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문제
다회용기 선택 기능 도입 필요성...배달앱 변화 실천 필요
1회용 배달용기 저감 위해 서울시와 4개 배달앱사 맞손

1회용 배달용기 사용을 줄이는 것은 탈플라스틱 사회로 가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들어서는 다회용기 활성화를 위한 배달앱의 참여도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우아한형제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1회용 배달용기 사용을 줄이는 것은 탈플라스틱 사회로 가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들어서는 다회용기 활성화를 위한 배달앱의 참여도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우아한형제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배달음식 시장이 크게 성장한 가운데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도 덩달아 늘었다. 이에 따라 버려지는 쓰레기 문제 역시 심각해면서 '다회용기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자체와 배달관련 기업 등은 재사용 가능한 다회용기를 확대하는 추세다.

1회용 배달용기 사용을 줄이는 것은 탈플라스틱 사회로 가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오늘날 배달 문화는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전화로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던 과거와 달리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원하는 음식을 주문한다. 주문하는 형태만 바뀐 게 아니라 배달용기도 달라졌다. 피자나 치킨 등은 종이포장에 비슷하게 배달돼 오지만 면이나 밥 등 대부분의 메뉴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온다.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도 급증했다. ‘배달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1인당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횟수는 일주일 평균 2.8회다. 이 기준으로 보면 배달음식 이용자 1인당 연간 약 10.8kg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민 1인이 사용하는 연간 플라스틱인 88kg의 약 12%에 해당하는 양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씨(39)는 “아기가 있어서 요리할 시간이 부족해 배달을 자주 시켜 먹을 수밖에 없는데 식사 후 플라스틱 용기를 처리할 때마다 양이 너무 많아서 죄책감을 느낀다”며 “어릴 때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배달 하면 일회용품 사용이 당연시되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월 ‘배달음식의 플라스틱 용기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배달음식 1개 메뉴당 평균 18.3개(14.7g), 배달음식 이용자 1인당 연간 평균 1342개(10.8kg)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배달용기는 전체 45.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그냥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얘기다. 

탈 플라스틱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넘쳐나는 플라스틱 배달용기 사용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다회용기 선택 기능 도입 필요성...배달앱 변화 실천 필요

어릴 때는 자장면을 시키면 그릇은 배달원이 다시 가져갔다. 먹다 남은 음식과 섞여 다시 배달통에 실려가는 그릇이 더럽게 느껴진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이렇게 그릇을 회수하는 것이 더 환경적이라고 한다. 

용기를 회수하는 데 소요되는 경유나 설거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이나 세제 사용 등을 따져보면 이 역시 환경적인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1회용 포장용기로 인한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따져보면 다회용기 도입에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환경운동가들의 입장이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려면 배달앱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1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감량을 위해서는 배달앱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다회용기 제공을 비롯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사업기간이나 예산 등을 고려하면 배달앱과 외식 사업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 

배달앱 차원의 적극적인 변화 실천은 환경적인 효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자 다양한 정책을 도입해 실시해왔다.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한 ‘일회용 수저 포크 안 받기’ 기능은 지난 3년 동안 2078만 명의 이용자가 7억 회 참여했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이렇게 3년 동안 절약된 수저 포크의 양은 소나무 4864만 그루를 심은 것과 동일한 환경적 가치를 지닌다. 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치자면 209억1656만 원가량 절약한 셈이다. 

더불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 펼쳤다. 지난해 12월 이용자가 김치나 단무지와 같은 기본찬을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먹지 않는 기본찬 안 받기’ 기능을 도입한 이후 석달 동안 음식물 쓰레기 1589톤을 줄인 효과를 기록했다. 배달의민족은 음식물 쓰레기 폐기비용으로 환산 시 약 4억7679만 원을 줄인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연간 6,357톤, 약 19억 원어치의 음식물 쓰레기 폐기비용을 줄인 효과가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더 나아가 배달용기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플라스틱 배달용기 회수로봇 설치를 진행했다. 지난 6월 자원 회수 로봇 개발 기술력을 지닌 수퍼빈, 아산시와 손잡고 모두 20대의 폐플라스틱 배달용기 회수로봇을 아산시에 설치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회수한 플라스틱을 플레이크로 가공, 펠릿화 해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로 가공하는 공정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경기도는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에서 동탄지역 일부에서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배달 주문 시 일회용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어 죄책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은 만큼 공공배달앱에서의 쓰레기 없는 배달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에 의미가 컸다. 

◇ 1회용 배달용기 저감 위해 서울시와 4개 배달앱사 맞손

최근 들어서는 다회용기 활성화를 위한 배달앱의 참여도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나 ‘요기요’ 1개 배달앱만 참여하고 서비스 지역도 강남구 지역에 한정돼 실질적인 이용 기회가 적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시범사업 다회용기 배달서비스 주문율은 매주 30% 이상 높아져 올해 1월에는 지난해 10월 대비 약 478% 증가했다. 소비자의 다회용기 사용 동참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배달수요 증가로 늘어나는 1회용 플라스틱 문제 해결 및 친환경 배달문화 확산을 위해 국내 배달앱 빅3로 불리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및 신한은행 땡겨요와 지난 2월부터 다회용기 이용 활성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왔다. 

그 결과 서울시는 지난 4월 22일 해당 4개 배달앱사와 ‘다회용 배달용기 사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회용 배달용기 퇴출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배달앱 내 다회용기 주문 기능을 도입하고 이용 활성화를 위한 홍보 등 노력 확대가 주요 골자다. 

배달앱사는 애플리케이션 내에 다회용기 사용 기능을 도입하고 다회용기 주문 모니터링과 함께 참여 가맹점 안내 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다회용기 사용 식당이 확대되고 소비자도 다회용기 이용 기회와 메뉴 선택권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조사업자는 다회용기를 제작해 음식점에 제공하고 소비자가 이용한 다회용기를 회수 및 세척 후 음식점에 재공급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서울시는 5월부터 사무실이 밀집한 강남구,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관악구, 대학가 주변 광진구를 대상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제로식당 500개 매장을 모집하기로 했다. 더불어 일회용품 없는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제로캠퍼스 참여 대학을 모집하고 캠퍼스 내에 ‘다회용기 회수함’를 설치, 교내나 근처 음식점에서 다회용기로 음식을 포장하고 나면 식사 후 이를 쉽게 반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조인동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배달앱사의 적극적인 참여로 보다 많은 시민들이 친환경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다회용 배달용기를 사용하는 친환경 소비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배달의 편리함 이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며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회용 배달용기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ey@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