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폐기 줄일 수 있는 소비기한, 편의점·식품업계 환영
중소기업 "어렵고 부담", 소비자 "소비기한 신뢰할 수 있나"
식약처 "소비기한 표시제 안정적 도입 위해 최선 다할 것"

2023년 1월 1일부터 유통기한 대신 도입 시행되는 소비기한 표시 제도. 소비기한은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했을 때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으로 식량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2023년 1월 1일부터 유통기한 대신 도입 시행되는 소비기한 표시 제도. 소비기한은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했을 때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으로 식량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오는 새해부터 식품에 표기되던 ‘유통기한’이 사라질 예정이다. 1985년 도입된 유통기한제가 2023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유통기한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멀쩡한 식품이 버려지는 것을 개선하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및 시행을 예고해왔다.

현재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식품업계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식품 폐기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서울에 자취를 하고 있는 이 모씨(30세/여)는 “유통기한이 조금 지난 식품을 먹어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섭취 가능한 시점이 언제까지인지 정확한 정보를 몰라 주로 폐기하기 해왔다”며 “주변의 지인들도 보통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유통기한은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으로 ‘영업자 중심’의 표시제다. 유통기한이 경과한 식품은 유통과 판매가 금지될 뿐 폐기 시점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을 폐기시점으로 인식하거나, 섭취 가능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워 식품을 폐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올해 초부터 유통기한 표시제를 소비기한 표시제로 변경을 예고해왔다. 소비기한은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했을 때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으로 식품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명시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소비자 중심’ 표시제로 볼 수 있다.

특히 소비기한 표시제는 식품 폐기량을 줄일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통상 유통기한은 품질안전 한계기간의 60~70%로 설정되는 반면, 소비기한은 식품 특성별로 다르지만 대부분 80~90%로 설정된다. 제품에 표기되는 기간 자체가 길어져 유통기한 보다 식품 폐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식품안전정보원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식품 폐기량은 연간 548만 톤으로, 처리비용은 1조 960억원에 달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소비기한 도입으로 식품 폐기량이 줄어들 경우 소비자는 연간 8860억원, 산업체는 260억원의 편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소비기한 도입은 국제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유통기한의 의미를 가진 ‘Sell by date'를 삭제했으며 소비기한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 호주, 일본 등에서는 이미 소비기한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소비기한 표시제를 내년부터 시행해 1년간의 계도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2024년부터는 유통기한을 표시할 경우 시정명령이 내려지며, 소비기한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을 경우 제품 폐기부터 영업 허가·등록 취소 처분 등의 제재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우유류는 품질 유지를 위해 냉장 보관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 2031년부터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품질 유지를 위해 냉장 보관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소비기한 표시제가 2031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우유류(사진=클립아트)
품질 유지를 위해 냉장 보관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소비기한 표시제가 2031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우유류(사진=클립아트)

◇ 소비기한 표시제를 바라보는 엇갈리는 시선들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시행을 위해 식약처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식품공전에 있는 200여개 식품유형 약 2000여개 품목의 소비기한을 설정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달 초 자체 실험·분석을 거쳐 23개 식품 유형 80개 품목의 소비기한 참고값을 발표했다. 해당 발표에 따르면 두부는 유통기한 17일에서 소비기한 23일로 표시값이 6일가량 길어졌으며, 생면은 35일에서 42일로 7일, 간편조리세트는 6일에서 8일로 2일 연장됐다.

발효유에 대해서는 기존 유통기한 18일에서 32일의 소비기한이 설정됐으며, 과채음료의 소비유통기한 11일에서 소비기한 20일로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식약처는 올해 안에 50개 식품유형 430개 품목에 대한 소비기한 참고 값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제품의 보관기간이 늘어났다. 이러한 소비기한 효과에 편의점을 비롯한 유통업계는 반기고 있다. 소비기한으로 인해 보관기간이 늘면서 폐기율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점의 효자 제품인 도시락, 김밥, 샌드위치 등은 유통기한이 24시간 정도로 짧아 통상 매출의 1% 정도가 폐기 비용으로 발생해 왔다.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폐기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폐기율을 줄일 수 있는 소비기한 도입은 편의점 업계에게는 희소식인 샘이다. 이에 업계는 적극적으로 소비기한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식품업계도 소비기한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에 치중하고 있다. 소비기한에 따른 맛과 품질 변화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일부 제품에는 이미 소비기한을 표시하는 등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브랜드 별로 기한에 따라 맛이나 품질의 변화가 없는지 점검하는 등 소비기한 표시제가 차질없이 도입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신제품 위주로는 소비기한을 표시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식약처가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했기에 소비기한 도입 관련해서 준비에 어려움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소비기한은 영업자가 설정해야 한다. 이는 연구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소비자들 역시 소비기한 도입으로 길어지는 보관기간에 식품의 신선도나 신뢰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는 소비기한 참고값, 영업자가 소비기한 설정시 필요한 참고값 실험결과, 안전계수 산출값 및 산정방법, 소비기한 표시제도 개요 등이 담긴 ‘소비기한 안내서’를 공개할 예정”이라며 “소비기한 설정시 영업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식품별 권장 소비기한 설정을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냉장 유통 환경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안전한 제품이 유통될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도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영업자 대상 교육 및 점검, 소비자 대상 홍보를 지속 실시할 것”이라며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유통과정에서 보관 온도 관리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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