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비상 전력시스템도 작동 안해 핵연료 온도 3~5℃ 상승

▲ 부산 고리1호기 =출처 한수원

 

고리 1호 원전이 지난 달 정기 정검 기간 동안 12분간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13일 해당 사안을 전해 듣고 곧바로 운용 중이던 고리 1호기를 가동 중단시켰다고 발표했다. 이후 지난 2월 9일 발생했던 전력 공급 중단의 원인 규명 및 보고 누락 사유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당시 고리1호기는 핵연료 교체를 위해 계획예방정비기간에 들어가 있었다. 이 경우 내부에서 사용되는 전력은 발전이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외부 전력을 쓰게 된다. 설령 외부 전력이 끊기더라도 2기의 비상 디젤발전기를 통해 전력이 공급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에서 전력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2월 9일에는 외부 전력이 차단된 상태에서 내부 비상 전력 시스템까지 12분간 작동하지 않았다. 전력이 모두 끊기자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연료저장조에서 냉각 기능을 맡은 잔열 제거 설비가 작동하지 않았고, 내부에 저장돼 있던 사용후 핵연료들의 온도가 3~5℃ 정도 올라갔다는 게 원안위 측의 설명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내부 온도가 약간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그러나 "단정적으로 얘기하긴 힘들지만 12분간 작동 정지된 것은 위험할 정도로 긴 시간이 흐른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위험하다고 보긴 힘들지만 우선 보고의 의무를 배임한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을 동시에 조사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생겼던 부분을 은폐했다는 이유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을 정지시키는 건 내가 아는 한 거의 처음"이라 밝혔다.

한 달이 넘어서야 이번 상황이 보고가 된 것은 고리1호기 신임 소장이 업무 파악을 하던 와중에 문제가 있었던 부분을 파악하고 원안위에 보고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리1호기에는 3월 초 신임 소장이 부임했고 사고가 났던 당시 소장은 현재 본사로 발령이 난 상태다.

한수원 관계자는 "인사철을 맞아 새로 부임한 소장이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전해 듣고 해당 사실을 원안위에 보고한 것으로 안다"면서 "보통 15분 이상 정지가 되면 원안위에 보고하는데, 12분으로 상황이 해결되다 보니 해당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예상한다"고 답변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인 관심이 있는데도 문제가 생겼던 부분을 보고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 부분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원자력 안전 문제에 대한 의문도 다시 한 번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관계자들은 12분간 전력이 차단됐으나 곧바로 복구가 됐고 안전에 위험이 될 정도의 문제는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되는 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안전 여부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전력이 차단된 상태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위험하다고 명시적으로 얘기하기는 힘들다"면서 "원전이 멈춰 선 상태에선 상황마다 다르고 잔열이 얼마나 남아있는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단정지을 수 없다"고 답했다.

고리1호기는 1978년 국내 최초로 상업 운용을 시작한 1호 원전으로, 지난 2007년 국내 전력 수급 상황을 감안해 수명 연장이 결정됐다. 그러나 이후 잦은 고장과 지난해 폭발한 후쿠시마 제1, 제2 원전과 같은 노후 원전이란 점에서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꾸준히 폐쇄를 요청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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