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되는 논란, 가장 필요한 건 진정한 논의
모두가 공감하는 탄소중립, 문제는 디테일

[그린포스트코리아 임호동 기자] 지난해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천명했다. 그 일환으로 2050 탄소중립 사회 전환을 위한 정책과 계획을 수립하고 점검 평가하는 민관 참여기구인 ‘2050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가 5월 29일 본격 출범했다 이후 대한민국의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준비는 매우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탄중위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을 10월 말까지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탄중위가 출범한지 약 3개월 만인 8월 5일 탄중위는 총 세 가지 안으로 구성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이하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 달 마지막 날에는 국회에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법적 기반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통과되며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도록 하한선을 정해졌다. 그리고 지난 9월 11일과 12일에는 500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탄소중립시민회가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 작성을 위한 의견수렴 과정인 시민대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모든 것이 2050 탄소중립의 전반적인 계획을 점검해야 하는 탄중위가 구성되고 반년이 채 지나기 전에 이뤄진 이야기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발표, 탄소중립기본법 통과 등 모든 과정이 이슈가 되며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다 보니 진척없는 논란에 모두가 지쳐가는 모습이다. 

◇ 순탄치 않은 탄소중립을 향한 길

탄소중립시나리오 초안이 발표되자 마자 환경단체는 초안의 세가지 안 중 1안과 2안에서 탄소중립이 달성되지 않는 시나리오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에서는 탄중위의 해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경제계와 산업계에서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산업 부분의 감축 비중이 너무 높다며 기업의 의견을 더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지적에 탄중위는 시나리오는 로드맵이 아닌 탄소중립의 방향성과 속도를 가늠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것이며,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계속적으로 수정과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탄중위의 답변이 무색하게도 국회에서는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탄소중립시나리오를 수정해나가겠다고 밝힌 탄중위와 달리 국회는 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이라는 하한선을 그어버렸다. 이에 경제·산업계에서는 의견수렴 과정이 전혀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다시 반발했고, 이에 맞춰 시나리오를 구성해야하는 탄중위도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최근 진행된 시민대토론회 역시 논란이 일었다. 시민대토론회에 참여한 시민참여단 내에서도 홍보 부족과 빡빡한 일정을 꼬집었으며, 탄중위 해체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탄소중립해체공대위)는 탄소중립시민회의 추진 절차 및 사전 정보공개 등 진행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판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취재한 결과 탄중위 관계자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 발표를 위해 촉박한 시간에서 토론회를 진행하다보니 홍보와 일정 조정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실명했으며 “토론회의 자료와 참여시민단의 교육자료 등은 탄중위 홈페이지를 통해 업로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멀리가기 위해 함께 가야한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행보가 있을 때마다 논란이 발생하고, 탄중위는 이를 해명을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반복되는 현상을 취재하는 기자의 입장으로는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취재를 하다보면 정부와 탄중위, 그리고 기업을 비롯한 경제·산업계,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의 목소리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꼭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논란의 주체들은 모두 2050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그 안에 포함된 내용이 그들의 생각과 조금씩 상이하다는 점이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현재 탄소중립 방안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더디다는 입장이며, 기업과 경제·산업계는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에 미래 기술과 에너지 전환 등이 필요함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차이는 이정도 뿐이다.

탄중위는 이러한 차이를 협의와 논의로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탄중위는 오는 10월 말까지 2050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협의와 의견 수렴을 위한 시간으로 충분한 시간인지는 의문이다.

2050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는 쉽지 않은 과제다. 탄중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되고 있는 각 분야 협의체 의견서를 통해서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탄중위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발표 이후 산업계, 노동계, 종교계, 청년협의체 등과 간담회를 이어오고 있다. 산업계의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 및 수소 에너지 수입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발표했으며, 노동계는 비중이 줄어드는 화력 발전 등에서 고용안전 문제를 꼬집었다. 농축산계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꼽히는 육류 소비 등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넘어야 할 산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이다.

지금까지 탄소중립을 위한 행보는 다소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취재에 따르면 탄중위는 10월 말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이 있어야 최종안을 토대로 탄소중립 정책의 방향성과 속도를 설정할 수 있다고 보고 최종안 구성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탄중위 관계자는 "시나리오 최종안이 나와야 이를 토대로 수정 보완 과정을 거치며 탄소중립을 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함께 가야한다. 시민대토론회에서 조용성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은 “이미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수단이 마련돼 있지만 그중 55%가 시민과 기업의 참여에 달성여부가 달려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은 기업과 시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50 탄소중립은 함께 멀리 가야할 길이다. 속도보다는 더 많은 의견 수렴과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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