그런말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시프트업 3개월 단기계약직으로 다니다가 시프트업이 지분 49%를 보유한 에스티메이트로 옮겼다. 에스티메이트는 시프트업 사내 부설연구소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리됐으며, 오피스는 시프트업 사내에 있었다.

◆ 스물하나 일러레는 왜 시프트업을 동경했나

A씨가 공개한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 명함.(사진=아카라이브)/그린포스트코리아
A씨가 공개한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 명함.(사진=아카라이브)/그린포스트코리아

A씨는 해당 글을 통해 시프트업에 절박한 심정으로 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당시 게임 일러스트 업계는 구성원에 대한 처우가 매우 열악했고, 게임 일러스트로 회사를 일으킨 김형태 대표와 채지윤 일러스트레이터가 A씨의 롤모델이 된 것이다.

급여만 보더라도 일러스트레이터의 처우가 열악함이 드러난다. 워크넷 직업정보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준 일러스트레이터의 평균연봉(중위값)은 3083만원이다. 하위 25%는 2175만원, 상위 25%는 3748만원으로, 사회 초년생 속하는 하위는 사실상 최저시급에 불과했다. A씨가 밝힌 글에서도 나타나듯이 야근이 반복돼 심신이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동경한 시프트업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A씨는 시프트업 관계회사인 에스티메이트로 옮기고도 과로에 시달려 손을 다쳤다. 손이 생명인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A씨는 사운드 보조 업무와 같은 부수업무로 1년을 더 다녔지만, 자진퇴사하고 말았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회사가 산업재해 처리를 해주지 않았고, 오히려 ‘찍혀서 다른데 못가고 싶냐’고 겁박했다고 밝혔다.

A씨는 “그때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김형태님, 꾸엠님 보고싶어서라도 OO님 말 잘듣고 열심히 일하고, 매일 새벽 4시까지 일하고 수면실에서 자고 그렇게 열심히 했다”며 “결국 시프트업 안에 있는 OO님이 새로 차린 법인 밑으로 들어가긴 했다”고 말했다.

◆ 그루밍 성폭력에 노출된 일러레

A씨가 공개한 박모 대표 명함.(사진=아카라이브)/그린포스트코리아
A씨가 공개한 박모 대표 명함.(사진=아카라이브)/그린포스트코리아

21살인 A씨는 위계상 35세인 박모 대표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주종적인 관계로 변질된 것이다. A씨는 박모 대표와 수면실, 녹음실 등 업무공간에서 다수의 성관계를 가졌다. A씨는 당시 여자친구가 있었던 박모 대표에게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너는 너다, 나는 능력이 돼서 여러 명을 사랑할 수 있다”고 들었다.

특히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인 A씨가 에스티메이트에 소속된 부분은 의혹을 더했다. 에스티메이트는 사실상 박모 대표에 의해 게임음악 제작이 특화된 곳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인 A씨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A씨는 “시프트업 사무실 내 에스티메이트 소속이었기 때문에 데스티니차일드 업무를 할 때 외주 처리로 일했다”며 “그때 당시 그렸던 온천(게임콘텐츠) 업무가 30만원인가 그랬다. 그때 나보고 (박모 대표가) 넌 30만원짜리 일밖에 못하는 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프트업 측은 “해당 직원은 시프트업 직원이 아니고 에스티메이트 직원이며, 시프트업은 이 내용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며 “박모 대표가 곧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를 보고 그루밍 성범죄를 의심했다. A씨가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A씨는 “부끄러운 일이라 밝히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나도 녹음실에서 한 적 있다”며 “사람들 다 퇴근하고 없을 때 새벽에 간이 수면실 있는데 거기서도 하고 그랬다”고 털어놨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그루밍 성범죄라고 하면 외국에서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며 “왜 그루밍인지, 왜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것인지,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 해당 건에 대해서는 성인이라서 형법상 적용이 쉽지 않겠지만, 성인에 대해 법이 부족하다는 것을 입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d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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