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으로 읽는 환경 ⓛ] 꽉 채운 냉장고...기후변화에 좋을까 나쁠까
[제품으로 읽는 환경 ⓛ] 꽉 채운 냉장고...기후변화에 좋을까 나쁠까
  • 이한 기자
  • 승인 2020.11.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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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24시간 돌아가는 냉장고, 전기와 탄소의 환경 영향
중요한 환경 질문...“당신의 냉장고, 뭐가 얼마나 들었나요?”
성능 좋은 냉장고의 환경 역설, 문제는 냉장고가 아니다
버려지는 음식의 환경·경제 손실...냉장고 속 식재료 효율화 절실
AI로 식단과 재료도 관리하는 똑똑한 요즘 냉장고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인류의 식재료를 책임지는 냉장고입니다. [편집자 주]

냉장고를 가득 채우는 건 과거 '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만일 꽉 채우기만 하고 제대로 먹지 못해 식재료를 버린다면 당신의 냉장고는 비경제적이고 비환경적인 물건이 될 수도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냉장고를 가득 채우는 건 과거 '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만일 꽉 채우기만 하고 제대로 먹지 못해 식재료를 버린다면 당신의 냉장고는 비경제적이고 비환경적인 물건이 될 수도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우리가 흔히 아는 냉장고의 역사는 대략 110년 내외다. 가정용 냉장고는 지난 1910년대에 처음 발명됐다. 환경운동가 톰 잭슨의 저서 ‘냉장고의 탄생’(MID 엠아이디 출간)에 따르면 1911년 제너럴일렉트릭사가 가정용 냉장고 관련 특허를 얻었고 당시 이 장치는 자동차의 두 배 수준으로 비쌌다.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인류의 생활은 크게 변했다. 식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하면서 채소와 과일, 그리고 고기를 효율적으로 먹을 수 있게 됐고 영양섭취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건강도 개선됐다. 인류가 괴혈병 등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이유가 냉장고의 영향이라는 시선도 있다. 가정용 냉장고 뿐만 아니라 산업용이나 의료용에 쓰이는 냉장·냉동 기술 등을 생각하면 냉장고가 인류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먹거리와 밀접한 연관 때문일까. 냉장고를 둘러싸고 여러 환경 이슈가 있다. 24시간 가동하면서 사용하는 전력과 탄소배출량, 버려지는 폐가전 문제, 냉장고에서 번식할 수 있는 세균 문제 등이 생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냉매로 쓰였던 프레온 가스의 환경적인 영향에 관한 문제도 이슈였다.

그 중에서 소비자 일상과 가장 밀접한 문제는 먹지 않은 식재료를 쌓아두다가 시간이 지나 결국 버리는 문제다.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역설적으로 식재료의 비효율적인 사용으로 연결된 결과다. (물론 냉장고의 책임은 아니다) 그러면 냉장고는 어떻게 써야 환경적이고, 또 요즘 냉장고들은 어떤 환경적인 기능을 갖추고 있을까.

◇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냉장고, 전기와 탄소의 환경 영향

냉장고가 가진 특징을 먼저 보자. 냉장고는 365일 24시간 한순간도 쉬지 않는다. 지난 여름, 집 앞 전봇대와 전깃줄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겨 10분 남짓 정전을 겪었다는 서울 송파구 소비자 양모씨(42)는 “전기가 끊기니 모든 것이 불편했지만 다른 건 그래도 참을 만 했는데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식이 가장 걱정됐다”고 말했다. TV와 가스레인지가 없는 집은 있어도, 냉장고가 없는 집은 찾기 힘들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대개 불이나 열을 사용해 음식을 조리하는 데 쓴다. 반면 냉장고는 주방 가전 중 드물게 음식이나 식재료를 차가운 상태로 유지하는 제품이다. 먹거리가 부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온도인데 냉장고는 온도를 낮춰 음식을 신선하게 유지한다.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기가 공급돼야 한다.

신선하게 유지하려면 아주 많은 전기가 필요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냉장고는 에어컨과 달리 방 전체가 아니라 제품 속 공간만 냉각하므로 전기소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다만 하루 종일 가동해야 하므로 일반 가정에서 내는 전기세 중에서는 비교적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24시간 내내 전기를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도 배출한다.

기자가 사용하는 냉장고를 예로 들어보자. 2018년 4월 기준 1등급을 받은 국내 한 가전사의 320L 냉장고다. 월간소비전력량은 (제조사 소개 기준) 16.1kWh다. 전기세가 연간 3만 1,000원 정도 소요되고 이산화탄소는 시간당 9그램 배출한다.

