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반납할게요”...거부하는 소비자들
작은 플라스틱만 없애도...대량생산 아래 효과 커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면 기업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사진은 파리바게뜨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회용 칼 줄이기 캠페인’. (파리바게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면 기업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사진은 파리바게뜨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회용 칼 줄이기 캠페인’. (파리바게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면 기업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개인 차원에서 아무리 분리배출을 열심히 한다 하더라도 기업이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을 계속 만들어낸다면 개인의 노력은 무의미해진다.

기업은 제품을 만들 때 플라스틱을 빼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주체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을 덜 만들어내면 당연히 탄소저감 효과도 더 커진다. 하루 아침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작은 것부터 하나씩 빼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현실적으로 기존 제품에서 플라스틱을 빼는 것이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냈던 기업들도 친환경 생산설비에 투자하고 기존 운영 방침을 바꿈으로써 작은 플라스틱을 하나 둘 빼나가고 있다. 경영의 무게 중심을 지속가능한 경제로 옮기면 어려울 것 같았던 이상도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 “플라스틱 반납할게요”...거부하는 소비자들

플라스틱 중에서도 빨대나 작은 뚜껑 등은 분리배출 하더라도 재활용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비자 중에는 아무리 작아도 ‘플라스틱이니까’라며 분리배출 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소비자는 ‘재활용이 애매하다고 들었다’며 선뜻 버리지 못하고 집안 한 구석에 쌓아두거나 일반쓰레기로 버린다. 

버리면서 지구에 대한 부채감이 쌓이는 일회용품들도 있다. 최근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음료병의 비닐 라벨이나 과자 속 트레이가 그렇다. 재사용도 어렵고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은 플라스틱을 보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은 불편해진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마음은 ‘반납 운동’. ‘어택 운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빨대 반납 운동, 스팸 뚜껑 어택, 롤케이크 빵칼 아웃 등이 있다. 분리배출이 어렵거나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모아 고객센터로 보내는 캠페인들이다. 이를 통해 매일유업, CJ제일제당, 파리바게뜨 등이 빠른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가장 최근 변화는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에서 일어났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17일부터 롤케이크 등에 기본적으로 동봉하던 일회용 플라스틱 칼을 일괄적으로 빼고 소비자 요청 시에만 제공하기로 했다. 

파리바게뜨는 일부 소비자들이 지난해 11월 케이크 제품에 동봉된 일회용 칼을 모아 고객센터로 보내는 ‘빵 칼 아웃 캠페인’을 SNS상에서 진행한 이후 지난해 말부터 직영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칼 줄이기 캠페인’을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지난 17일부터는 이를 전국 3400여 개 매장으로 확대하고 일반 케이크 외에 기본적으로 칼이 동봉되던 롤케이크, 파운드케이크, 파이류 등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파리바게뜨는 이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연간 약 110톤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평균 일회용 칼 사용량의 절반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소비자 반납 운동을 통해 사라지고 있는 또 다른 플라스틱은 명절 선물세트 속의 캔햄 뚜껑이다. 소비자 운동단체 ‘쓰담쓰담’이 2020년 ‘스팸 뚜껑 반납’ 운동을 전개한 이후 CJ제일제당은 같은 해 추석 선물에서부터 노란 뚜껑을 없앤 스팸 세트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올 설에는 트레이 소재를 바꾸고 스팸 캡 제거 등으로 387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고, 오는 추석부터는 모든 스팸 제품에서 뚜껑을 없앤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동원F&B ‘리챔’, 롯데푸드 ‘로스팜’, 사조대림 ‘안심팜’ 등에서도 플라스틱 뚜껑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빨대 역시 소비자 어택 운동으로 퇴출된 작은 플라스틱이다. 빨대는 국내에서만 폐기량이 연간 100억 개로 추산되지만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와 관련해 매일유업은 2020년부터 액상발효유 ‘엔요’에서 빨대를 제거하고 지난해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 190ml’에서도 빨대를 없앴다. 매일유업은 빨대 제거 등을 통해 연간 저감되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342톤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 작은 플라스틱만 없애도...대량생산 아래 효과 커 

최근 들어 유통과 안전을 이유로 플라스틱 트레이 사용을 고집해왔던 제과업계 내에서도 플라스틱 트레이 제거 및 소재 변경이라는 대안을 내놓고 있는 분위기다. 사진은 롯데제과에서 포장 변경한 제품. (롯데제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들어 유통과 안전을 이유로 플라스틱 트레이 사용을 고집해왔던 제과업계 내에서도 플라스틱 트레이 제거 및 소재 변경이라는 대안을 내놓고 있는 분위기다. 사진은 롯데제과에서 포장 변경한 제품. (롯데제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과자 속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완충제도 앞으로 사라져야 할 플라스틱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과자 속 트레이는 오래 전부터 과대포장과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지만 업계 내에서는 유통과 안전을 이유로 사용을 고집해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지적에 기존에 트레이 제거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기업들도 트레이를 제거하거나 플라스틱 소재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겠다는 대안을 내놓고 있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처음에는 생산효율 및 유통구조 등을 이유로 플라스틱 제거나 대체재 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결국 소비자 의견을 수렴해 친환경 소재 개발 및 생산라인에 변화를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해태제과 ‘홈런볼’, 롯데제과 ‘카스타드’, ‘엄마손파이’, ‘칸쵸’, 오리온 ‘초코칩쿠키’ 등에서 트레이가 제거되었거나 제거될 예정이다. 롯데제과의 경우 이 같은 ‘No플라스틱’ 활동을 통해 연간 약 700톤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수와 음료 병에 붙어 있던 비닐 라벨도 사라지고 있다. 기업들은 초반에는 무라벨 제품의 시장 안착을 걱정하며 라벨을 없애는 것을 불안해했지만 오히려 제품 매출이 급증하면서 무라벨 생수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심, 제주개발공사,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3대 생수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음료기업에서도 생수와 음료 제품에서 비닐 라벨을 없앰으로써 큰 환경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5월부터 무라벨 백산수 판매를 시작한 농심은 당시 백산수 전체 판매 물량의 50%를 무라벨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이를 통해 연간 60톤 이상의 필름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지난해 무라벨 PB생수를 선보인 홈플러스는 제품 출시 6개월 만에 6톤 이상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이밖에 동서식품은 지난해 맥심 커피믹스 대규격 제품의 손잡이를 폴리에틸렌 소재에서 종이로 바꿨다. 이 사소한 변화를 통해 매년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200톤 이상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의 작은 노력은 결코 작지 않다. 제품에서 빨대 하나를 없애기만 해도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는 기업은 큰 환경적 효과를 낼 수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탈플라스틱의 키를 쥐고 있는 기업이 나서서 플라스틱을 줄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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