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藥)의 역습 ③] 버려진 약은 어디로 흘러갈까?
[약(藥)의 역습 ③] 버려진 약은 어디로 흘러갈까?
  • 이민선 기자
  • 승인 2020.06.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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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처리 방법 없어...지자체 소관

미국 등은 제약회사가 처리하도록 규정

약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 특집을 계획하게 됐다. 우리는 주변 환경, 자연으로부터 병을 얻기도 했지만, 그로부터 약을 얻게 됐고, 병을 고쳐냈다. 

하지만 우리 몸을 지키려 개발한 약이 오히려 자연을 병들게 하고 있다. 쓰고 남은 약을 무심코 버리는 행위가 물과 땅을 오염시켰고, 생태계를 교란했다. 병든 자연으로부터 우리는 다시 병을 얻게 되고, 이 과정은 무한히 반복될 것이다. 

우리는 약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약을 쓰고 버리는 과정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약을 어떻게 얻어내는지, 약은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고찰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쓰다 남아 필요가 없어지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약은 어디에 버릴까? 사용 기간이 지나거나 변질, 부패 등으로 인해 복용할 수 없는 의약품인 폐의약품은 다양한 장소에서 발생한다. 

약국이나 병원, 제약회사 등 가정 외 장소에서 발생한 폐의약품은 사업장폐기물이나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일괄적으로 처리한다. 반면 가정에서 발생한 폐의약품은 보관, 재사용, 싱크대 혹은 화장실 변기 무단배출 등 부적절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폐의약품 수거 체계는 지난 2009년 환경부, 보건복지부, 대한약사회 등 7개 기관이 마련했다. 당시 관련법이 없어 이들 기관이 자율적으로 협약을 마련해 약국에 수거함을 설치했다. 주민들은 약국에 폐의약품을 배출하면 이를 보건소로 보내 소각하도록 했다.

이후 환경부는 2017년 폐의약품이 질병이나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어 폐농약·수은이 함유된 폐기물 등과 함께 폐기물관리법상 ‘생활계 유해폐기물’로 규정하고 생활폐기물과 분리해 폐의약품을 수거·소각하도록 제도화했다.

 

수거된 약, 제대로 버려지고 있나?

세종시가
세종시가 관내 130개 약국에 설치한 폐의약품 수거함 (세종시 보건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과 건강에 해를 미칠 수 있어 제대로 된 처리 방법이 필요한 폐의약품. 하지만 폐의약품 회수·처리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명확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먼저 가정에서 배출된 폐의약품은 약국, 동행정복지센터 및 보건소가 수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만약 보건소가 지역 약사회와 연계해 수거하는 경우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게 일반적이다. 해당 의약품은 생활폐기물처리시설에서 1000도 이상으로 고온 소각한다.

하지만 폐의약품 회수를 담당하는 일선 약국에서는 보관 장소 부족과 악취 발생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아예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폐의약품에 대한 처리와 비용부담 주체가 불명확해 지자체의 의지나 예산에 따라 방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 A약국 약사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폐의약품을 받고는 있지만, 보건소에서 제때 수거해 가지 않아 약국 내 방치돼 있다”며 “수거와 폐기까지 약국이 전담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만 이에 따른 보상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윤희 세종시의원은 지난해 열린 세종시의회 제57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가정에서 발생하는 폐의약품 수거·처리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윤희 의원은 “2017년 ‘폐기물관리법’ 생활계 유해폐기물 처리계획 수립조항이 신설되면서 폐의약품 처리에 대해 시장이 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추진 성과를 평가하게 돼 있지만, 우리 시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비마저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폐의약품의 안전한 수거 체계를 위해 △업무 위탁과 전문 인력 투입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폐의약품 정보 제공 및 인식 개선 홍보 활동 △약국의 적극적인 수거 동참을 기반으로 한 약국 내 폐의약품 보관함과 홍보물 배포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 이후 세종시에서는 올해 따로 예산을 측정해 관내 130개 약국에 폐의약품 수거함을 설치해 폐의약품 수거를 돕고 있다. 홍보 활동과 수거 방안은 자원순환과에서 시행 방법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이르면 8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선진국 등은 제약사가 처리하도록 규정

 
폐의약품
미국의 경우 의약품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은 제약회사가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다른 국가에서는 폐의약품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미국의 경우 의약품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은 제약회사가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령 외에도 주별로 관련 법령이 마련된 경우도 있다.

캐나다는 제약회사가 소비자에게 폐의약품 반환 및 회수 설비를 무료로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고, 연간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약국에서 무상으로 폐의약품을 수거하고 보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제약회사는 폐의약품의 운반과 처리 등을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처리나 소각에 대한 비용 주체는 중앙 정부와 제약회사의 공동 또는 단독 분담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제약회사와 중앙정부의 마약단속국에서 함께 비용을 부담한다. 캐나다와 제약회사가 단독으로 비용을 부담하고 있고, 프랑스는 역시 제약회사가 부담하고 있지만, 판매량 기준으로 부담 비율이 정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제약회사의 책임이나 전국 단위의 통일된 폐의약품 처리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비용 역시 절차를 소관하는 지자체나 기관에서 분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폐의약품 관리 체계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아닌 정부 차원에서 폐의약품을 수거하는 방안을 일원화해 안전하게 수거할 수 있는 곳에서 수거돼야 한다”며 “의약품을 생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윤을 높이는 제약 시장의 핵심 이해당사자 제약사의 적극적인 역할분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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