냉장고의 전기효율과 전기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매우 높다. 전자랜드가 올해 3월 23일부터 7월 14일까지 으뜸효율 환급 대상 가전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대비 냉장고 판매가 48% 늘면서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제습기(36%)와 밥솥(31%), 청소기(21%), 세탁기(17%) 등을 모두 뛰어넘는 숫자다. 전자랜드는 “코로나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식재료를 미리 사두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판매 증가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중요한 환경 질문...“당신의 냉장고, 뭐가 얼마나 들었나요?”

전기효율 만큼 중요하게 따져보아야 할 게 있다. 냉장고에 뭐가 들었고, 얼마나 거기 있었는지다. 우선 한 가지 따져보자. 냉장고는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하는데, 그러면 냉장고가 인류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였을까?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요즘 인류는 오히려 과거의 인류보다 음식을 더 많이 남긴다. 냉장고 때문에 그런 건 아니지만 냉장고와도 일부 관련은 있다.

통계 먼저 보자.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이 지난해 9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매뉴얼 ‘환경 그린라이트’를 발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1만 3,465톤이다. 국민 1인당 음식물 쓰레기를 280그램 배출한다는 의미다.

음식물 쓰레기 얘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밥을 남기지 마라’는 조언을 떠올린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음식물 쓰레기의 범위가 넓어서다. 전체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 먹고 남은 음식물은 30% 내외다. 그것보다 더 많은 음식이나 식재료가 유통·조리과정(57%)에서 버려진다. 보관만 하다가 결국 폐기되거나(9%), 하나도 먹지 않은 상태(4%)로 버려진다.

숫자로만 판단해보자. 유통과 조리과정에서 버려지는 식재료를 모두 없애고 만들어 놓고 안 먹는 음식이나 쓰지 않는 식재료를 차단하면 음식물쓰레기의 약 70%가 줄어든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상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먹고 남은 음식보다 다른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이 많다는 건 팩트다. 그러면 어느 과정에서 뭘 줄여야 할까. 바로 이 지점에서 냉장고와 버려지는 음식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으뜸효율가전 환급사업 시행 이후 판매가 가장 늘어난 품목은 냉장고로 밝혀졌다. (전자랜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7월 중순 기준, 으뜸효율가전 환급사업 시행 이후 판매가 가장 늘어난 품목은 냉장고다. 소비자들이 냉장고의 경제적인 측면에 집중한다는 얘기다. (전자랜드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성능 좋은 냉장고의 환경 역설, 문제는 냉장고가 아니다?

음식을 많이 만들더라도 잘 보관했다 나중에 먹으면 된다. 재료가 많아도 보관만 잘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냉장고가 가진 긍정적인 환경 효과다. 문제는 재료 자체를 너무 많이 구매해 계속 보관하다 상하거나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 버리는 것들, 요리 과정에서 쌓여 모인 자투리 재료를 냉장고만으로는 제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물론, 너무 많이 만들어도 문제다.

요리 경험이 많지 않은 자취생이나 사회초년생, 요리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1인가구 등은 위와 같은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 외식 줄이려고 식재료를 한꺼번에 구매했다가 결국 냉장고 안에서 시들어가거나 단위당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대용량 제품을 샀다가 결국 버려 본 경험이 기자에게도 있다.

물론 이건 냉장고 책임이 아니다. ‘성능 좋은 냉장고가 역설적으로 식재료 과소비를 유도할 수 있으니 냉장고 사용을 줄이자’고 주장할 마음도 없다. 다만,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소비하고 그걸 모두 사용하지 못해 남아서 버리는 과정에 냉장고가 일정 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건 맞다.

중요한 건, 냉장고가 스스로 그 지분을 줄일 수는 없으니 냉장고를 사용하는 사람이 그걸 효율화해야 한다. 냉장고를 무조건 꽉 채우지는 말자는 얘기다. 본지는 지난 3월 ‘냉장고 비우고 지구를 구하라’ 특집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 1만 2000톤...버려지는 음식의 환경·경제 손실

냉장고에 담긴 식재료를 효율화하지 않아서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지 못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앞서 언급한 학교보건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를 20% 줄이면 연간 1,600억원의 쓰레기 처리 비용이 줄어든다. 에너지 절약 등으로 5조원 규모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돈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버려지는 음식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4인 가족이 음식물 쓰레기를 통해 배출하는 연간 온실가스를 없애려면 소나무 149그루가 필요하다. 서울과 부산을 승용차로 4.8회 왕복할 때 나오는 양과 비슷한 규모다. 이걸 줄여 얻을 수 있는 환경적인 효과도 생긴다.

