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식 진입장벽 낮추는 식품업계
가공육 아닌 원료육 형태 개발도 확대

국내 식품업계는 최근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간편식을 출시하며 비건식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가공육이 아닌 원육 형태의 대체육을 개발하며 조리 다양화를 추구하는 모습도 보인다. 사진은 현대그린푸드의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의 채식 간편식 신제품 ‘베지라이프’. (현대그린푸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식품업계는 최근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간편식을 출시하며 비건식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가공육이 아닌 원육 형태의 대체육을 개발하며 조리 다양화를 추구하는 모습도 보인다. 사진은 현대그린푸드의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의 채식 간편식 신제품 ‘베지라이프’. (현대그린푸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전세계적으로 ESG, 기후위기, 가축 전염병, 코로나19 등 공급망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대체육 연구개발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도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간편식을 출시하며 비건식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가공육이 아닌 원육 형태의 대체육을 개발하며 조리 다양화를 추구하는 모습도 보인다. 

식물성 식품이 주목받는 데는 건강과 동물복지 등 많은 이유가 있지만 최근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인지와 경각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육식 대신 채식을 지향하는 식습관을 통해 줄일 수 있는 탄소배출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건 식품 사업을 강화하는 기업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채식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서 관련 매출도 커지고 있다고 전한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국내 채식 인구는 지난 2018년 150만 명에서 지난해 250만 명으로 늘어났으며 완전 채식주의자인 비건뿐 아니라 유동적인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플렉시테리언’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채식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온라인몰 ‘그리팅몰’ 내 비건 카테고리의 지난달 매출도 처음 비건 카테고리를 만든 작년 12월과 비교해 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앞으로도 비건 식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잇따라 론칭

식품업계는 최근 식물성 간편식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완전채식주의자부터 플렉시테리언과 일반식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모두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맛에 방점을 찍은 HMR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풀무원, 농심, 오뚜기, 현대그린푸드, 사조대림, 아워홈 등 굵직한 식품기업들이 잇따라 간편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 기업’을 선언한 풀무원은 지난 7일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식물성 지구식단’의 첫 제품으로 냉동만두 ‘한식교자’와 냉동볶음밥인 ‘식물성 철판 제육볶음밥’을 선보이며 식물성 HMR 사업 확장에 본격 나섰다. 

풀무원 식물성 HMR은 맛에 방점을 찍고 있다. 채식 소비자도 일반 식품 소비자와 다름없이 맛을 최우선으로 둔다는 특징을 고려해 ‘맛있는 식물성 HMR’을 표방하고 있는 것. 만두의 주 재료는 표고버섯, 부추, 두부, 볶음김치 등이고 볶음밥에는 콩에서 추출한 ‘식물성조직단백(TVP)’을 소재로 풀무원에서 개발한 대체육이 들어간다. 풀무원은 향후 떡볶이, 짜장면, 피자, 파스타 등 다양한 식물성 간편식을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재 풀무원식품 지구식단FRM사업부 CM은 “식물성 제품이라도 소비자에게는 역시 ‘맛’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고려해 풀무원만의 ‘맛있는 식물성 HMR’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4일 B2C·B2B용 신제품을 론칭하며 비건 식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캐나다 비건 식품 브랜드의 국내 독점 판매에 나선 데 이어, 채식 식단과 대체육 등 자체 개발한 제품을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자체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의 채식 간편식 신제품 ‘베지라이프’를 론칭했다. 베지라이프는 완전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식단형 식품으로 함박스테이크·순두부강된장 해초밥·호두고추장 비빔밥 등 6종으로 출시된다. 고기, 수산물 등 동물성 식재료를 모두 식물성 식재료로 대체했다. 예를 들어 함박스테이크를 콩을 사용한 대체육으로 만들고 강된장에는 우렁 대신 순두부를, 약고추장엔 소고기 대신 두부와 호두를 갈아넣어 식감을 살리는 식이다. 

이와 함께 이달 중순부터는 식자재를 공급 중인 고객사 대상 자체 개발한 B2B 대체육 식재료인 ‘베지 미트볼’과 ‘베지 함박스테이크’를 유통할 예정이다.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비트와 파프리카를 사용해 고기 색감을 내고 대체육 단점으로 꼽히는 콩냄새를 최소화하면서 실제 고기를 씹는 것 같은 식감을 살렸다. 현대그린푸드는 연내 채식 밀키트 2종을 추가로 출시하고, 베지라이프 품목 수도 두 배 이상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오뚜기는 지난 5월 간편하고 맛있는 비건식 제공을 위해 100% 비건 재료만을 사용하는 ‘헬로베지’ 브랜드를 론칭하고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 ‘헬로베지 채소가득카레·짜장’을 선보였다. 육류 대신 8가지 자연유래 원물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조리의 편의성을 높여 모두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스탠딩파우치 제품으로 출시됐다. 

