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인쇄 후 배송되는 공보물...반드시 필요한가?
녹색연합 “뜯지도 않은채 버려져...전자공보물 대체해야”

오늘은 ‘빨간 날’입니다. 달력에 붉은색 숫자가 표시된 날, 학교도 안 가고 회사도 안 가서 신나는 날이죠. 여러분도 혹시 새 달력 받으면 빨간색이 몇 개인지 먼저 세어 보나요? 하지만 한 가지, 오늘은 그냥 쉬는 날이 아니라 투표하는 날입니다. 잊지 마세요.

강렬한 레드는 경고의 의미도 있습니다. 신호의 붉은빛은 멈추자는 약속입니다. 우리도 달력 빨간 숫자를 볼 때마다 위기감을 느끼고 한 걸음 멈추면 어떨까요? 어떤 위기감이냐고요? 그린포스트가 공휴일 아침마다 기후위기 관련 뉴스를 송고합니다.

열 번째 뉴스는 선거를 환경적으로 치르자는 고민에 대한 내용입니다. [편집자 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물.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공보물의 정당이나 후보자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이한 기자 2022.5.23)/그린포스트코리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물.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공보물의 정당이나 후보자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이한 기자 2022.5.23)/그린포스트코리아

얼마 전 주말 1층 우편함에 커다란 봉투가 꽂혀 있었습니다. 요즘은 우편함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택배는 문 앞으로 오고 손편지나 엽서를 보내거나 받는 일도 없으니까요. 커다란 봉투에 무엇이 담겼을지 궁금해 열어봤더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물이었습니다

공보물을 꺼내보았습니다. 누구에게 투표할지 이미 마음은 정했지만 어떤 정당이나 어떤 후보자가 환경 관련 공약을 내놓았는지 궁금해 살펴봤습니다. 좋은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정당은 서울을 탄소중립생태도시로 만들겠다고 했고 또 다른 정당은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숲도시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도시형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화석연료 의존을 감축하며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획기적 전환과 인프라 확충을 이루겠다는 공약이 눈에 띄었습니다. 자연환경과 녹지공간을 활용해 푸르른 숲도시를 조성하고 하천 수변지역을 활용해 시민 힐링공간을 만든다는 얘기도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이러니한 일이 있었습니다. 환경공약이 담겨있는 공보물이 사실은 환경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기자에게 배송된 공보물은 페이지로 따지면 170쪽이 넘었습니다. 빳빳하게 코팅된 종이도 있었고 철심이 박힌 채로 제본된 책자형 공보물도 있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종이는 종이끼리만 버려야 재활용이 됩니다.

공보물을 받은 유권자들이 과연 그렇게 버리고 있을까요? 기자는 철심을 제거해 종이만 따로 내놓거나 공보물 중에서 코팅된 종이와 그렇지 않은 종이를 꼼꼼하게 분리해 버린다는 지인은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이웃 주민에게 공보물을 어떻게 분리배출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냥 한꺼번에 버린다”고 답하더군요.

◇ 녹색연합 “뜯지도 않은채 버려져...전자공보물 대체해야”

환경단체 등에서도 이 문제를 꾸준히 지적합니다. 선거 기간에 사용되는 공보물이나 현수막 등이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입니다. 녹색연합은 지난 5월 18일 성명서를 내고 “뜯지 않고 버려지는 종이공보물, 플라스틱 오염 가중하는 선거 현수막에 더 이상 세금이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색연합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매 지방선거마다 국민세금 약 3,000억 원이 선거 보전 비용으로 사용되는데 보전되는 선거운동 비용은 선거공보물, 명함 등의 인쇄물 제작비와 선거사무소의 현수막, 거리 게시 현수막 제작, 게시 비용이 포함되므로 환경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짚어볼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죠.

녹색연합은 “수십 년간 쓰레기로 남는 선거홍보물 문제가 지적되어 왔으나 개선되지 못했기에 선거철마다 해당 항목에 세금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보물과 현수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녹색연합은 지난 7회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3억 장, 선거벽보 수량 104만 부, 선거공보 수량 6억 4천만 부를 사용했고 당시 선거벽보와 선거공보물, 현수막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20,772 ton CO2e라고 밝혔습니다. 4억 개의 플라스틱 일회용컵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과 같은 양이라고 합니다.

녹색연합은 “기후위기 시대,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 하기 위해서는 대형현수막 뿐 아니라 거리에 게시하는 후보자의 현수막 사용도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보급률 95%시대지만 뜯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 종이공보물은 모든 세대에 계속해서 발송되고 있다. 종이 공보물은 전자형 공보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도 이 문제에 대해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 김 이사장은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인쇄매체 홍보물을 가가호호 발송하는 것은 비용이나 환경 측면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종이 공보물과 플랜카드 사용 등이 과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선관위가 꼼꼼히 따져보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종이 인쇄 후 배송되는 공보물...반드시 필요한가?

물론 공보물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선거는 국민과 국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렇게 큰 일을 치르는데 유권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공보물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이나 노트북 대신 커다란 종이에 인쇄한 글자를 천천히 꼼꼼하게 읽어보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요.

공보물 등은 후보자나 정당들에게 ‘형평성’도 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유명한 후보자나 규모가 큰 정당 소속 후보자는 이름이나 자신의 기호, 공약 등을 알릴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군소정당이거나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후보자, 선거운동에 투입할 자본 등이 적은 후보자는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 공보물이 유일한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보물 (또는 현수막)을 제작해 배송하고 선거 이후 그걸 처리하는데 투입되는 자원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이 문제를 계속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종이로 인쇄돼 집으로 배송되는 선거 공보물이 반드시 필요한가요? 아니면 이메일이나 QR코드로 받고 원하는 사람은 우편으로 받을 수 있게 선택할 수 있기를 원하시나요?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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