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많은 제조업, 감축수단 부족·사업경쟁력 확보 필요
302개 제조기업 93% "탄소중립 사업에 규제애로 겪었다"
제조업 "탄소중립 투자 강화를 위한 규제 개선 필요해"

국내 산업의 중심점이지만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조업. 대한상공회의소는 5월 30일 '산업계 탄소중립 관련 규제 실태와 개선과제'를 발표했다.(Pixabay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산업의 중심점이지만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조업. 대한상공회의소는 5월 30일 '산업계 탄소중립 관련 규제 실태와 개선과제'를 발표했다.(Pixabay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산업계가 정부의 탄소중립 관련 정책 등에 대해 "기업의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활동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업장 외부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할 경우 실적을  지금보다 폭넓게 인증하는 등 기업의 선택지를 넓혀달라는 요구다. 에너지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한다는 지적을 받아 온 산업계가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월 30일 발표한 ‘산업계 탄소중립 관련 규제 실태와 개선과제’ 조사 결과, 302개 응답기업 중 92.6%가 “탄소중립 기업활동 추진 과정에서 규제애로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특히 많은 기업들이 규제 때문에 시설 투자에 차질을 겪었다고 답했으며, 제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 대기관리권역법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제조업 탄소중립 전환, 필요하지만 경제성도 무시 못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을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는 국가지만, 소비량은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2.1%를 차지하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에 속한다. 에너지소비가 많은 이유는 산업부문에서 소비되는 에너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량은 2000년 38.2%에서 2017년 42.4%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8년부터 산업부문의 에너지 사용량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그 수치는 미비하다. 여전히 산업부문의 온실가스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배출량의 약 36%를 차지할 정도이다. 이처럼 산업부문에서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이유는 국내 산업이 대부분 제조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가온실가스 배출량 종합정보 시스템의 2021년 산업부문 에너지사용 및 온실가스배출량 조사에 따르면 산업부문의 전체 에너지 사용량 1억 2837만 9500toe 가운데 제조업이 사용한 에너지 소비량은 1억 2826만 35000toe를 차지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마찬가지다. 산업부문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3억 4399만 1700tCO2eq 가운데 제조업은 3억 4345만 9600tCO2eq으로, 99.8%를 차지했다.

이에 제조업들은 에너지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공식 선언하고 지난해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하면서 산업부문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도 대폭 상향됐다. 산업부문은 2030년까지 2억 2260만 톤CO2eq으로 감축한 뒤 2050년 5110만 톤CO2eq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산업부문의 탄소중립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우며, 잘못하면 산업 경쟁력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2050 탄소중립과 제조업이 나아가야할 길’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통해 “타 부문과 비교해 획기적인 감축 수단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제조업의 탄소중립 전환은 산업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제조업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탄소중립 추진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제조업의 탄소저감 노력과 규제, '엇박자'

결국 국내 산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제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피해를 최소화해 산업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탄소저감도 추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제조기업의 협의와 시너지가 필요하다. 

이런 시선에 대한 산업계 시선은 어떨까. 대한상공회의소는 5월 30일 국내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산업계 탄소중립 관련 규제 실태와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92.6%가 “탄소중립 기업활동 추진 과정에서 규제애로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 중 65.9%는 ‘규제 때문에 시설 투자에 차질을 겪었다’고 답했으며, 온실가스 감축계획 보류(18.7%), 신사업 차질(8.5%), R&D 지연(6.9%) 등도 겪었다고 꼽았다.

애로사향 유형으로는 ‘복잡·까다로운 행정절차’가 51.9%로 가장 많았고, ‘법 제도 미비’(20.6%), ‘온실가스 감축 불인정’(12.5%), ‘해외기준보다 엄격’(8.7%), ‘신사업 제한하는 포지티브식 규제’(6.3%) 순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중점 추진 중인 기업 활동은 ‘전력 사용저감’이 55.5%, ’연료·원료 전환‘ 19.5%, ’재생에너지 사용‘ 10.2%, ’온실가스 저감 설비 구축 등 공정 전환‘ 8.2%, ’신사업 추진‘ 4.7%, 혁신 기술 개발 1.9% 순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부담이 적은 전력사용 저감 방식으로 탄소저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신사업 추진, 혁신기술 개발은 비용부담, 규제애로 및 법 제도 미비, 사업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응답비중이 낮았다”고 해석했다.

◇ 제조기업 “탄소저감 활동 및 기술 개발 위해 규제 개선 필요해”

탄소중립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제도 및 규제로는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가 42.1%로 가장 많았고, ‘대기총량규제’ 24.7%, ‘시설 인허가 규제’ 19.2%, ‘재활용 규제’ 1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은 배출권거래제가 기업의 다양한 온실가스감축활동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배출권거래제 대상기업이 사업장 외부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할 경우 실적을 인증해 배출권으로 전환하는 ‘상쇄배출권’ 활용 한도를 확대하고 해외온실가스배출권의 국내 전환 절차를 간소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해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상향하면서 국외 감축량 목표를 1620만톤에서 3350만톤으로 확대한 상황이다. 반면 상쇄배출권 활용한도는 배출권거래제 2기(2018~2020년) 10%에서, 3기(2021년~2025년)부터 5%로 축소됐다.

실제 해외감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 기업은 “해외사업을 통해 얻은 배출권을 국내 상쇄배출권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산하 CDM 집행위원회’의 공식 승인을 받은 해외감축사업에 대해 정부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며 “이때 온실가스 감축량의 일부만 인증 받는 경우도 많아 해외 사업의 배출권 수익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한상의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재활용 시설 등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신증설 시설이 대기배출시설에 해당하는 경우 대기관리권역법에 따라 배출허용총량을 추가 할당 받아야하는데, 총량 여유분을 초과할 경우 할당을 받을 수 없어 권역간 거래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국내 상당수 기업이 탄소중립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삼아 도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과감하게 규제를 개선하고 제도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 기업들이 탄소중립 투자를 강화하고,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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