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행사 시 ESG평가체계 구축해 역량 제고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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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투자기관의 ESG인식이 피 투자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주요 은행들의 대주주인 기관 투자자의 ESG인식이 은행권의 ESG 경영 체제 구축을 앞당겼다. 투자 기관들이 ESG를 하지 않으면 과감하게 투자를 줄이겠다고 엄포를 놓은 만큼 ESG역량 제고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올랐다.

9일 금융권과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피투자회사에 ESG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자산규모 1위인 블랙록과 스테이트 스트릿 글로벌 어드바이저(SSGA) 등이 ESG등급을 투자 요건에 적용하면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고 나섰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큰 손 투자자인 Blackrock(블랙록)은 지난해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을 투자 포트폴리오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고 발표했으며, 올해 'iShare ESG ETF'와 'ESG인덱스 펀드'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블랙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도 자사의 투자기업들이 ESG기준에 못 미칠 경우 해당 기업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조치를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블랙록에 이어 세계 거대 자산운용사 중 한 곳인 스테이트 스트릿 글로벌 어드바이저(SSGA) 또한 ESG 이슈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회사의 장기적 성과에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이사회를 대상으로 서한을 게재한 바 있다. 또 올해부터는 SSGA가 개발한 'R-Factor 지수'를 활용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SSGA의 'R-Factor 지수'는 지속가능성 회계 표준위원회(SASB)의 정보공개 체계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해당 지수에서 점수가 하락하면 개선책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는 이사회에 대하여 반대표를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SSGA는 이를 통해 투자회사들이 ESG 이슈를 파악하고 장기적인 전략에 반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영국계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Barclays)는 화석 연료업계의 최대 대출업자임에도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화 하겠단 목표를 발표했다. 해당 결정은 영국 NEST(국민고용저축신탁)와 투자자들의 화석 연료 대출을 단계적으로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바클레이즈는 올해부터 주기적·자체적으로 해당 목표를 위한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한단 방침이다.

스위스 금융기업인 UBS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ESG관련 채권을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말 UBS 크레딧 리서치 부문 Wacker 대표는 'ESG 관련 채권'을 투자의 방어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ESG 관련 채권은 스프레드가 일반 채권에 비해 적어 변동이 큰 시장에서 다소 안정적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금융회사의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관리공단(국민연금) 또한 ESG평가 체계를 서둘러 구축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ESG 평가 체계 개선 및 국내채권 ESG 평가체계 구축'위한 외부 연구 용역을 마치고 ESG를 본격 적용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은 오는 2022년까지 전체 운용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한다고 밝혔으며, 정기 ESG 평가에서 C등급 이하거나 2등급 이상 하락하면 중점관리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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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투자기관의 ESG평가 지표(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이들 투자기관은 은행권 대주주인 만큼 차지하는 영향이 적지 않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주주 권익 제고를 위한 정책을 강화한다고 밝힌 만큼 기관 투자자들의 ESG평가체계 등이 가지는 기여도 또한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BNK금융지주 13.50% △DGB금융지주 13% △KB금융지주 9.93% △신한금융지주 9.81% △하나금융지주 9.88% △우리금융지주 9.80% △JB금융지주 9.70% △IBK기업은행 6.91% 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명실상부 금융권 '큰 손'이다. 때문에 정기 주주총회 시즌 무렵 이들 금융사의 부정적 이슈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 등은 이들 기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국민연금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등의 ESG등급 평가가 C등급 이하로 하락하거나 2단계 이상 급락할 시 중점관리 대상으로 검토하는 만큼 ESG역량 제고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블랙록도 빠질 수 없는 대주주다. 블랙록은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지분을 각각 5.63%, 6.02%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달 10일 당초 5.01%에 그쳤던 KB금융지분을 1.01%추가 매수했다. 블랙록이 당시 KB금융지주의 지분을 늘린 이유도 KB금융지주의 ESG전략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투자 측면에서 ESG가 가속화되는 큰 동력은 연기금, 운용사 등이 ESG 투자 철학 을 강화하며 피투자회사에 ESG 경영 강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라며 "이미 ESG 투자 가 일반화된 미국, 유럽의 경우 블랙록 자산운용 등을 중심으로, 주요 연기금 및 운용사들은 ESG 등급을 포트폴리오 내 투자 비중 조절에 적 극적으로 활용하며 이에 관련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도 강화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이는 실제로 ESG 이슈가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 및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며 환경, 사회적 가치 등 ESG의 핵심 철학이 이제 전 지구적 이슈로 공론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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