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삼성’ 플랜...가전사업도 글로벌 1등 노리나
“메모리 초격차 확대·파운드리 N0,1 발판 쌓는다”
반도체 성공 노하우로 디스플레이 등도 강화
글로벌 시계 제로 속...차세대 CEO 후보 군 넓혔다

국내 주요기업들이 연말을 맞아 조직개편과 새 임원진 구성에 나섰습니다. 해마다 인사철이 되면 ‘세대교체’나 ‘차세대 리더 육성’ 같은 단어가 반복되지만 올해는 그런 익숙한 말들이 한층 무겁고 새롭게 들립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때문입니다.

팬데믹은 과거 IMF와 리먼 사태 등 여러 위기보다 더 강력한 태풍을 몰고 왔습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변했고 그에 따라 산업 구조가 재편됐습니다. 블루오션이 순식간에 레드오션이 되거나,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던 가치들이 불과 몇 달 사이 새로운 표준으로 보편화되는 경우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CEO들은 매년 ‘올해는 경영 환경이 불확실하다’고 말합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도전과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매년 듣는 얘기지만 2021년이야말로 과거 어느때보다 더 그런 시대가 될 것입니다.

기업들은 이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까요. 국내 산업을 이끄는 주요 CEO들은 조직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혁신을 주도할 임무는 누구에게 맡겼을까요. 연말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통해 2021년 경영 전략을 미리 살펴봅니다. 세 번째 순서는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이루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 [편집자 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차세대 모바일 관련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차세대 모바일 관련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 12월 2일 정기 사장단 인사, 그리고 이틀 후인 지난 4일 정기 임원인사를 각각 발표했다. 사장단 인사에서는 사장승진 3명을 포함해 5명 규모의 인사가 이뤄졌다. 지난해(9명)와 비교하면 인사폭이 줄었다. 다만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서는 부사장 31명을 포함해 총 214명을 승진시켰다. 이는 올해 1월 발표한 지난해 정기 인사(162)보다 늘어난 숫자다.

삼성전자는 인사를 통해 전략 목표를 드러냈다. 메모리 초격차를 확대하고, 파운드리 글로벌 1위를 향한 행보를 강화하며 가전사업에서도 영향력을 더욱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하고 차기 CEO 후보군도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면서 “주요 사업의 성장과 핵심기술 및 제조 역량 강화를 이끌어온 부사장을 사장으로 발탁해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반도체 분야 차세대 주자를 사업부장으로 전면배치해 기술 기반 미래 경쟁력 강화와 신시장 선점 위한 변화와 혁신을 추구했다”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의 내년 전략이 고스란히 담긴 멘트다.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실적 개선을 감안해 승진 인사 폭을 확대했고 부사장 31명 승진을 통해 미래 CEO 후보군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 분야 우수 인력 승진을 확대해 미래 핵심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최고 기술회사를 지향한다”는 비전을 함께 내놓았다. 최근의 실적 개선에 안주하지 않고 세대교체와 기술개발을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 ‘뉴 삼성’ 플랜...가전사업도 글로벌 1등 노리나

올해 사장단을 포함한 주요 임원 인사가 주목받은 이유는,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첫 번째 인사라는 시점과 의미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새로운 삼성’의 초석을 다지는 인사라는 의미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를 먼저 돌아보자. CE부문 생활가전사업부장 이재승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DS부문 메모리사업부 DRAM개발실장 이정배 부사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으며 사장으로 승진, 그리고 역시 DS부문에서 글로벌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 최시영 부사장이 파운드리사업부장을 맡으며 사장으로 승진했다. 기존 메모리사업부장 진교영 사장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으로, 파운드리 사업부장 정은승 사장은 DS부문 CTO로 위촉업무가 변경됐다.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에 대해 “가전 사업의 성장과 혁신을 이끈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핵심사업인 반도체 비즈니스의 개발과 제조 경쟁력 강화를 이끈 부사장을 사장 승진과 함께 사업부장으로 과감히 보임해, 성과주의 인사와 함께 미래를 대비한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이끌 세대교체 인사를 실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는 창립 이래 첫 번째 생활가전 출신 사장 승진자를 배출했다. 가전사업의 글로벌 1등이라는 목표를 공식화한 행보다. 승진자인 이재승 사장은 생활가전 출신 최초의 첫 사장 승진자로 지금까지 냉장고개발그룹장, 생활가전 개발팀장 등을 역임하면서 무풍에어컨, 비스포크 시리즈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 개발을 주도해왔다. 올해 1월 생활가전사업부장으로 부임해 좋은 성과를 거둔 공로를 인정 받았다. 삼성전자는 “사장 승진을 통해 가전사업의 글로벌 1등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2021년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 왼쪽부터 생활가전사업부장 이재승 사장, 메모리사업부장 이정배 사장, 파운드리사업부장 최시영 사장. (삼성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전자가 2021년 사장단 인사를 통해 미래 전략을 드러냈다. 사진 왼쪽부터 생활가전사업부장 이재승 사장, 메모리사업부장 이정배 사장, 파운드리사업부장 최시영 사장. (삼성전자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메모리 전 제품 초격차 확대·파운드리 N0,1 발판 쌓는다”