오뚜기 관계자는 “빠르게 확산되는 채식 문화에 발맞춰 신규 브랜드 ‘헬로베지’를 론칭하고 카레와 짜장을 비건 제품으로 출시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앞으로 채식 지향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먹거리를 선보이며 브랜드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식물성 간편식 시장 뛰어드는 식품기업...맛에 방점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은 지난 6일 구내식당에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비건 메뉴를 출시하며 친환경 식단 편성을 확대하고 있다. 아워홈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어온 친환경 그린캠페인 ‘가치 EAT GO’의 일환으로 육류 중심 소비를 줄이고 환경 보호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아워홈이 선보인 식단은 한식, 양식 메뉴와 테이크아웃 전용 제품인 ‘인더박스’다. 한식 메뉴는 ‘채식 부대찌개’로 식물성 대체육, 콩으로 만든 햄, 채식 만두, 팽이버섯, 두부 등이 들어가고 비건 탕수소스로 맛을 낸 뿌리채소 탕수육을 반찬으로 구성했다. 양식은 ‘라따뚜이 비건 파스타’로 채수로 맛을 낸 비건 토마토소스와 오븐에 구운 채소를 곁들였다. 인더박스는 ‘후무스 샐러드’와 ‘비건 버거’ 등으로 선보였다.

사조대림은 지난달 15일 100% 식물성 대체육 사용한 비건 탕수육 ‘대림선 미트프리 탕수육’을 출시하며 채식 만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사조대림은 2020년 국내 만두 유통사 최초로 한국비건인증원 공식 인증을 받은 ‘대림선 0.6 채담만두’를 출시하고 지난해 콩비지와 두부를 만두소로 담은 ‘0.6 순만두’를 출시한 바 있다. 사조대림은 이번에 대체육을 활용해 출시한 비건 탕수육이 플렉시테리언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윤정 사조대림 마케팅팀 담당은 “채식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생활방식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에 따라 채식을 즐기는 분들을 위한 채식 제품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며 “사조대림은 앞으로도 다양한 채식 제품을 선보이며 채식 제품 시장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농심은 지난 5월 중순 비건브랜드 ‘베지가든’의 신제품으로 불고기 볶음밥을 출시했다. 농심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대체육으로 만든 불고기에 채소 등 재료를 더한 제품이다. 농심에 따르면 특제 양념으로 맛을 더해 비건은 물론 일반 소비자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대체육과 조리냉동식품,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식물성 치즈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농심은 닭고기 대체육 첫 제품 ‘베지가든 후라이드 치킨’도 출시했다. 치킨 특유의 찢기는 결은 물론, 식감과 조직감을 그대로 살린 제품이다.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의 닭다리 모양으로 주로 단체급식과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 가공육 아닌 원료육 형태 개발도 확대

최근에는 가공육이 아닌 원육 형태의 대체육을 개발하는 곳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푸드테크 스타트업 인테이크가 농림부 국책과제로 식물성 삼겹살 및 목살 개발에 착수했다. 

인테이크는 농림부 국책과제에 선정돼 식물성 삼겹살과 목살 개발에 착수했다고 지난 6월 13일 밝혔다. 인테이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2022년 기술사업화지원사업’의 ‘돼지고기 유사 식물 기반 식품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 및 산업화’ 과제에 선정, 2024년까지 2년 9개월 동안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서울대학교와 경기대학교가 공동기관을 맡고 이화여자대학교가 위탁기관으로 함께 한다. 연구팀은 돈육의 핵심구조분석을 통해 돈육의 부위별 소재 개발, 결착 소재 및 공정 개발, 삼겹살 및 목살 대용 원육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인테이크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대체육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 대체육은 원육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소시지, 너겟 등 가공육 형태였다. 이번에 연구개발하는 제품은 근육층과 지방층 적층을 통한 돈육 구조를 구현한 삼겹살, 목살 등 원육 형태다. 구이나 조리 등 소비자 기호에 따라 조리가 가능하고 조리 시 착향료가 아니라 육향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 책임자인 김정훈 인테이크 CTO는 “현재까지 대체육 개발은 주로 소고기나 가공육에 치중돼 왔다”며 “서울대학교-경기대학교와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기존의 가공육 위주의 대체육이 아니라 다이용 부위인 삼겹살과 목살을 원육형태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식물성 푸드 브랜드 브라잇벨리도 치킨 원료육을 개발했다. 식물성 육수를 개발해 닭고기 특유의 풍미를 구현한 것. 브라잇벨리에 따르면 개발한 치킨 원료육은 식물성 단백질에서 느껴지던 콩냄새를 개선하고 동물성 닭고기의 육질과 색감을 살렸다. 100g 당 약 20g의 식물성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동물성 닭고기만큼 단백질 함량이 높다는 것도 특징이다. 브라잇벨리의 식물성 치킨 원료육은 간편식 형태로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브라잇벨리 측은 “기존 소고기 중심의 대체육 시장에서 대체육에 대한 인식과 소비 증가로 다양한 형태의 식물성 원료육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치킨 원료육의 경우 풍미와 식감 구현에 어려움이 커 텐더나 너겟 위주의 분쇄육 형태로만 출시됐던 반면 조리에 바로 사용될 수 있는 형태의 식물성 닭고기 원물 소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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