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엇을 버릴 것인가
[기자수첩] 무엇을 버릴 것인가
  • 곽은영 기자
  • 승인 2020.11.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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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얼마 전 위기 상황에 대한 짧은 글을 한 편 읽었다. 김창준 애자일 컨설팅 대표가 지난 10월 말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내용은 위기 상황에서 언제 어떻게 손에 쥔 것들을 버리고 탈출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김 대표는 글을 통해 야생 소방관의 사망 관련 연구를 소개했다. 불이 바람을 타고 뒤에서 빠르게 번져올 때 타죽는 사람은 대부분 손과 어깨에 무거운 전기톱과 배낭을 매고 있던 사람들로, 물건을 모두 내팽개치고 달린 사람은 살아남았다는 연구다. 

오랫동안 뇌리에 남은 말은 김 대표가 글의 끝에 덧붙인 추신이었다. 인용하자면 “사고현장에서의 생존자와 사망자 비교 연구를 보면, 사망자들의 특징은 이상 징후가 감지되었을 때 스스로를 안심시킨다는 점. 특히 그런 신호가 여러번 반복되었어도”라는 글이다.

이 말이 인상적으로 머릿속에 맴돌았다. 

글을 쓴 이는 절체절명의 순간 값비싼 도구를 포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를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기자는 이를 기후변화에 대입해봤다. 불길을 뒤로 한 수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떠올랐다. 예고된 불길 앞에서도 이들은 손에 쥔 것을 버리지 않고 그저 뛰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불길이 아직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너무 비약적인 비유일까. 

개인에는 기자도 포함된다. 기자는 무엇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을까.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환경에 위해를 덜 끼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이는 아직 손에 꼽을 정도이고, 대부분의 생활 패턴과 습관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생수를 배달시켜 먹고 급하면 지퍼백과 일회용 장갑을 사용하고 때때로 필요하지 않은 쇼핑을 한다.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편리함에 대한 만족감이다. 

늘어나는 플라스틱과 비닐은 분리수거에 최대한 신경 쓰는 것으로, 일회용기는 다회 사용하는 것으로, 안 입는 옷은 기부를 하는 것으로 최소한의 양심을 챙기려 하지만 개인이 환경 앞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기업은 무엇을 놓지 못하고 있을까. 그 중 하나는 수익일 것이다. 다만 기후변화라는 예고된 위기 앞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지표를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달라졌다. 과거 기업의 가치가 재무적 성과만으로 평가됐다면 이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를 도입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존속가치와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 ESG는 오늘날 기업의 투자와 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눈여겨 보면 기업들은 매일 친환경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 소식을 전하고 있다. R&D 비용을 투자하고 MOU를 체결해 친환경 제품을 개발했다는 소식들이다. 

이번주만 하더라도 SK종합화학과 크린랩이 제품 소각 시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폴리프로필렌(PP)과 분리작업 없이도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포장랩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SSG닷컴은 현대글로비스와 국내 최초로 콜드체인이 가능한 전기 배송차를 도입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알렸다. 전기 배송차 도입으로 경유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약 56.2%를 저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기술과 자본주의가 협력해 친환경 서비스와 제품이 늘어나는 것은 유의미하다. 다만 그 움직임에 더 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자들은 기업 차원에서 친환경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이 제품을 잘 만들면 자연스럽게 친환경 소비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 로비 앤드루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의 연구를 소개하며, 인류가 2000년부터 탈탄소화를 추진했다면 탄소배출량을 1년에 3%씩만 줄여도 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억제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만약 이를 이제부터 추진한다면 1년에 10퍼센트씩, 만약 또 10년을 지체한다면 30퍼센트씩 줄여야 한다고도 전했다.

이와 비슷하게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020년까지 경로를 바꾸고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것이 바로 올해다.

다시 얼마 전 읽은 글을 떠올려 본다. 이상기후가 감지되었을 때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접어들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본다. 지금 버려야 것은 무엇일까. 다시 무엇을 연습해야 할까.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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