환경부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시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월 기준 전국 가동현황 시설은 346곳이다. 이곳에서 매일 평균 1만 2831톤을 처리한다. 두 곳을 예로 들어보자. 서울 송파구 전역과 종로구, 중구, 성동구 등에서 반입되는 음식물류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에서 일평균 495톤을 처리한다. 강동구 전역과 광진구, 관악구 등에서 반입되는 양을 처리하는 시설에서는 299.56톤을 처리한다. 해당 시설의 일 최대치가 각각 515톤과 360톤이다. 시설로 반입돼 처리되는 음식물 쓰레기 양이 이미 포화상태에 점점 다다르고 있다는 의미다.

다행인 점도 있다.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비율은 비교적 높다. 본지가 지난 3월 특집 당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음식물류폐기물은 일반적으로 90% 이상이 사료, 퇴비, 바이오가스 등으로 재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기준 음식물쓰레기의 41.6%가 사료화 됐고 32%가 퇴비로, 16.8%가 기타(바이오가스 등)로 재활용됐다.

문제는 버려지는 양이 기본적으로 많다는 거다. 생산이나 운송 과정에서 미처 소비되지 못하고 버려지거나 유통기한이 남은 여유식품이 폐기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근 기승을 부렸던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남은 음식물을 가축 등에게 먹이는 것이 금지돼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을 겪은 부분도 있다.

◇ 식재료 구매와 보관 단계에서의 효율화 추구해야

냉장고에서 음식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은 뭘까. 살림 경력이 오래된 소비자나 요리업계 종사자들은 ‘식재료 구매 단계에서부터 효율화를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스튜디오 ‘sik_kuu.(식구.)’ 조한별 대표는 냉장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관심이 많다. 조 대표는 요리 전문 에디터 출신으로 푸드 관련 콘텐츠 제작사를 운영하면서 직업상 요리연구가와 푸드 스타일리스트, 셰프 등과 자주 협업한다. 그러나 조 대표는 평소 집에서 양문형 냉장고 대신 아닌 작은 사이즈 일반 냉장고를 쓴다.

냉장고에는 고춧가루와 쌀, 닭가슴살 약간만 보관하고 채소나 나물 등은 필요할 때마다 소량 구매한다. 중대형 슈퍼나 마트는 제품이 대부분 이미 포장뙈 있어서 원하는 만큼만 구매할 수 있는 재래시장 등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조 대표는 “구매 패턴을 바꾸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하면서 “냉장고에 넣어 둔다고 신선함이 늘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냉동 보관 후 해동 과정에서 재료 본연의 맛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요리가 끝나면 남은 재료는 최소화한다. 채소나 고기가 남으면 재료를 다져서 뭉쳐둔다. 이튿날 완자 등을 만들어 먹거나 반죽해놓은 것을 팬에 부쳐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 먹는다. 조 대표는 “이런 과정을 습관화하니 못 먹거나 썩어서 버리는 음식이 줄었다”고 말했다.

요리 고수들은 평소 일주일 단위로 식단을 짜라고 조언한다. 식단에 맞춰 재료를 정량만 구매하고 제철 근거리 식재료 위주로 낱개 포장된 제품을 구매하는 게 좋다. 장을 본 다음에는 바로 손질해야 한다. 냉동 재료는 1회분씩 소분하고 자투리 식재료는 따로 담아 보관한 다음 뭐가 들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 용기에 담는 게 좋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한 소비자가 이 문제에 대해 기자에게 조언한 바 있다. 43년차 전업주부인 이 소비자는 “냉장고에 쌓인 식재료의 전체적인 양을 줄여 결과적으로 식탁 회전율을 높이는 게 집안일의 가장 큰 숙제이자 쓰레기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는 ‘냉장고 파먹기’가 식비도 줄이고 환경적인 면에서도 의미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 냉장고들은 보관 중인 식재로를 스스로 인식해 레시피를 보여주거나 식재료를 직접 주문하기도 한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프랑스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오픈한 쿠킹 스튜디오. (삼성 뉴스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스마트 냉장고들은 보관 중인 식재로를 스스로 인식해 레시피를 보여주거나 식재료를 직접 주문하기도 한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프랑스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오픈한 쿠킹 스튜디오. (삼성전자 뉴스룸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AI로 식단과 재료를 관리하는 똑똑한 요즘 냉장고

