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위해 전기차 전환 강화하는 정부와 기업들
"무리한 전기차 전환, 특정 기술과 원자재 의존도 높일 수 있다" 주장도
완전한 탄소중립 위해 내연기관차도 역할 있어

지난 5월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례협의를 개최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유럽자동차협회(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와 완성차업계들이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자동차 시대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와 유럽 산업계 일각에서는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례협의를 개최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유럽자동차협회(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와 완성차업계들이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자동차 시대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와 유럽 산업계 일각에서는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유럽자동차협회는 정례협의를 통해 “내연기관차 퇴출 등 강한 규제에 따른 전기차 확대는 특정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원자재 확보를 위한 특정 국가의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양 협회는 보다 안정적인 전기차 전환을 위해 내연기관차의 퇴출이 아닌 내연기관차의 고효율화나 탄소중립연료 개발을 통한 기술 중립성을 확보할 것을 주장했다. 

◇ 탄소중립 위해 급변하고 있는 자동차산업

자동차산업은 전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산업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2019년 기준 세계자동차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전세계 자동차시장은 연평균 4% 씩 성장해왔다.

실제 세계자동차 생산량 통계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2005년 약 6761만대에서 2017년 약 9862만 대로 증가했다. 이후 전기동력차가 성장하면서 2018년 약 9672만 대, 2019년 약 9096만대, 2020년 약 7605만대로 감소했으나, 2021년 다시 약 7978만대로 전년 대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흐름 앞에서 변화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생산, 사용, 폐기 등 모든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우 2017년 기준 산업(생산) 부문과 수송(운행) 부문에서 약 1억 14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배출량의 14.3%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에 세계 정부와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동차산업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탄소중립법 제정,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등 정책 강화를 통해 2022년 무공해차(수소·전기차) 50만대 달성을 위한 예산 2조 8000억원을 반영했으며, 2030년까지 무공해차를 450만대(전기차 362만대, 수소차 88만대)까지 보급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지난해 7월 ‘EU 기후변화정책 종합패키지(Fit-for-55)’를 발표했다. Fit-for-55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한 입법안으로, 해당 법안을 통해 EU는 2035년부터 휘발유·디젤 엔진 신차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다. 즉, 2035년부터는 배출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순수 전기차만 생산·판매 할 수 있어 내연기관차 퇴출을 의미한다. EU 집행위원회는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켜 2023년부터 잠정적으로 시작하고, 2026년 전면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흐름에 기업들도 친환경차 분야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제네시스, 제너럴모터스, 벤츠, 볼보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2030년~2035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생산을 중단하고, 판매차량의 전동화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특히 볼보의 경우는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며, 2025년까지 글로벌 판매의 50%전기차, 50%는 하이브리드차로 구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35년부터 유럽시장에서 전기차만을 판매할 예정이며, 2040년부터는 한국과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을 전동화할 예정이다.

◇ 한국·유럽 자동차산업협회, "전기차 전환...부작용도 있다"

이러한 자동차산업의 전기차 전환 흐름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지난 5월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이하 KAMA)와 유럽자동차협회(이하 ACEA)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례협의를 개최하고, “전기차 전환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며, 자동차 동력원 관련 전기동력과 내연기관 기술간 기술 중립성 유지가 필요하다”는 공동 입장을 양측 정부에 공동 건의할 것을 밝혔다.

이번 협의에서 ACEA는 EU의 경우 강력한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규제 도입에 따른 효과는 충분하지 않아 자동차산업이 전기차 등 특정 기술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CEA는 “EU집행위가 2035년까지 내연기관 퇴출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충전소 확대, 합리적 에너지 세율 설정 등 인센티브는 부족하다”며 “EURO7 기준 설정의 경우 EURO6 대비 기업의 투자확대 필요성은 커졌으나 그로 인한 대기오염 물질 감축효과는 크지 않아 규제 도입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KAMA는 무리한 전기차 전환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원자재 수급 문제를 우려했다. KAMA는 “중국이 리튬, 니켈 등 전기차 핵심 원자재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으며, 한국은 희토류 35%, 소재부품의 8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기차 시대에서 부품이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위기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 협회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차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전기차로의 안정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내연기관차량도 함께 발전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전기차가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전기 역시 탄소를 배출한다. 신재생에너지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 방식으로 생산된 전기가 전기차에 공급돼야 완전한 탄소중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까지는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이에 내연기관의 고품질화, 탄소중립연료(E-fuel) 등을 통해 내연기관차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식을 통해 전기차로 전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의 애로사항을 공유한 양측은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외에 이를 알리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양 협회는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전기차 시대의 속도조절과 함께 전기동력과 내연기관기술 간의 기술 중립성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양측 정부에 건의해간다는 계획이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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