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서 답 찾는 패션기업들
기존 브랜드에 ‘지속가능성 라인’ 론칭

국내 패션업계는 ‘지속가능성’을 필두로 ESG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패션산업으로 매립·소각되는 의류량을 줄이기 위해 탄생한 패션 플랫폼 '애프터어스'가 진행한 이태원 팝업 스토어. (애프터어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패션업계는 ‘지속가능성’을 필두로 ESG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패션산업으로 매립·소각되는 의류량을 줄이기 위해 탄생한 패션 플랫폼 '애프터어스'가 진행한 이태원 팝업 스토어. (애프터어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패션업계에서도 ESG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패션산업은 그동안 패스트 패션으로 인한 재고와 폐수 발생 등으로 전 산업 중에서도 쓰레기 배출이 두 번째로 많은 산업으로 손꼽혀왔다. 이러한 오명을 벗기 위해 국내 패션업계에서는 ‘지속가능성’을 필두로 ESG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분위기다. 

패션기업들은 환경친화적 소재와 제작 방식을 도입한 지속가능성 라인을 늘리고, 이미 원료 사용 과정을 거쳐 제작된 의류가 버려지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재고 상품 활용도를 높이고 새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본격적인 ESG경영을 선언하는 곳도 있다. 

2012년부터 국내 패션업계 최초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를 시작으로 지속가능패션 사업을 전개해온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은 지난 7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ESG경영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지속가능패션 부문에서 축적한 경험과 함께 재고 재활용을 포함한 모든 자원의 순환 구조를 목적으로 하는 코오롱FnC의 경영 철학 ‘리버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ESG경영에 나선다는 것이다. 

코오롱FnC는 ESG경영 업무 추진력을 위해 올 상반기 패션 비즈니스의 윤리적 의식 및 사회적 책임 경영을 위해 신설한 CSO(Chief Sustainable Officer) 부문을 지속가능(Sustainability) 부문으로 승격하고, 코오롱스포츠를 지속가능부문 소속으로 변경했다. 아울러 지속가능부문 산하에 ‘ESG 임팩트실’을 신설, 리사이클 솔루션과 재고·폐의류 상품 활용 방안 등 패션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새 패러다임과 구체적 실행 방안을 모색한다.

코오롱FnC 측은 “코오롱FnC는 패션산업이 나아가야하는 ESG경영을 재정의하고자 한다”며 “그 방점을 제로웨이스트로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전략수립부터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자원순환’서 답 찾는 패션기업들

코오롱FnC를 비롯해 수많은 패션기업이 ESG경영, 그 중에서도 ‘환경(E)’을 실천하기 위해 중심에 두는 가치에는 ‘제로웨이스트’가 있다. 버려지는 패션산업 폐기물만 줄여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제로웨이스트는 자원순환과 연결된다.

일단 패션업계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재고 문제로 지적된다. 희소성을 이유로 시즌이 지난 재고 상품을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명품 브랜드와 함께 캐주얼 브랜드에서도 관리 및 비용 등을 이유로 관행적으로 소각을 선택하고 있어서다. 이에 버려지는 재고나 전시 및 반품된 리퍼브 상품을 정품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해 시장에서 다시 순환시킴으로써 버려지는 폐기물을 줄이는 플랫폼이 늘고 있다.  

올해 런칭한 국내 신생 기업인 애프터어스도 패션산업으로 매립·소각되는 의류량을 줄여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탄생한 패션 플랫폼이다. 희소성 있는 브랜드의 디자인 샘플, 재고 제품과 미세 스크래치가 있는 리퍼브 제품, 업사이클링 제품을 취급한다. 폐기되는 의류를 줄이기 위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판매 금액의 일정 부분을 환경단체에 기부, 환경보호를 위한 후원도 진행한다. 지난 5월과 7월에는 한남동에 팝업스토어를 진행해 약 4500장의 의류 중 약 80% 이상을 판매했다. 

또 하나의 자원순환 키워드는 업사이클링이다. 버려지는 폐기물을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노스페이스는 에코 테크를 통해 500ml 기준 3000만개 이상의 페트병을 재활용해 에코 플리스를 제작,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노스페이스는 최근 몇 년간 의류, 신발, 가방 및 용품 등 전 제품군에 걸쳐 매 시즌 100종류 이상의 제품에 페트병 리사이클링 소재를 적용한 친환경 제품들을 지속 선보이고 있다. 

바다의 골칫덩어리 폐어구를 업사이클링하는 스타트업 컷더트래쉬도 있다. ‘바다를 위해 쓰레기를 디자인하다’라는 소셜미션으로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 및 단체와 협업, 패션을 수단으로 다양한 바다 문제를 알리고 있다. 

코오롱FnC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ESG경영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진은 코오롱스포츠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전시 ‘우리들의 녹색소망’ 전경. (코오롱FnC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코오롱FnC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ESG경영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진은 코오롱스포츠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전시 ‘우리들의 녹색소망’ 전경. (코오롱FnC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기존 브랜드에 ‘지속가능성 라인’ 론칭

제로웨이스트와 자원순환을 키워드로 기존 브랜드 내에 ‘지속가능성 라인’을 새롭게 만드는 곳도 늘고 있다. 

빈폴은 그동안 온라인 전용 라인으로 운영하던 ‘그린빈폴’을 지난 8월부터 100% 친환경 상품으로 구성한 지속가능성 라인으로 새 단장했다. 버려진 페트병과 의류 등을 재활용한 재생 소재, 오가닉 소재, 동물복지 시스템을 준수하는 RDS(Responsible Down Standard, 책임 다운 기준) 인증 다운 충전재, 비료와 살충제 사용을 최소화하고 노동 환경과 인권을 존중하는 BCI(Better Cotton Initiative) 인증 면, 물 절약 워싱 등 환경친화적 소재와 방식으로 제작한 상품들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도 올해 4월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의류 및 액세서리로 구성된 ‘그린 라인’을 출시하며 온·오프라인에서위 ESG 경영을 강화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그린 제품에는 국내 섬유 전문 생산업체 효성티앤씨가 자체 개발한 친환경 원사 ‘리젠(regen)’이 적용됐다. 리젠은 버려지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이산화탄소 배출 및 화석 연료, 물 사용량 저감 등 친환경적이면서도 일반 폴리에스터와 동일한 품질을 지니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그린 라인 티셔츠와 양말에 리젠 원사를 적용하고,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를 활용한 슬랙스와 염색하지 않은 로우 코튼 데님, 플라스틱 제로를 실천한 샴푸바 등을 함께 출시했다. 여기에 무염소표백펄프 기반의 친환경 종이로 만든 상표와 100% 면 소재 라벨, 폐비닐을 재활용한 폴리백 등 포장재와 패키지에도 환경친화적 요소를 반영했다. 

이건오 무신사 PB사업본부장은 “무신사 스탠다드가 많은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친환경 패션을 통한 ESG 강화 등에 더욱 책임을 갖게 됐다”며 “그린 라인을 론칭한 것도 이러한 관심의 시작으로 앞으로 계속 환경친화적 제품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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