이런 배경 때문일까. 요즘 냉장고들은 소비 전력을 줄이는 것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 IT 기술을 활용해 냉장고 속 식재료를 관리하는 기능을 더했다. 요즘 냉장고들은 AI 기술을 가지고 냉장고 속에 담긴 재료를 인식하거나 요리법을 제안하고 온라인으로 식재료 주문도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표 가전사들이 이런 기술에서도 한 발 앞서있다. 삼성전자 2020년형 패밀리허브는 '푸드 AI'를 적용해 맞춤형 식단과 레시피를 제공한다. 내부 식재료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식료품 온라인 주문도 가능하다. 기존 모델과 비교하면 '푸드 서비스 관리'와 '식단 플래너' 기능이 추가됐다. 소비자가 미리 등록한 선호 음식을 바탕으로 자주 쓴 식재료가 뭔지 분석해 식단과 레시피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냉장고가 보관 중인 식재료를 스스로 인식해 ‘푸드 리스트’에 반영하고 보관 중인 재료로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도 보여준다. 필요한 식재료가 없으면 ‘쇼핑 리스트’로 보내고 패밀리허브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2020년형 패밀리허브는 식재료 구매부터 보관, 식단 관리까지 한 번에 가능한 스마트한 냉장고로 진화했다”고 말한 바 있다.

LG전자도 올해 CES 2020에서 'LG 인스타뷰 씽큐'를 공개하면서 기존 제품 대비 진화한 AI를 강조한 바 있다. 내부 식재료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남아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방법을 추천하고 식재료가 떨어지면 사용자가 주문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냉장고 내부 카메라와 전면 투명 디스플레이, 노크온 기능을 적용해 사용자가 문을 열지 않고도 내부를 볼 수 있다. 노크온 기능은 문 여닫는 횟수를 줄여 냉기 유출도 감소한다. 무선인터넷 탑재한 냉장고 도어 디스플레이를 통해 레시피를 검색하고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이런 기능들은 환경보다는 ‘편리’를 고려한 서비스지만, 식재료의 효율적인 사용을 돕는 기능이어서 환경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 냉장고 가득 채우는 게 미덕이던 시대는 지났다

인류가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를 책임지는 냉장고는 우리 일상과 환경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냉장고와 얽힌 환경과 사회적인 문제를 언급하는 목소리는 과거에도 있었다.

아시아문화연구원 심효윤 연구원은 중앙일보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냉장고에 대해 이렇게 썼다. “우리는 식품을 ‘구매’하는 간단한 행위로 문제가 해결되는 편리성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여기에서 문제란 좁게 말하면 당장 오늘의 반찬거리를 고민하는 일부터 크게는 동물복지와 관련하는 생명윤리, 환경과 오염까지 확대될 수 있다”

철학자 강신주는 2013년 경향신문 칼럼에서 “자본주의적 삶의 폐단은 모두 냉장고에 응축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칼럼에서 “냉장고를 없애라”고 조언하면서 “한 번에 없앨 자신이 없다면, 냉장고의 용량이라도 줄여라. 가족 건강 문제, 생태 문제, 이웃 공동체 문제, 재래시장 문제가 그만큼 해결될 테니까 말이다.”라고 썼다.

강신주는 해당 칼럼을 통해 음식을 필요한 만큼만 조리하고 남으면 곧바로 이웃과 나누던 과거의 삶을 지금과 비교했다. 그러면서 오래 먹으려고 식재료를 온갖 플라스틱 통에 담아 보관한 냉장고의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환경업계 한 관계자도 기자와 냉장고에 관한 얘기를 나누면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 관계짜는 “필요한 만큼의 먹거리를 그날그날 얻던 아메리컨 인디언보다 대용량 냉장고를 사용하는 요즘 인류가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드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들 주장에 어느 정도 선까지 동의할지는 각자의 자유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냉장고는 인류의 식사습관을 책임지는 과정에서 지구 환경에 대한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냉장고를 가득 채우는 게 과거에는 부의 상징이었으나, 지금은 냉장고를 적당히만 채우는 게 기후변화 대응에 더 좋은 일이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려면 '냉장고 다이어트'가 필수다. 스마트 냉장고의 최신 기능들을 사용해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사진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KBIS 2020’ 전시회에서 모델이 삼성전자 ‘패밀리허브’냉장고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AI·IoT 주방가전을 소개하는 모습 (삼성 뉴스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려면 '냉장고 다이어트'가 필수다. 스마트 냉장고의 최신 기능들을 사용해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사진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KBIS 2020’ 전시회에서 모델이 삼성전자 ‘패밀리허브’냉장고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AI·IoT 주방가전을 소개하는 모습 (삼성전자 뉴스룸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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