또 다른 사장 승진자인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은 DRAM분야 전문가다.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메모리사업부 DRAM설계팀장, 상품기획팀장, 품질보증실장, DRAM개발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메모리사업 성장을 견인해왔다. 삼성전자는 “이번 승진과 함께 메모리사업부장으로서 DRAM 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솔루션 등 메모리 전제품에서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최시영 파운드리 사업부장은 반도체 전제품에 대한 공정 개발과 제조 부문을 이끌어 온 공정·제조 전문가다..오하이오주립대 전자재료 박사 출신으로 반도체연구소 공정개발팀장,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 등 반도체사업의 핵심보직을 경험했다. 삼성전자는 “최사장이 파운드리사업부장으로서 공정개발 전문성과 반도체 전제품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세계 1위 달성의 발판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위촉업무가 변경된 진교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의 메모리 공정설계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진 사장은 지난 2017년 3월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아 절대우위 경쟁력을 발휘하며 글로벌 초격차를 이끌어 온 주역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을 이끌며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종합기술원장으로서 미래 신기술 확보와 핵심기술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CTO 사장은 텍사스대 물리학 박사 출신의 반도체 공정개발 전문가로 지난 2017년 5월 파운드리 사업부장을 맡아 선단공정 개발을 진두지휘하면서 EUV 공정 도입 등을 통해 파운드리사업 성장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개발 전문성과 전략적 안목을 바탕으로 DS부문 CTO로서 반도체사업의 선행연구역량을 제고할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에 대해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 기존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혁신과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과감한 쇄신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반도체 성공 노하우로 디스플레이 등도 강화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이다. 해당 부문에서 1967년생(이정배)과 1964년생(최시영) 사장을 각각 선임하면서 ‘반도체 비전 2030’을 가속화할 세대교체에 나섰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사장 인사를 전후로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S 등도 속속 주요 인사를 발표했다. 삼성 SDS는 나노분야 전문가인 황성우 삼성전자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삼성 디스플레이는 최주선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대표이사(사장)으로 선임했다.

황성우 삼성 SDS 신임 대표는 프린스턴대 전기공학 박사 출신으로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를 역임하고 2012년 2월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 경력 입사한 인물이다. 종합기술원에서 랩장, 센터장을 두루 거친 후 종합기술원장을 역임했다. 황 사장은 종합기술원에서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다양한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바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새 대표이사는 KAIST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개발실장, 전략마케팅팀장, DS부문 미주총괄을 역임한 반도체 설계 전문가다. 지난 1월부터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을 맡아 퀀텀닷 디스플레이 개발을 이끌어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새 대표이사에 선임에 대해 “반도체 성공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사업의 일류화와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장단 인사 후 이틀 뒤인 지난 4일, 삼성전자는 4일 임원과 펠로우, 마스터에 대한 2021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31명, 전무 55명, 상무 111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 등 총 214명을 승진시켰다. 과거 4차례의 임원 인사와 비교해 승진자 규모가 늘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도 수요에 대한 적기 대응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지난해 대비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을 감안해 승진 인사 폭을 확대했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경영성과와 탁월한 리더십을 겸비한 핵심인재 31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미래 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패널 가격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별 부품 공급 운영 불확실성을 해소한 고승환 VD사업부 구매팀장, 비스포크 등 고객 맞춤형 혁신 제품 라인업 강화하고 판매 확대를 통해 가전 연간 매출 기네스 달성에 기여한 이강협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등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글로벌 시계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미래를 대비한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2021년에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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