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말고 다른 교통수단 이용하기
친환경 숙소에서 제철 음식 즐기는 휴가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양심 있는 여행자라면, 덜 자주, 느긋하게, 더 나은 방식으로 여행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양심 있는 여행자라면, 덜 자주, 느긋하게, 더 나은 방식으로 여행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폭염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기 위해 떠나는 게 여름휴가다. 그런데 오히려 휴가가 폭염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2%가 관광 사업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다고 1년에 한 번뿐인 여름휴가 시즌을 집에서만 보낼 수는 없다. 집에서 휴가 내내 에어컨을 켜고 있는 것보다는 에너지를 덜 쓰고 오히려 에너지를 충전하는 여행이 좋지 않을까?

◇ 지속 가능한 여행이란?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관광기구(World Tourism Organization)는 지속 가능한 여행을 ‘현재와 미래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영향에 책임지며 여행자·산업·환경과 여행 지역 공동체의 요구를 해소하는 여행’으로 정의한다. 다소 모호하면서도 어렵게 느껴지는 이런 정의는 일상에 지쳐 쉬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부담스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양심 있는 여행자라면, 덜 자주, 느긋하게, 더 나은 방식으로 여행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영국 비영리 환경보호단체 ‘롱런’은 환경보존(Conservation), 지역 공동체(Community), 문화(Culture), 상업(Commerce)이라는 4C 기준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자연 친화적 여행 비즈니스들을 시민들에게 알려준다.

롱런은 지속 가능한 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책을 통해 이렇게 조언한다. “문화와 지역 공동체, 상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가능하다면 덜 자주, 더 느긋하고 조심스럽게 의미 있는 여행을 하길 바랍니다. 탄소와 사회적 발자국을 생각한다면, 덜 여행해야 앞으로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살림 또는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거나, 교류를 통해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력을 기를 수 있는 경험을 찾아보기를 권합니다.” -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홀리 터펜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中, 33쪽.

◇ 항공편 덜 이용하고 나은 방법으로 비행하기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어떻게 여행하는지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과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스웨덴의 룬드 대학교에서 발표한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에서 호주로 왕복 여행을 한번 하는 동안 온실가스 4톤이 배출된다고 한다. 이는 1년 동안 재활용을 열심히 해서 아낄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20배에 달한다. 또한 세계자원연구소(WRI)가 규정한 1인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 허용치인 2.5톤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이처럼 지속 가능한 여행을 얘기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비행기 여행이다. 항공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전체 배출량의 2.5% 수준이지만, 항공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세계 인구의 5%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의 수치라는 점을 기억하자. 더 큰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년 동안 항공산업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량은 32%나 늘었다고 한다. 

한국도 해외여행이 일상화되면서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2005년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간 사람은 1,500만 명이었는데,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 해인 2019년에는 4,500만 명으로 15년 사이 3배나 증가했다. 한 사람이 여러 번 출국하거나 여행이 목적이 아닌 경우도 포함돼 있지만, 그만큼 국가 간 이동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를 덜 쓰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싶다면 비행기를 적게 타는 수밖에 없다.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참 안 좋은 소식이다. 한국처럼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으면 해외로 나갈 수 없는 환경이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배를 이용해 중국이나 일본으로 갈 수 있긴 하지만 한정적인 선택지다. 

◇ 친환경 숙소에서 제철 음식 즐기는 휴가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책은 꼭 비행해야 할 때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을 알려 준다. 국내 상황에 맞는 방법을 몇 가지 살펴보면,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온실가스가 가장 많이 배출되므로 최대한 덜 경유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비행기 티켓 가격이 더 비싸질 수 있다. 

조금 다행인 건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는 게 온실가스를 다소 줄이는 방법이 된다. 널찍한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에 앉으면 1인당 배출량이 4배가 된다고 한다. 비행시간이 짧으면 거리당 배출량이 늘어나는 만큼 비행기를 이용해 여행을 가려면 가까운 나라나 지역보다는 되도록 먼 곳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비행기를 타지 않는 국내 여행을 선택한다면 에너지를 덜 쓰는 여행을 계획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비행기가 아닌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비행기가 285g으로 가장 많다. 승용차가 104~158g, 버스 68g, 기차는 14g으로 비행기가 버스보다 4배 이상, 기차보다 20배 이상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교통수단 외에 고려해야 할 점은 숙소와 음식, 관광지에서의 이동 수단일 것이다.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의 저자 홀리 터펜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에너지를 절약하는 숙소에 머무르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계획을 세우면 된다”고 말한다. 결국 현지인이 운영하는 친환경 숙소에서 지내며 여유롭게 산책하면서 지역의 제철 음식을 즐기는 것이 에너지를 덜 쓰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여행 노하우라는 얘기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 시즌입니다. 무더위와 열대야, 번잡한 고민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훌훌 털고 재충전할 시간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지난 봄과 7월의 날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기회입니다. 2022년 여름,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보내면 좋을까요?

환경과 지구를 생각하고 현명한 소비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면 여행도 그런 방법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자연을 보호하고 자원을 아끼는 숙소, 비건 지향하는 사람에게 더욱 즐거운 맛집, 탄소발자국 줄이는 여행 노하우, 그리고 놀이에서 ‘지속가능’ 키워드를 찾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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