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초기 고용부 관리 허술해 기업 편법 횡행
3년전 입사했던 기업의 비리로 경찰 조사 받아

청년내일채움공제 홍보 영상 중 한 장면.(사진 홍보영상 화면 캡처) 2019.10.11/그린포스트코리아
청년내일채움공제 홍보 영상 중 한 장면.(사진 홍보영상 화면 캡처) 2019.10.1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경기도 수원의 B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30)는 지난달 난데없이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보낸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 3년 전 정규직으로 6개월간 몸담았던 C기업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불법으로 유용하다 적발된 것 때문이었다. 참고인 조사를 받고 일주일이 지난 3일, A씨는 난데없이 국가보조금 36만원을 반환하라는 사전통지서를 받게 됐다.

황당했던 A씨는 연락처를 뒤져 당시 C사의 인사담당자에게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다. 알고 보니 C사가 A씨를 채용할 때 정부 공제 지원을 받기 위해 A씨에 대한 허위 서류를 꾸몄던 사실이 이번에 들통난 것.

A씨는 “나도 몰랐던 3년 전 일 때문에 경찰서에 가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채용 시 근로계약서를 확인했었지만 공제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회사에서도 물론 그런 설명은 없었으며, 그들은 사회초년병이었던 내게 단지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만 했었다”고 말했다. 본인이 당시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한 청년내일채움공제 대상자였다는 사실도 경찰서에서 알게 된 것이다.

2016년 7월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올해로 4년차를 맞은 청년내일채움공제는 만 15~34세 미취업 청년들을 대상으로 공제금을 지원하고 있다. 본 사업에 해당하는 중소‧중견기업에 2‧3년 근속하면 만기 시 공제금을 받게 된다. 돈은 청년, 정부, 기업이 조금씩 부담해 모으는 식이다.

그러나 몇몇 기업에서 고용 시 공제금을 앞세워 청년을 낚는 식으로 제도를 악용해 국민 세금으로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주는 고용 시 공제 제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계약 후 편법으로 공제 대상자로 올리는 식이다.

어떻게 이런 편법이 가능했던 걸까. 사실 미취업자가 공제 대상자 자격을 얻으려면 직업 교육기관, 인재개발원 등 허가를 받은 운영기관에서 취업인턴, 취업성공패키지, 일학습병행훈련 등 특정 경로를 이수해야 한다. 경로 이수는 고사하고 취업성공패키지가 있는지도 몰랐던 A씨는 원칙적으로 대상조차 될 수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A씨가 취업하던 2017년에는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운영기관이 기업과 결탁하고 거짓 서류를 꾸며주는 거래가 횡행했다. 기업에선 일단 신입 사원을 채용하고 운영기관에 공제 대상자로 등록해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한 직업학교 관계자는 “내일채움공제 사업 초기인 당시에는 운영기관이 자격평가뿐 아니라 대상자까지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었다. 사실상 운영기관이 교육부터 채용까지 쥐고 있었던 셈”이라며 “전권이 운영기관에게 있다 보니 경영이 방만하고 부정 수급 등 비리가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 고용센터 관계자는 “지금은 운영기관에서 대상자 후보를 제출하면 고용센터에서 심사 후 승인하는 방식으로 바꿨다”면서 “운영기관이 기업과 거래하는 것은 지금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초기 관리감독이 미비 됐던 문제는 3년이 지난 지금도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불법행위 적발은 제보가 아니면 고용센터, 노동부, 감사원 등의 자체조사에 의지하고 있다. 조사에 투입할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특정 운영기관에서 수년치가 한꺼번에 적발되기도 한다. A씨처럼 이직한 지 한참 지나서 별안간 경찰의 조사를 받는 일이 생기는 이유다.

지역센터 관계자는 “우리 센터에 공제 관련 직원이 5명인데 관리해야 하는 대상자는 수천명에 달한다. 심사에서 부적절한 대상자를 걸러내면 좋겠지만 운영기관에서 보내는 모든 서류를 낱낱이 따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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